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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11.4] 새 정치, 새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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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496회 작성일 2011-11-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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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4% 이상 내걸면 거짓말… 우리에 맞는 적정 성장속도와 성장시대의 관료·재벌·대학 그대로 끌고갈 건지 고민해야

새 경제비전 내놓는 정치인, 못 나오면 5년 더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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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송희영 논설주간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경제에 대한 갈증도 간절해졌다. 성장률보다 고용률을 중시하겠다는 말이 나왔고, \'자본주의 4.0\' 논쟁도 한창이다.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OO노믹스\'라는 선거용 미끼 상품이 여럿 등장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들고 나올 경제비전이 짝퉁인지 아닌지 감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경제성장률을 4% 이상 올리겠다고 나오면 순도(純度) 높은 거짓말이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7% 성장을 약속했지만 노무현 정권의 5년 평균 성장률은 4.4%였고, 이명박 정권 5년은 3.5%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누군가 \"한국도 3~4%의 저성장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하면 귀를 기울여봐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정치인은 한국 경제의 오늘을 알고 있다고 봐도 좋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성장 정책을 공식 포기하겠다는 인물이 등장하면 환영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는 고도성장의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있다. 강한 국가가 되려면 강력한 성장 정책이 필수적이고 성장률은 높을수록 좋다는 믿음도 여전하다. 하지만 고성장에는 항상 버블이 동반했고, 그 버블 붕괴로 인한 후유증을 매번 맛봤다. 정치인에게 속아서 잡히지도 않는 성장의 꿈에 취했다가 토해낸 쓰레기 더미가 전국에 쌓여 있다. 녹슨 쇠말뚝만 서 있는 텅 빈 공단(工團), 잡초가 무릎보다 더 자란 기업도시, 하루 한두 시간만 반짝 문을 여는 지방국제공항 등 성장을 당연시했다가 실패한 증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하면 된다\'는 신앙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가 됐고, \'안되면 되게 하라\'는 \'안되는 것은 끝까지 안된다\'로 변한 지 오래다.



고성장의 신화(神話)는 IMF 외환위기 때 1차 사망선고를 받았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해법을 찾으라는 경고를 그때 받았다. 그러고도 우리들은 황홀했던 성장주의의 환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냈다. \"단군 이래 가장 잘사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자부해온 50대 이상의 세대(世代)가 2040세대로부터 존경과 권위를 잃은 것도 지난 14년 사이의 일이었다.



\'나를 따르라\'는 구호를 따라갔더니 손에 쥐여준 것은 달랑 \'88만원짜리 월급봉투\'가 아니면 \'신입사원 전형 결과 귀하가 아쉽게도 이번에 저희와 같이 일할 수 없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라는 불합격 통지서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아빠 세대 뒤를 따라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성장의 단맛은 5060세대가 다 즐기고, 성장의 폐기물은 자기들에게 넘겼다는 피해자 의식까지 생겼다.



고성장 신기루를 쫓던 신앙은 이명박 정권의 실패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땅에서 또 한 번 산산조각 났다. 그 결과 새 정치, 새 경제를 바라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이제 새 정치가 새로운 경제 청사진을 내놔야 할 임무를 맡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의 틀을 새롭게 짠다면서 성장 정책을 무시하거나 성장률을 낮춰잡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난 50년의 개발 연대(年代)를 총결산하며 우리 경제에 맞는 적정(適正) 성장 속도가 어느 수준인지 고민해야 한다. 성장 시대를 이끌어왔던 주역들의 역할을 어떻게 수정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성장 정책을 입안해왔던 공무원 집단을 앞으로도 더 키워갈 것인가. 세계 시장에 한국 대표로 내놓았던 재벌들을 과연 지금의 모습으로 둘 것인가. 수출 우위 제조업 시대에 맞도록 설계된 대학을 이대로 끌고 갈 것인가.



때마침 전 세계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논쟁이 타오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30년간 세계를 지배하던 민영화, 규제완화, 자유화 등의 경제정책 골격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이제 힘을 잃었다. 주주의 이익보다 사회의 공동선(共同善)을 목표로 삼는 경영이 필요해졌고, 인간미 넘치는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가 존경받게 됐다.



시대는 바뀌었다. 한국 경제의 구조가 바뀌고 세계 조류도 변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13개월 동안 새 시대에 맞는 새 경제 비전을 내놓는 인물을 찾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절뚝거리고, 일본도 20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착실하게 3% 안팎 성장만 해도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높다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은 다가올 것이다. 그런 새 희망을 불어넣어줄 인물을 만나면 우리는 내년에 행복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에 분노하고 편싸움하며 5년 더 허송세월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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