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 오세현 기자 외 1인의 [폐광 그 후 - 다시 찾은 미래] 독일 에센 졸페라인 탄광지역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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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그 후 - 다시 찾은 미래] 18. 독일 에센 졸페라인 탄광지역의 성공
‘검은 황금의 무덤’ 세계적 문화·관광 중심지로 부활
1847년 개발 독일서 가장 오래된 광산
1986년 폐광 이후 지역경제 쇠락의 길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 거쳐 재탄생
공장부지 위 박물관·디자인 센터 설립
100㏊ 자연 어우러진 문화중심지 변모
광산 유물 등 멀티미디어 결합 한눈에
당시 기계·구조물 생생한 가이드투어
관광객 뿐 아니라 주민도 북적 “자부심”
탄광이 문을 닫은 지역은 극심한 인구유출과 경기침체에 시달린다. 과거 독일의 경우도 비슷했다.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산인 에센 졸페라인은 1986년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당시 지역경제는 황폐화됐고 인구도 급속히 줄었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나선 노스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정부의 재생 사업 덕에 현재는 연간 1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거듭난 폐광지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에센 졸페라인을 찾았다.
에센 졸페라인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권양탑 전경.
■ 철거냐 보존이냐
1847년 개발된 에센 졸페라인 탄광은 한때 하루 1만여톤의 석탄을 채굴해 독일 경제의 ‘검은 황금’으로 불렸다. 그러나 1986년 석탄 고갈과 환경 문제로 문을 닫으면서 광산업에 종사하던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이로 인해 지역경제는 서서히 무너져갔다. 1970년대부터 1985년까지 에센 졸페라인의 철거와 보존을 두고 논의가 오갔지만 노스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보존’을 택했다.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산인만큼 산업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 정부는 100㏊ 규모의 졸페라인 전체 단지 디자인을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에게 맡겼다.
기계 위로 미디어를 덧입혀 기계가 어떤 식으로 작동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후 공장 부지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박물관, 디자인센터, 레스토랑, 카페, 공연장, 수영장 등 새로운 용도로 변모하게 됐다. 현재 졸페라인은 크게 3구역으로 나뉘는데 샤프트 12, 코크스 공장, 샤프트1·2·8로 구성돼 있다. 샤프트는 지하로 뚫린 갱도를 의미하며, 숫자는 몇 번째 갱도인지를 나타낸다.
에센 졸페라인 샤프트 12구역의 레스토랑. 그 위 실제 광산에서 사용하던 길 위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 탄광의 역사를 한 눈에
에센 졸페라인 탄광은 에센 중앙역에서 트램을 이용해 갈 수 있다. 트램을 타고 20여분을 내달려 에센 졸페라인역에 도착하자 이 곳을 상징하는 거대한 권양탑이 한눈에 나타났다. 갱도에서 캐낸 석탄을 끌어올리는 권양탑은 이 곳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탄광이라는 명성을 얻게 했다.
거대한 권양탑을 지나면 샤프트12 구역에서 가장 큰 건물인 옛 석탄세척공장을 만나볼 수 있다. 24m의 오렌지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탄광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루르박물관과 에센을 비롯한 독일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담은 멀티미디어 전시관이 있다.
루르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상설전 ‘현재·기억·역사’는 독일 광산의 전성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데, 이곳에는 광부들이 입었던 옷이나 석탄을 실어나르던 광차뿐 아니라 진폐증에 걸린 광부들의 폐 사진 등도 함께 전시돼있다.
광부들의 아픈 과거를 숨기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독일의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공장 내부에는 옛 탄광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기계와 구조물들이 가득하다. 광차, 톱니바퀴, 파이프라인, 세척기계 등 1980년대에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를 보관해놓은 유물 위에 미디어 영상을 덧입혀 해당 기계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소리가 나오는 구간도 있어 옛날 작업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루르박물관의 멀티미디어 전시관.
1시간 간격으로 신청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는 탄광의 역사를 와닿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가이드와 함께 탄광의 옛 구조물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쓰인 물건인지, 당시 광부들은 어떤 식으로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이 독일어 가이드 투어이고, 영어 가이드 투어는 그에 반해 훨씬 적게 편성돼 있다는 점은 한계다. 그러나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 해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는 관광객만 연 40만명이 넘고, 학교에서 단체 견학을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공장 내부의 유물 옆에는 관광객들이 편하게 앉아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과 영상 등을 시청할 수 있도록 멀티미디어가 설치된 구역도 있다.
가이드의 설명은 자세하면서도 유쾌하다. 이날 만난 가이드는 독일의 한 광산에서 35년간 근무한 전직 광부로, 폐광 후 가이드로 전직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 요아킴 빌쵹(Joachim Wilczoch)씨는 “광부생활을 직접 해봤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다”며 “한 예로 우리가 일 할 당시 독일의 광산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광부들은 석탄에다가 볼일을 보곤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가이드 투어를 신청한 그레고어(Gregor)씨는 “쾰른에서 왔다. 그곳의 대성당도 유명하지만 뭔가 그림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곳 졸페라인은 실제처럼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다”며 “광부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 알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에센 졸페라인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탄광의 역사를 담은 영상을 보고 있다.
■ 지역주민들에게도 졸페라인은 자부심
에센의 주민들에게 졸페라인은 자부심이다. 에센에서 50년 가까이 살았다는 요나스(Jonas)씨는 “광산이 문을 닫고 나서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빠져나갔었다”며 “그때만 해도 에센에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졸페라인이 있어 좋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이곳을 찾아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곳은 관광객뿐 아니라 산책하러 나온 가족, 휴식을 취하러 온 이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자칫 삭막할 것 같은 공장 부지이지만, 건축가 렘 콜하스를 비롯한 여러 예술가들의 디자인이 더해져 건물은 세련된 모습이 됐고, 곳곳에는 초록의 자연이 더해져 검은 석탄을 실어나르던 탄광이 맞았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이곳 졸페라인 탄광에서 레일을 수리·보수하는 일을 했다는 하디 크로프(Hardy Kropf)씨는 “예전에 한창 채굴이 진행될 때만 해도 이곳에는 나무가 하나도 없었지만, 폐광 이후에 나무를 심어서 지금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 됐다”고 말했다. 독일 에센/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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