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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6.28] 박근혜와 안철수가 못 넘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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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25회 작성일 2012-06-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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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주필



새누리당은 당분간 시끄럽고 일부 깨져나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박근혜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비박(非朴)의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는 경선 룰 시비로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박근혜를 이기지 못했다. 박근혜는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수용하는 부담 대신 이를 거부하는 부담을 택했다.



세상을 두렵게 할 때가 위험하다



안철수는 공식 도전을 앞당기는 부담 대신 연막의 시간을 오래 끄는 부담을 택하고 있다. 박근혜도 안철수도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따져, 그래도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박근혜에게 “왜 불통(不通)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벌써 독재자가 됐다는 소리까지 들으려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를 생각 없는 사람 취급 마세요’라는 답이 돌아올지 모른다. 안철수에게 “정치의 백지 상태인 당신에 대해 검증할 기회와 시간을 국민에게 최대한 주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해봐야 ‘정치를 안 한 것이 잘못한 것보다 나쁘냐’는 답만 들을지도 모른다.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가 경선방식 변경 공세로 일관한 것은 이미 후보가 될 가능성과 때를 놓쳤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사실상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은 ‘박근혜를 사선(死線)에 세웠던’ 4·11총선이었다.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에게 마지막 기회는 박근혜가 패장(敗將)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국을 헤매고 뛴 박근혜는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 그것은 더이상이 있기 어려운 대선 오픈프라이머리가 됐다.



그렇다고 박근혜가 비박 주자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이들을 품지 못하는 것이 좋은 리더십으로 평가될 리는 없다. 김문수는 며칠 전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에 대해 “지금껏 내게 전화 한번 없었다. 도대체 우리(비박 주자)를 무엇으로 보는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물론 박근혜가 김문수에게 전화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 논리적으로는 당내 대선 후보를 경합하는 동렬의 주자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가 정치는 아니다. 국민이 박수치고 싶어 하는 리더십도 아니다.



새누리당 사람들이 박근혜를 두려워하는 현상은 박근혜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언젠가 매우 구체성 있고 실감 나는 묘사로 박근혜 리더십과 안철수 리더십의 온기(溫氣)를 비교하는 스토리가 회자될지도 모른다. 세상이 박근혜를 두려워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박근혜 자신이다.



선거에는 흥행이란 것이 없을 수 없다. 지난달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가 현직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를 누른 데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을 도입한 사회당의 경선레이스가 보여준 드라마틱한 역동성이 한몫을 했다. 새누리당은 당내의 치열한 인물경쟁 구도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박근혜 쏠림현상이 굳어져 그런 드라마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박근혜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박근혜 리더십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더 까칠해질 수 있다.



무운전 무사고로는 레이스 못해



안철수는 정말 나오려면 빨리 나와서 정치력을 보여주고 검증도 받으라는 다수의 민의를 듣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도 불통이고, 자신의 위험 회피에 집착하는 기회주의자로 비판받을 만하다.



11월 투표를 앞둔 미국의 대선 공식 일정은 1월에 아이오와 주 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1개월간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예비후보들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이루어진다. 대선 주자들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노동절(9월 1일) 전후였으니 사실상 1년 2개월간의 대장정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 야권(野圈)이 이해찬의 말대로 9월에 민주통합당 후보를 뽑고, 12월 19일 대선의 불과 한 달 전인 11월에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간의 최종 준결승전을 치른다면 이는 ‘흥행 쇼’일지는 몰라도 국민을 ‘묻지 마 투표’로 끌고 가려는 오만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의 성공 여부가 용인(用人)의 잘잘못에 달려 있듯이, 국가와 국민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자격 있고 훌륭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용인(선택)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국민이 대선 후보들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 판단하려면 적절한 판단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선거 민주주의가 갖는 함정을 줄이고, 국민 선택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안철수의 장고(長考)는 검증받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가 정치 현장의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갈등 상황에 직접 부딪쳐 결단을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동안 안철수가 드러낸 것은 박근혜 손학규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 등이 오랜 세월 보여 온 성패 영욕(榮辱)의 기록과는 아예 비교가 안 될 뿐 아니라 문재인 김두관의 그것에도 훨씬 못 미친다. ‘무운전 무사고’로 1종 면허를 받고 자동차 레이스에 나간 선수가 실제 레이스에서 무사고 기록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없다.



배인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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