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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간부 초청 세미나

작성일 17-11-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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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간부 초청 세미나




2017년 11월 24~25일

대전 인터시티 호텔




참석자 명단

성명 소속 및 직위

송신용/사회       대전일보 이사(편집인협회 이사)

박재영/주제발표  고려대학교 교수

안수찬/주제발표  한겨레 미래라이프디지털 데스크

문기석        중부일보 주필(편집인협회 이사)

김종구        경기일보 주필(편집인협회 이사)

노현아        강원도민일보 기자

송인석        강원일보 부장

하청일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부장

박상일        경인일보 경제부장

고귀한        광남일보 기자

윤영기        광주일보 사회부장

최현진        국제신문 사회부장

성희제        대전일보 사회부장

장성현        매일신문 차장

이주영        인천일보 차장

김선흥        전라일보 사회부장

남형진        전북도민일보 문화교육부장

김준호        전북일보 편집국장

이종순        중부매일신문 부국장

김병학        충북일보 부국장

박성진        충청일보 부장

김석기        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양지운        편집인협회 차장

주윤정        편집인협회 과장

박재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주제발표1)





박재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주제발표1)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박재영입니다. 오늘 굉장히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많이 부담이 됩니다. 특히 여러 분들은 여러 곳에서 굉장히 귀한 시간을 내서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세미나에서 뭐 하나라도 건져가셔야 하는데 오늘 그런 부분이 있을지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귀한 시간이 헛되지 않고 같이 생각해 볼 만한 포인트를 전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여러분들이 전혀 모르는 분야가 아닙니다. 거의 알고 계시는 게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평소에 익히 알고 있던 부분도 이런 자리에서 새로 들으면 새롭게 다가올 수 있기에 그런 차원에서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주제가 탐사보도와 지역신문입니다. 앞에 놓여 있는 책은 제가 공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자료로 해서 주제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탐사 저널리즘은 미국의 식민지 시대인 17세기 후반부터 공적 비리 폭로, 공공정책 비판 등으로 시작되었으며, 19세기 말 미국에서 독점 자본가의 비리를 파헤치고 정부조직의 부패를 폭로하는 언론 사조로 발전해 왔습니다. 미국의 탐사 저널리즘은 1950년대 이후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부터 현대적인 의미의 탐사보도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1970년대부터 탐사 저널리즘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탐사 저널리즘은 도덕적 분노를 불러오는 사회 비리에 관한 기사를 쓰고, 권력의 비리를 감시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여론을 환기하며, 상당한 공적 중요성을 지닌 시스템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폭로 저널리즘입니다. 탐사 저널리즘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감시견의 역할을 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탐사 저널리즘은 일반적인 저널리즘과 비교해서 주제, 취재 방법, 취재 기간, 보도 방법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탐사 저널리즘은 객관주의를 강조하는 기존 저널리즘과 달리 사회의 잘못된 점을 고발하기 위해서 객관성을 포기하고, 도덕적인 판단을 중시하며, 독립적인 시각에서 사건이나 현상을 깊이 있게 보도합니다. 탐사보도는 참여지향적 성향이 강합니다. 둘째, 탐사보도는 일반 뉴스에 비해 매우 심층적으로 이슈를 보도합니다. 셋째, 탐사 저널리즘 기자들은 출입처 중심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을 정보원으로 많이 활용합니다. 넷째, 탐사 저널리즘 기자들은 일반 기자들에 비해서 정보공개청구 등 다양한 취재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불법, 비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몰래 카메라 등의 취재 기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종종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 윤리적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다섯째, 탐사 저널리즘은 일번 저널리즘에 비해 컴퓨터 활용 보도를 많이 이용했으며, 데이터 저널리즘이 중요한 취재 도구로 부상했습니다. 여섯째, 탐사 저널리즘에서는 언론사들이 감시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탐사 저널리즘에는 제약도 있습니다. 정부의 언론 통제와 언론사 자체 검열은 탐사 저널리즘을 위축시키는 요인입니다. 경제 상황에 의해 상업화된 언론은 상업적 탐사보도를 추구해서 탐사 저널리즘을 연성화시키고 있습니다. 탐사보도가 지나치게 정치적, 사회적 참여를 중시하면 정파성 또는 편파성 논란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탐사 저널리즘은 1960년대 이후 방송국에서 보도국 기자들이 제작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처음 시도되었으나, 본격적인 탐사보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언론사들이 탐사보도팀을 신설하는 등 탐사보도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PD들이 제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PD 저널리즘으로 불리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언론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탐사보도가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비교적 활발했으나, 이명박 정권부터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가 심화되면서 언론사에서 탐사보도팀이 없어지는 등 상당한 위축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독립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의 탄생과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부정확한 속보로 거센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고, 심층적이고 탐사적인 보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대두되면서 한국 탐사 저널리즘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2000~2016년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분’과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한 한국 탐사보도 기사들과 1995~2017년 미국 퓰리처상의 탐사보도 부문과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수상한 미국 기사들을 대상으로 양적, 질적 내용 분석을 해봤습니다. 양적 조사 결과 한국 탐사보도에서는 주제가 제한적이어서 다양성이 낮고, 미국 기사에 비해 실명 적시 비율이 낮으면서 캠페인 성격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국 탐사보도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활용한 기사가 한 건도 없어서 선진기법 활용 정도가 낮았습니다. 질적 분석 결과 한국 탐사보도에서는 문제점을 나열하는 백화점식 보도, 문제의 책임과 잘못된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보도, 심층보도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면 미국 기사에서는 기사분량이 매우 길고 스토리텔링이 매우 풍부하다는 점, 내러티브 스타일 등 다양한 기법으로 가독성과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점, 정보원이 풍부하고 다양하며 실명 위주인 점, 기사에 정보가 많은 점, 전달하려는 문제를 ‘가설 검증방식’으로 밝혀줌으로써 기사의 설득력과 공신력을 높이고 있는 점 등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수용자 55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TV와 인터넷을 통해서는 비교적 자주 탐사보도를 보지만, 신문에서는 많이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통계학적으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학력과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탐사보도물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한 탐사보도물 이용량에서 10~20대의 이용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의 주요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용 정도를 조사한 결과, 신문의 탐사보도 이용률은 7%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방송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용비율은 31.1%~93.6%로 큰 차이가 있었으며,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의 이용률은 40.3%였습니다. 뉴스 주제별로 보면 교육, 역사 등 연성뉴스 주제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경성뉴스 주제를 더 많이 이용했습니다. 정치 주제에 대해서는 50~60대 수용자, 건강 주제에 대해서는 50~60대의 여성,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고소득층 남성이 각각 가장 많이 이용했습니다.

