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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칼럼/8.3] 왕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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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51회 작성일 2011-08-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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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산은 함경북도 온성군에 위치한 해발 239m의 나지막한 산이다. 온성읍에서 북쪽으로 4㎞를 가면 5개의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왕재산이다. 김일성은 1933년 3월 11일 일단의 부대를 끌고 이곳에서 ‘(항일)무장투쟁을 국내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항일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0년대 직접 나서 혁명 전적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왕재산 회의’는 북한이 김일성을 우상화하기 위해 날조한 항일무장투쟁사다.



6개월 전 이곳에서 김정일을 비난하는 삐라가 발견됐다고 한다. ‘김정일을 거꾸로 세우자’라고 쓰인 전단 수십장이 왕재산 일대에 뿌려졌다. 북한 당국은 즉시 범인 색출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주모자가 잡혔다는 소식은 없다.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반체제 활동이 나타나고 있으나 엄격한 통제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2004년 11월 회령의 ‘김정일 타도’ 육성 동영상유출사건, 2003년 4월 함흥의 ‘반 김정일 구호사건’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 혁명성지에서 3대 세습 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이 표출된 것과 대조적으로 남한에서는 종북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북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 지령을 받은 각계 인사들이 비밀리에 ‘왕재산’을 조직, 정치권에 공산세력을 심으려다 당국에 적발됐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이모씨, 민주노동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전현직 당직자 등 정치권 인사가 다수 들어 있다고 한다.



독일 통일 전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가 서독에 심은 고정간첩이 약 3만명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 각료, 정보기관원, 의원 보좌관들까지 포섭해 정보를 빼냈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수행비서 귄터 기욤이 대표적인 동독 간자(間者)였다. 기록을 보면 김일성은 1973년 4월 남파 간첩들에게 “남조선에는 고등고시만 합격하면 행정·사법부에 얼마든지 잠입할 수 있다. 머리 좋은 자식들을 고시준비 시키라”고 지령을 내렸다.



정치권, 행정·사법부, 학계, 노동계, 종교계 내에서 북한이 심어놓은 세작(細作)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감지되나 ‘더듬이’가 무디어진 공안 당국은 물증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왕재산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잊혀진 ‘방첩활동’을 더욱 철저히 할 이유를 이번 왕재산 사건에서 본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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