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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 칼럼/7.1] 점심(點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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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596회 작성일 2011-07-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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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點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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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점심 안 먹고 넘어가면 안 되나?\" 주머니가 가벼워 괴로운 직장인들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하긴 지금이야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만 두 끼만 먹던 시절도 있었다. 조선 시대 이야기다. \'조석2식\'(朝夕二食)을 했다는 기록이 정조 때의 학자인 이덕무의 \'앙엽기\'에 보인다.



하루 두 끼 식사를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도 있다. 순수 우리말에 점심 식사를 뜻하는 말이 없다는 것이다. \'아침\'과 \'저녁\'은 때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끼니(식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심\'은 끼니만을 뜻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났다\'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점심에 일어났다\'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때는 \'점심 무렵에 일어났다\'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한자말인 \'점심\'(點心)에 대해 흔히들 \'마음에 점 하나 찍는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마음을 점검한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원래 점심이라는 용어는 불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선종(禪宗)에서 스님들이 배고플 때에 조금 먹는 음식이 바로 점심이었다.



예전엔 무당이 삼신(三神)에게 떡과 과일 등을 차려 놓고 갓난아이의 명이 길기를 바라거나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일도 점심이라 했다. 중국에서는 요리(料理)에 곁들여 나오는 과자를 점심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로 보면 \'점심\'이란 애초부터 아주 간단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요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고민이다. 무얼 먹어야 할지도 그렇지만 음식 값도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분식집이 아니고선 웬만해선 한 끼 5천 원 이하짜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설렁탕ㆍ자장면ㆍ김치찌개 등의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7% 이상 올랐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식사는 언제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는 자는 먹고 싶을 때 먹고 없는 자는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점심 한 끼 먹기 위해 28억 원을 내놓는다는 사람도 있는 판인데 우리 직장인들은 만 원짜리 점심도 부담스럽다. 물가 잡는 귀신 어디 없나.



이홍재 주필 h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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