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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9.6] 미국의 삼성 때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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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51회 작성일 2012-09-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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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순간을 음미해 보자. 아이팟으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2005년 초 한 생각이 번개처럼 잡스의 뇌리에 스쳤다. `만약 휴대전화가 음악, 카메라를 장착하면 아이팟은 순식간에 망한다….`



당시 잡스는 기존의 휴대폰들이 허접스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키보드를 없애고 터치스크린에 손가락의 마법을 구현해야 한다고 상상했다. 6개월 후 연구진의 시연을 본 그는 \"이게 바로 미래야\"라고 선언했다. 버튼을 싫어하는 괴팍한 성미는 `밀어서 잠금해제`를 발명케 했고, 스크린에 쓰일 긁히지 않는 고릴라 유리를 특수 개발했다. 그는 \"디자인은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외양으로 표출되는 영혼\"이라며 얇은 것이 아름답다고 믿었다. 2년 반의 처절한 개발 과정을 거쳐 2007년 6월 아이폰이 시판되자 사람들은 예수폰이라 불렀다.(W 아이작슨 著 회고록)



5년이 흐른 뒤 금년 2분기에 애플은 아이폰 2600만대, 삼성은 갤럭시 5050만대를 팔아 두 배나 높이 날았다. 3년 전 도요타는 포드, GM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솟구치려다 정을 맞았다. 이른바 도요타 때리기로 불린 리콜사태다. 미국 최고 업체를 위협하는 것, 그것은 축복인 동시에 불길한 그 무엇이다. 경제적으로 지나친 성공은 정치문제로 비화된다. 잡스는 타계 얼마 전 삼성이 빠르게 추격해오자 공짜 OS를 제공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에 열핵전쟁을 벌여서라도 폭파시키겠다고 했고, 미 법원은 그 소원을 일부 들어준 것 같다.



패소의 결과와 원인은 무섭다. 물어줘야 할 돈은 조(兆) 단위를 넘고, 기술 아닌 디자인 특허로 배심원들이 피고를 혼내주는 확률이 2000년 이후 54%가 넘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그 이전엔 겨우 14%였다.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전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과 증오가 넘쳐흐른다. 삼성은 연간 10조원어치 이상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고 애플이 성공할수록 더 많이 팔 수 있다. 애플로선 삼성이 핵심제품을 공급해줘야 하며 삼성이 잘할수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성공하면서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롤라 등 부품구매처가 거꾸러져 애플은 노예 같은 조건으로 삼성을 부리다시피 한다. 오는 12일 아이폰5가 출시돼 빅히트를 쳐야 삼성에도 평화가 올지 모르겠다.



베테랑 특허변호사들은 미국에서 소송에 이긴 나라, 기업이 없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질문은 머릿속을 맴돈다.



그토록 중요한 판결을 동네 무식쟁이(?) 배심원들에게 맡겨야 하는가. 좀 더 객관적인 국제재판소가 최종 판결을 내릴 수는 없을까. 유럽은 단일 특허재판소를 곧 도입한다. 이번 삼성 패소 판결에 즈음하여 국제사법재판소 같은 세계 단일 특허법원 설립을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 코오롱이 연거푸 조 단위 패소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유엔 산하 와이포(WIPO)에 이 문제를 제기할지 고려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경영은 최첨단 기술을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 그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대의 첨단제품은 여러 가지 기술을 조금씩 응용해 최후의 멋진 단 하나의 제품이 탄생한다.



애플이 히트시킨 4대 제품도 결국은 어디서 본 것들을 베낀 것이다. 애플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 오늘의 성공을 이룬 것이지, 저 혼자 잘난 것은 아니었다. 역량 있는 기업들이 제품보다 특허권으로 재미를 보려는, 기업 역할의 본말이 전도된다면 창의는 말라붙고 소비자는 꿈을 꿀 수 없다.



후속제품이 더 유용하게 개발될 길을 봉쇄(gridlock)해선 안 된다. 룩앤드필(Look & feel)에 과도한 벌금을 때리는 미국의 판결 추세는 반문명적이다. 모바일 단품만 생산하는 애플은 제2의 애플이 혁신제품을 내는 순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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