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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11.17] 안철수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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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430회 작성일 2011-11-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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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자녀들 학비에 썼으면 좋겠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안철수 교수가 던진 이 말에 야권은 \"거봐, 서민이라고 했잖아!\"라고 수군거리고 ’나와 뜻을 같이하는…’을 놓고 여러 기부자들이 나올 거라고 읽은 사람, 신당을 차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 등등.



다빈치 코드의 성배찾기 게임 같다. 안 교수가 좀 불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이 세상을 설회의나 라스푸틴처럼 맘대로 주무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진짜 불순이라면 머리 좋은 한국인들에게 금방 들통이 나겠지만.



신비로운 안철수는 기부조차 신비롭다. 초대형 기업형인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기부 자체를 극비로 하는 척 피니와도 다르다. 재산을 기부해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한 사람은 록펠러 정도였다. 기업경영의 경륜을 정치에서 꽃피워 보고자 한 사람은 미국 로스 페로, 한국의 정주영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태국의 탁신 친나왓은 재벌가이면서 총리는 됐지만 망신을 당했고 대통령중심제에서 기업가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역사상 없다. 그 이유로 정치사가들은 남자들의 질투심을 꼽는다. 정치도 권력이고 돈도 권력인데 그 두 가지를 함께 줄 수는 없다는 심리. 과연 안철수는 통할까?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강의라든지 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말해왔는데 그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2008년, 2011년 두 차례 위기를 지나면서 한국은 유독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취약함을 통감했다.



영국의 바두(badoo)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쿨(cool)한 국민 1위가 미국인이며 꼴찌는 벨기에인이라고 발표했다.(작년 9월 조사로 아시아 국가는 답변에 없다.) 미국인은 기부도 잘하고 멋진 인물도 많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분야에서 솔직히 좀 멋쩍은 데가 있다.



이 세상을 보이지 않는 손, 시장원리에만 맡겨둬선 종종 실패한다. 이를 치유하는 것이 바로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설파한 자비심, 이타적 심리다.



안철수는 어떤 계기를 만들고자 의식했을까.



이건희, 정몽구 회장 등이 수천억 원씩을 기부하긴 했으나 뭔가 조건이 달려 있었다. 미국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8세의 나이로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이 800억달러(88조원)의 가치가 있어 최소한 15조원은 내놓을 것이다. 안철수의 기부액은 1500억원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모자란 이타심 문화의 자극제가 되길 바랐을까? 2040세대에 인기도 얻고.



그가 재산을 내놓는 방식은 더욱 중요하다. 따로 재단을 만들어 그곳에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넣고 배당만으로 저소득 학생을 지원하겠다면 그건 별로다. 속이 들여다보일 수 있다. 깨끗이 주식을 처분해 1500억원을 사회기관에 기탁해 버리고 어떤 조건도 달지 않는다면 그건 ’쾌척’이다.



\"기자들이 추운데 집 앞에서 고생할까봐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이라며 일절 질문을 받지 않은 안철수의 행보는 놀랍다. 그의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스캔하듯 분석해야 하고 그가 전한 메모를 흔들어 보고 뒤집어 보고 정치권으로 하여금 별짓 다하도록 한 그 자체가 통쾌하다. 쥐떼를 몰고가는 피리 부는 사나이다.



그는 이미 많은 정치를 했고 크게 바꿔가는 데 기여 중이다. 버핏세를 하는 데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하는 데도 그의 한마디를 듣고 싶어 안달이다. 그의 정신의 샘에서 혼탁한 영혼을 세탁하고 국회를 떠나는 의원도 나왔으면 한다. 정치공학자들은 안철수가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권엔 발걸음을 하지 않고 신당을 만들어 대권행보를 하리라 보는 것 같다. 거품도 있을 것이다. 아직 칼집에 꽂혀 있는 안철수의 코드는 칼을 뺄 때보다 더 많이 작용하는 게 틀림없다.



[김세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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