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영 칼럼/8.10] 숭례문과 나고야성 복원현장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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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987회 작성일 2011-08-12 09:00본문
나고야성(名古屋城)은 오사카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성(名城)으로 알려진 곳이다.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막부 시대를 열면서 당시의 기술진을 동원해 세웠다. 최근 필자는 개인적으로 강연과 교류 행사 때문에 나고야를 방문했다가 10여년 만에 이곳을 다시 둘러볼 수 있었다. 소실되었던 혼마루(本丸)전 복원 공사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기대 밖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고야성의 천수각(天守閣)과 혼마루는 2차대전 말기 미군의 공습으로 소실되었다. 1959년 외관만 복원된 천수각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고야의 상징으로 이곳 용마루에 세워졌던 긴샤치(金?:머리는 호랑이, 몸통은 물고기 형상으로 화마를 막는 수호 동물),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가마와 서화, 군복, 화승총, 옛 생활용품이 층별로 전시되어 있다.
혼마루는 당초 성주의 거처로 쓰였고 후일 쇼군 등 주요 손님들의 숙소로 쓰였다고 한다. 2002년부터 시민단체들이 복원 기금을 모으기 시작해 2008년 착공하였으며, 2012년 말 현관 등 1기 복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자 바깥쪽으로 길게 단층으로 이어진 가설물이 눈에 띈다. 입구에서 안내인이 관람을 권유한다. 혼마루 복원에 쓰일 목재 가공 장소였다. 작업장을 끼고 관람통로가 조성되어 있다. 나무의 재질과 보관이나 가공 방법, 대공(大工)의 역할과 목재 가공에 쓰이는 갖가지 연장부터 실제 도면에 의한 작업과정까지 분야별로 설명 자료가 게시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복원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혼마루가 복원되는 공사 현장도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3층 정도 높이로 마련된 가설물은 현장을 외부와 차단하는 가림막이 아니다. 복원 과정을 보여주는 산교육장이자 홍보관 구실을 하고 있다. ㄴ자 형의 관람 통로에서는 인부들의 작업장면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혼마루의 거대한 기둥과 지붕이 이미 골격을 갖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숭례문이나 경복궁의 복원현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는 복원 중인 옛 건축물 주변을 둘러싼 가림막은 종종 보았지만 그 내부를 구경해본 기억이 없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었으니까. 광화문도 그랬고, 현재 복원공사 중인 숭례문도 마찬가지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상하고 친절한 설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국보 1호가 있었던 곳이라 해도 공사가 끝날 때까지 몇 년 동안은 그저 단절된 공간, 시민과의 소통이 없는 닫힌 공간이 되고 만다.
물론 광화문이나 숭례문은 복원 절차나 방법이 언론에서 소개된 바 있다. 지난해 숭례문 복원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청은 복원 작업에 쓰이는 전통 기법들을 시연하기도 했다. 도르래와 물레를 이용해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방법, 돌덩이에 쐐기를 박고 망치로 쪼개는 작업, 대장간에서 쇠를 벼리고 풀무질을 해서 쇠못을 만드는 과정, 문루 기둥으로 쓸 나무를 자귀질해서 다듬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것이 일회적인 이벤트일 뿐이었고,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라도 보고 체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문화재를 복원하는 과정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산교육의 장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가림막으로 차단하는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할 것 같다. 복원공사 현장을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숭례문도 아직 늦지 않았다. 가림막 안에 통로를 만들고 강화유리나 투명플라스틱 패널 등으로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복원공사에 참여하는 대목수들이 전통 복장을 입은 채로 일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는 이도 없는데, 전통복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복원 과정 자체를 역사-문화체험의 일부로 인식하고, 시민들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기회로 삼을 수는 없는지, 문화재청은 좀 더 고민해주기 바란다.
경복궁에서는 올해부터 2단계 복원사업이 추진된다. 그런 현장들이 역사를 호흡하는 공간이자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준영 대기자
차준영 대기자 |
혼마루는 당초 성주의 거처로 쓰였고 후일 쇼군 등 주요 손님들의 숙소로 쓰였다고 한다. 2002년부터 시민단체들이 복원 기금을 모으기 시작해 2008년 착공하였으며, 2012년 말 현관 등 1기 복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해자 바깥쪽으로 길게 단층으로 이어진 가설물이 눈에 띈다. 입구에서 안내인이 관람을 권유한다. 혼마루 복원에 쓰일 목재 가공 장소였다. 작업장을 끼고 관람통로가 조성되어 있다. 나무의 재질과 보관이나 가공 방법, 대공(大工)의 역할과 목재 가공에 쓰이는 갖가지 연장부터 실제 도면에 의한 작업과정까지 분야별로 설명 자료가 게시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복원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혼마루가 복원되는 공사 현장도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3층 정도 높이로 마련된 가설물은 현장을 외부와 차단하는 가림막이 아니다. 복원 과정을 보여주는 산교육장이자 홍보관 구실을 하고 있다. ㄴ자 형의 관람 통로에서는 인부들의 작업장면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혼마루의 거대한 기둥과 지붕이 이미 골격을 갖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숭례문이나 경복궁의 복원현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는 복원 중인 옛 건축물 주변을 둘러싼 가림막은 종종 보았지만 그 내부를 구경해본 기억이 없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었으니까. 광화문도 그랬고, 현재 복원공사 중인 숭례문도 마찬가지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상하고 친절한 설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국보 1호가 있었던 곳이라 해도 공사가 끝날 때까지 몇 년 동안은 그저 단절된 공간, 시민과의 소통이 없는 닫힌 공간이 되고 만다.
물론 광화문이나 숭례문은 복원 절차나 방법이 언론에서 소개된 바 있다. 지난해 숭례문 복원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청은 복원 작업에 쓰이는 전통 기법들을 시연하기도 했다. 도르래와 물레를 이용해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방법, 돌덩이에 쐐기를 박고 망치로 쪼개는 작업, 대장간에서 쇠를 벼리고 풀무질을 해서 쇠못을 만드는 과정, 문루 기둥으로 쓸 나무를 자귀질해서 다듬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것이 일회적인 이벤트일 뿐이었고,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라도 보고 체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문화재를 복원하는 과정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산교육의 장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가림막으로 차단하는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할 것 같다. 복원공사 현장을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숭례문도 아직 늦지 않았다. 가림막 안에 통로를 만들고 강화유리나 투명플라스틱 패널 등으로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복원공사에 참여하는 대목수들이 전통 복장을 입은 채로 일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는 이도 없는데, 전통복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복원 과정 자체를 역사-문화체험의 일부로 인식하고, 시민들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기회로 삼을 수는 없는지, 문화재청은 좀 더 고민해주기 바란다.
경복궁에서는 올해부터 2단계 복원사업이 추진된다. 그런 현장들이 역사를 호흡하는 공간이자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준영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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