한국의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중앙지, 탐사보도 전문매체, 시사지 등에서 탐사보도를 하거나, 담당했던 기자나 PD 1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조사를 했습니다. 기자들은 탐사보도의 역할은 사회정의를 위해 정부와 사회 권력층의 비리를 폭로해서 사회개혁을 추구하는 ‘진지한 탐사보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탐사보도의 요건은 일상적 취재활동으로 알아내기 어려운 ‘숨겨진 진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숨겨진 진실은 ‘권력 작동 메커니즘의 이면이나 치부’와 같이 사회적 부패구조와 사회적 불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이 한국 언론의 객관주의 보도의 문제점, 출입처 중심 취재방식 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탐사보도를 중시하고 있었습니다. 탐사 기자들은 한국 객관주의 저널리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기자들의 한국 탐사보도에 대한 평가는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주제면에서 정치권력 등 가시적인 권력기구나 권력가의 부패를 고발하는 현안성 탐사에 치우쳐 다양성이 떨어지고, 취재 범위에서도 국경을 넘나드는 큰 스케일의 탐사보도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탐사기자들의 직업적 소명의식도 약하며, 한국 탐사보도는 적은 취재력으로 주목도가 높은 기사를 생산하려는 상업성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탐사보도 평가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은 가장 낙후된 분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탐사보도의 장애 요인에 대해선 매체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방송사는 정치적 통제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으며, 종합일간지 등 다른 매체는 정치권력보다 자본권력, 언론의 상업성, 기자의 소명의식과 전문성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그 밖에 한국 언론의 속보 중심 보도행태, 남발되는 소송 등 법적 제약도 탐사보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한국 탐사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서는 탐사보도의 품질을 개선하고, 미디어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탐사보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구조적, 제도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은 주요 원인은 뉴스의 공신력과 전문성 하락 등인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탐사보도의 품질은 탐사 저널리즘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따라서 탐사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탐사보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탐사보도물을 직접 생산하는 미디어 내부의 제작 환경이 개선되고, 미디어의 뉴스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관여를 하는 미디어 외부에서도 이를 지원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언론의 탐사보도 주제는 비교적 다양한 편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갈수록 복잡화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권력이나 전문가 집단의 문제점, 사회구조적 폭력과 인권 등 주제를 더욱 다양화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보도를 확대해서 사회 감시견 역할을 한층 충실하게 하는 것이 탐사 저널리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 사람이나 조직 이외에도 인공지능, 로봇 등 과거에는 경함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이나 시스템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탐사보도 주제를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서 국내 문제에 국한하지 말고, 국경을 뛰어넘는 주제에 대한 탐사보도를 해야 합니다. 

