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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오세현 기자 외 1인의 [폐광 그 후 - 다시 찾은 미래] 독일 보트로프 경석 인공산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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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그 후 - 다시 찾은 미래] 20. 독일 보트로프 경석 인공산 관광지


순례길·스키장·전망대…폐광지 세계적 브랜드화 성공
자전거 트레킹·산책로 조성 ‘십자가의 길’
매년 예수 승천일 순례행사·지역축제 인기
24도 경사·세계 최장 인공 스키장 ‘알파인센터’
주변국 입소문 하루 평균 1000~1200명 이용
보트로프 랜드마크 유명 ‘테트라에다 전망탑’
피라미드 구조물 등 경관 우수 방문객 북적


테트라에다(Tetraede) 전망탑.
테트라에다(Tetraede) 전망탑.

독일의 대표적인 공업단지였던 루르지역에는 경석으로 쌓은 300여개의 인공산이 있다. 루르공업회사가 광산에서 나온 석탄경석을 처리하기 위해 에센, 보트로프, 아켄 등 루르지역 곳곳에 경석을 쌓아 만들었다. 노스트라인 베스트팔렌주는 이같은 지리적 여건을 활용, 실내스키장, 자전거트레킹, 전망탑, 순례지 등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명소를 조성했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노스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북서부에 위치한 보트로프(Bottrop)를 찾았다. 이곳은 2018년 12월 21일 문을 닫은 독일의 마지막 탄광 프로스퍼-하니엘(Prosper-Haniel)이 자리하던 곳이기도 하다.

■ 십자가의 길

보트로프는 에센중앙역에서 차로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보트로프에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인공산 3곳이 있다.

이 중 순례지로 잘 알려진 ‘십자가의 길’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이곳에 놓인십자가는 프로스퍼-하니엘의 광부들이 광산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나무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는 자전거 트레킹길과 산책길 두 코스로 나뉘는데, 총 15개 구역마다 광부들이 광산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유물들이 놓여있다. 이날 이곳에는 관광객 외에도 산책을 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많았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흙과 나무로 어우러진 자연환경 속에 고철로 된 광차라니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생경한 풍경이지만, 이곳이 원래 광산이 자리하던 곳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에는 충분했다.

알파인센터 실내스키장 내부 모습.
알파인센터 실내스키장 내부 모습.

산책로를 따라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나무로 된 십자가와 함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7년 프로스퍼-하니엘 광산을 방문한 것을 알리는 기념비를 만나볼 수 있다. 십자가는 광부들이 광산에서 실제로 타고 다니던 엘리베이터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해 주던 나무를 사용해 만든 것이다. 1987년까지 광산 앞에 자리해있었지만, 1992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고, 이후 1995년부터 매년 예수 승천일(Christi Himmelfahrt)이 되면 2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순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부들에게 십자가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당시 대부분의 독일 광산에는 광부들처럼 위험한 일을 하는 이들을 지켜준다는 수호 성인 ‘바바라 성녀’와 함께 십자가가 달려있었다. 프로스퍼-하니엘 광산의 사장이었던 한스 케텔러(Hanns Ketteler) 역시 가톨릭 신자였고, 그의 지시에 따라 십자가를 만들게 됐다. 15개 구역 곳곳에는 광산의 유물과 함께 에센 주교의 인용문이 함께 쓰여있다. 이 중 한 곳에서 “이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람은 고난과 근심과 두려움 속에서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었다.

 독일 보트로프에 위치한 실내스키장 알파인 센터 직원 리나 싸우퍼(Lina Schaufer)씨. 독일 보트로프에 위치한 실내스키장 알파인 센터 직원 리나 싸우퍼(Lina Schaufer)씨.

십자가에서 20m쯤 더 올라가면 산 정상이 나오는데, 에센, 보훔, 뒤셀도르프 등 루르 전 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많다. 이날 산 정상에서 만난 소피아(Sophia)씨도 “매일 이곳에 올라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간다”고 말했다. 정상 인근에는 원형의 경기장처럼 생긴 공연장도 조성돼 있어 매년 이곳에서는 지역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 실내스키장

산의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실내스키장으로 변화한 곳도 있다. 2001년 네덜란드인의 투자로 지어진 실내스키장 ‘알파인센터(Alpine center)’는 슬로프길이 640m, 폭 30m의 돔 형식으로 조성됐다. 처음에는 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점점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나면서 현재는 주 정부의 지원 없이 수익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알파인센터 직원 리나 싸우퍼(Lina Schaufer)씨는 “매년 하루 1000~1200명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고, 독일인뿐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는 독일의 특성상 산이 많지 않고, 겨울에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내국인은 물론 비슷한 지형을 가진 네덜란드, 벨기에 등 주변국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내스키장 알파인센터의 슬로프 전경.
실내스키장 알파인센터의 슬로프 전경.

하루 이용료는 64유로(9만 4500원) 정도이지만, 레스토랑과 스키 강습, 기타 놀이시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단위나 젊은 층들이 많이 찾고 있다. 스키장을 방문한 이날도 평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산 지형을 그대로 활용, 인공적으로 조성한 스키장 중 세계에서 가장 긴 길이에 24도의 경사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용객들은 온몸으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는 영하 4도, 여름에는 영하 1도를 유지하고 있다. 야외 레스토랑 역시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고,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파티 등 축제도 열린다.

■ 테트라에다(Tetraede) 전망탑

테트라에다 전망탑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이곳은 보트로프의 상징물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라미드 형태의 철골 구조물인 테트라에다는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약 50m 규모에 8m 높이의 4개 기둥이 받치고 있다. 야간에는 색색의 조명들이 주변 야경과 함께 아름답게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아낸다.

전망탑까지 오르는 길은 총 387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거나 산책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는 코스로 나뉘는데, 주변이 나무와 풀숲으로 잘 가꾸어져 있어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기 위해 찾는 시민들이 많다. 전망탑까지 올라가는 길 중간에 설치된 3곳의 전망대에서도 보트로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곳곳에는 벤치 등 쉼터가 조성돼 있다.

독일 프로스퍼 광산에서 사용하던 광차. 십자가의 길 산책로 한 구역에 자리하고 있다.
독일 프로스퍼 광산에서 사용하던 광차. 십자가의 길 산책로 한 구역에 자리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인공산 3곳의 흙은 옛날 탄광임을 증명하듯 경석과 함께 섞여나온 탄가루로 인해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이에 불이 나거나 산이 무너지는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독일인 광부 출신 피터 크로프(Peter Kropf)씨는 “루르공업회사는 경석으로 인공산을 쌓을 때 탄가루가 묻어나와 불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며 “나무 상자에 경석을 넣은 후 흙을 층층이 쌓아 올려 화재를 방지했고, 빗물에 산이 무너지지 않도록 배수 조치까지 고려해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단길은 녹슬지 않는 철을 사용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끗하다”고 말했다.

경석을 쌓아 만든 인공산에 광산의 유물과 예술적인 건축물, 자연환경을 조화롭게 더해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끄는 관광명소로 변화시킨 이곳은 국내 폐광지 도시개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보트로프/최현정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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