기사의 힘은 설득력에서 나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주장이나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증거자료, 수용자들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직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미국 탐사보도에서 활용하는 ‘가설 검증’ 방식의 논리적 전개방식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탐사보도는 캠페인성 보도나 무분별한 대안 제시보다는 증거와 현장 중심의 사실보도를 통해서 문제를 폭로하고, 이를 통해서 사회를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탐사 저널리즘의 핵심은 숨겨진 사회적 비리, 권력층의 비리를 밝혀내서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리나 잘못된 내용의 책임 소재와 원인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거나 못한다면 탐사보도의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책임 소재를 두루뭉실하게 보도하거나, 심지어 의혹만 남겨놓는다면 수용자에게 실망을 주고, 탐사 저널리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실태를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거나, 여러 문제점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백화적심 보도만 한다면 탐사보도라고 하기 힘듭니다. 여러 문제들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밝혀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나 언론 조직이 디지털 저널리즘 등 다양한 취재기법을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논리적인 추적 보도를 해야 합니다. 

기사에서 실명 보도는 기사의 공신력, 신뢰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뉴스 제작 문화를 강화해야 합니다. 한국 탐사보도의 실명 보도 비율은 미국 탐사보도에 비해 매우 낮음 점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미국 탐사보도는 수용자의 공감대 형성, 몰입도 향상을 위해서 소설과 같이 내러티브 스타일, 감성적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합니다. 한국 탐사보도 역시 수용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사의 작성 방법을 연구하고, 시각화와 통합편집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비리를 폭로하고, 건전한 사회를 지켜가는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 탐사보도 기자들은 탐사보도의 정의와 요건으로 사회 부패구조와 불의 문제를 다루는 ‘진지한 탐사보도’를 제시했습니다. 수용자 설문조사 결과, 수용자들의 탐사보도 이용 동기 정보습득, 습관적 이용, 사회소통 등 세 가지였지만 정보습득 동기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용자들이 생각하는 탐사보도의 역할은 새로운 정보 전달과 공론장 제공 등 2개였으나, 새로운 정보 전달을 더욱 중시했습니다. 한국 탐사 저널리즘이 한국 사회의 은폐된 문제점과 잘못들을 찾아내서 국민에게 전달하고, 시정해가는 공공 저널리즘의 역할을 할 때 수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환경 악화 등으로 언론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신문과 방송에서 탐사보도 기자가 줄어드는 등 탐사 저널리즘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유력 언론들은 공신력이 떨어지는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는 탐사 저널리즘이라고 판단하고, 오히려 탐사보도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신력 위기, 전문성 위기에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발표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함으로써 저널리즘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 내부적으로 탐사보도의 가치와 탐사보도 담당기자들의 역할과 업무를 이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입처 제도의 보완 및 개선도 필요합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탐사보도에서 정보습득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제작 도구가 되었습니다. 특히 데이터가 중요한 정보의 보고가 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서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 정보 가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탐사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탐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 국내에서는 아직 데이터 저널리즘의 활용 수준이 매우 낮은 실정입니다. 한국 탐사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서도 언론사들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에 적극적인 신문과 방송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앙일보 데이터 저널리즘 데스크는 2016년 7월에 생겼습니다. 조직은 2017년 9월 현재 데스크 1명, 기자 4명, 개발자 3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팀 내에 전담 디자이너는 따로 없고, 아이템을 진행할 때마다 그래픽 데스크에서 담당 디자이너를 배정받아 공동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추후 데이터의 수집·정제·분석을 담당하는 리서처를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 콘텐츠는 각종 공개·비공개 데이터를 분석해 주요 사회적 이슈의 이면을 탐사보도하는 기획물이 대부분입니다. 고속도로 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다발 구간 조사, 소방안전 관련법 강화 전에 지어진 서울시내 건물을 전수 조사해 대형 화재 발생 위험 분석, 각 구별 특수교육 대상자와 특수학교의 숫자, 학생들의 통학시간, 경로 등 데이터 분석 등의 기사를 제작했습니다. 표현 방법은 인터렉티브 차트·지도 등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형 외에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현장 영상 스케치·인터뷰 등을 결합한 ‘디지털 다큐멘터리’ 형태도 있습니다. 콘텐츠는 대형 기획물의 경우 대략 한 달에 1건 꼴로 생산합니다. 시리즈물의 경우 한 달에 걸쳐 사전 제작한 후 1주일 간격을 두고 순차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시기적절한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은 일반 디지털 기사 제작 툴을 이용해 그때그때 제작합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인터렉티브 형태로 따로 개발하지 않고,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텍스트 기사에 삽입하는 형태입니다. 이런 콘텐츠는 1주일 새 2건 정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기사 유통은 자체 플랫폼 외에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KBS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은 2014년 말에 시작했지만 전담 인력을 갖추고 본격화한 것은 2015년 중순입니다. 2017년 9월 현재는 보도국 디지털미디어팀에 기자 3명, 데이터 분석가 2명, 인포그래픽 전문가 1명, 개발자 1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종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기사를 생산하는데, 특히 부조리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것과 같은 탐사 성격이 강한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전체 콘텐츠의 60~70%는 고발 성격의 탐사보도입니다. 나머지는 고발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 아이템들입니다. 기사는 텍스트에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담은 인포그래픽을 결합합니다. 표나 그래프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이어서 단번에 기사를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사 10건을 시리즈 형태로 보도하는 대형 기획물은 분기에 1편 정도 제작합니다. 그보다 작은 기사는 한 달에 2건 정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장기 시리즈물과 단발성 기사의 결합, 깊이 있는 분석과 순발력 있는 보도의 결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는 주로 KBS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노출됩니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서도 제한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SBS는 2015년 12월에 보도본부 뉴미디어국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가동했습니다. 뉴미디어국 제작1부에 마부작침 팀과 비디오 머그팀 등 2개 팀을 두었는데, 마부작침 팀이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이며 비디오 머그팀은 고품질 영상제작 전문입니다. SBS가 한 부서에 2개의 팀을 두었던 이유는 ‘데이터+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데이터로 된 콘텐츠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영상을 결합함으로써 대중의 소구력을 키워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현재 마부작침팀에 기자 2명, 데이터 디자이너 1명, 데이터 개발자 1명, 인턴 1명이 배치되어 있으며 비디오 머그팀에는 영상 전문기자 2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부작침 팀의 생산물은 데이터 기반의 인터렉티브 동영상 콘텐츠입니다. 주제는 말랑말랑하고 호기심 나는 연예 이슈부터 크고 중요한 이슈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탐사 성격이 강한 아이템도 포함돼 있습니다. 콘텐츠 생산 기간은 아이템의 성격에 따라 상이합니다. 처음에는 매주 1건을 생산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어려웠습니다. 마부작침 팀은 보통 한 달에 1~2건을 제작하고 있으며, 1주일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비디오 머그팀은 하루에 10건 정도의 영상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마부작침 팀의 콘텐츠는 SBS의 인터넷 홈페이지 스페셜 코너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되고 있습니다. SBS 정규 방송 뉴스에 보도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언론사들은 독립적으로 치열한 취재와 보도 경쟁을 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탐사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언론사들이 협업을 하는 일들이 늘고 있습니다. 탐사 저널리즘에서는 협업이 탐사 저널리즘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때가 많고, 이를 통해서 언론사들도 윈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미국 언론사들도 이미 1976년에 협업을 해서 애리조나 주의 정치적 비리와 조직 범죄 활동을 폭로하는 ‘애리조나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탐사 저널리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자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협업과 제휴, 공유 등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외국 언론과의 협업을 통해서 국경을 넘는 탐사보도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쇄매체나 독립매체가 방송과 협업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언론사 탐사보도 담당 기자들 간의 직업적 연대의식과 공동 활동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탐사보도를 위축시키는 큰 요인은 정치권력의 통제와 경제권력의 간섭입니다. 두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고 간섭할수록 언론 내부적으로는 자기 통제까지 많아져서 탐사보도는 위축되게 됩니다. 언론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기업과 같은 경제권력이 광고를 통해서 언론의 사회고발 기능을 위축시키는 상황에 대해서는 언론과 기자들이 스스로 경계심을 가지고 자정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탐사 저널리즘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프로퍼블리카는 2012년 지역 방송국들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정치광고 관련 파일들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일반 자원봉사자 1,000명의 도움을 받아서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뉴욕시 공공 라디오 방송국은 2013년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여로 지역의 매미 출현 실태를 조사해서 기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데이터 수집은 탐사보도 매체가 혼자서 할 수 없는 정보획득을 가능케 함으로써 공공 탐사 저널리즘에 많이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문과 방송 등 언론도 독자 제보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만, 탐사 목적의 정보 수집이나 분석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소싱 또는 집단지성 방식의 정보 수집 역량을 강화하면 공공 탐사 저널리즘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확대되고, 수준도 올라갈 것입니다. 

미국, 유럽, 남미에서는 대학들이 비영리 독립매체의 탐사보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2013년 대학의 저널리즘 전공 대학생 24명이 독립 온라인 뉴스매체의 데이터 기반 정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뉴스타파가 대학들과 협업해서 위탁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대학교를 기반으로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가 설립돼 보도와 교육 기능을 모두 갖춘 기관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UC버클리대학, 보스턴대학, 아메리칸대학 등 18개 대학에 비영리 독립 탐사보도 기관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들이 와세다대학 내에 와세다 크로니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영국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에는 탐사 저널리즘 센터가 있습니다. 대학과 탐사매체의 협업은 미디어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주류 언론의 보도를 제약하는 객관주의나 언론 내부의 제약 등 언론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동을 가능하게 해서 성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도입하면 대학의 산학협력과 저널리즘 교육의 발전, 그리고 언론의 공공 탐사 저널리즘 제작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국에서는 기부금,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방식의 재정 지원을 받아 설립되는 탐사보도 독립매체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아서 운영되는 뉴스타파가 탐사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독립매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탐사보도 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법적 소송에 자주 휘말린다는 점입니다. 취재 대상자들이 기자들의 취재를 위축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적 소송은 많은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자의 취재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언론사가 기자의 법적 소송 대응을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언론사 규모에 따라서는 한계가 많이 있습니다. 기자가 혼자서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한국변호사협회 등 책임 있는 사회기관에서 소송을 도와주는 등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자들이 외국의 선진적인 탐사보도 기법을 학습하거나, 취재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언론기관들이 지원하는 것도 탐사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미 기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비롯해서 기자들의 탐사보도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늘리면 공공 탐사 저널리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시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수찬 한겨레 미래라이프디지털 에디터(주제발표2)


안수찬 한겨레 미래라이프디지털 에디터입니다. 시간이 제한된 관계로 가급적 콤팩트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있을 거 같은데 그때 모자란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생각해보니 굉장히 건방진 얘기로 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별거 아닌거 가지고 떠벌리는 내용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고 잘못된 부분은 나중에 비판을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97년 11월에 입사를 했습니다. 이제 딱 만 20년이 됐습니다. 처음에 10년 동안은 무능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재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요즘 후배들에게 물어보면 기자생활이 재미 없다고 많이들 말할 겁니다. 저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0년차쯤 되던 무렵에 앞서 주제발표를 해주신 박재영 교수님을 우연히 만나게 됐습니다. 그때 교수님께 들었던 얘기를 시작으로 제가 외국기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한국 기자들이 미국 기사를 안 봅니다. 심지어 국제부를 가도 번역만 하려고 하지 외국 기자들은 무슨 재미로 기사를 쓸까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제가 퓰리처상 수상작들, IRB 미국 탐사보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와 다르고, 자기들끼리도 서로 달랐습니다. 뭐가 탁월한 기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와 많이 달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무엇이 뉴스인지에 대한 감각이었습니다. 이게 아이템이라고 배우지 않았고, 데스크에서 킬시킬 만한 주제들에 대해 뉴스를 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기자가 하는 일에 대해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시도들을 시작했습니다. 한겨레21로 옮겨서 처음 시작한 게 ‘노동 OTL’이라는 기획이었습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최초의 출발점은 제가 그때 한겨레 21 사회팀장이었는데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2002년도에 처음 나온 책입니다. 저는 당시에 퓰리처상 수상작들을 보면서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 내용은 여성 기자가 1년 동안 혼자서 계속 여러 직업을 거치고 쓴 내용입니다. 제 욕심은 제가 그 여기자와 똑같이 한번 해보겠다고 당시 편집장에게 6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당연히 허락은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타협을 했는데 저를 포함해서 사회팀 4명이 번갈아가면서 한 달씩 일을 하자고 제안을 했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기자는 난로공장을, 두 번째 기자는 가구공장, 여성 기자는 감자탕집에서 일을 했고, 저는 대형마트에서 일을 했습니다. 이 기획을 거쳐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최근에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까지 4만부 정도 팔렸다고 합니다. 돈은 많이 못 벌었습니다. 당시 한겨레21의 사회팀은 2주에 한 번은 표지를 써야 하는 팀이었습니다. ‘노동 OTL’ 기획은 취재 준비에 4주, 들어가서 일하는데 4주, 나온 다음에 기사를 쓰는데 4회 연재를 했습니다. 12주 동안 하나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말은 팀원 3명이 12주 동안 4명분의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편집장에게 어떻게는 해내겠다고 말했고, 대신에 어떤 터치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기사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이 기사가 나온 이후에 빈곤과 관련된 기획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들이 참여 관찰해서 기사를 쓰는 것도 확산이 됐습니다. 또 사람들이 시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좋아지는 것에 기자들이 뭘 기여했는지 사람들은 별로 알아주지 않습니다. 저는 가끔 시급이나 최저임금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우리가 n분의 1 만큼 기여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기사로 2009년도 한국 기자상과 민주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상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기사가 신문사 수익에 뭐가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이런 기사를 쓰면 신문사가 돈을 번다는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확실한 건 이런 기사를 쓰면 같이 일하는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상을 받으면 심지어 속으로 못마땅하더라도 ‘상을 받을 만큼은 썼겠지!’라는 생각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쓰게 될 앞으로의 기사가 약간 상투적으로 보일 테고 기자가 상 받겠다고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상을 받기 위해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왜냐면 각종 탐사 기획보도의 가장 큰 적은 뉴스룸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씩 취재를 시키면 다른 기자들이 시기와 질투를 합니다. ‘나한테 한 달을 줘봐. 나는 하루에 몇 개씩 기사를 쓰는데 넌 대체 뭐하는 거야. 한 달 동안 쓴 게 겨우 이거야?’하는 식의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탐사보도의 흐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상을 받으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은 제가 직접 받은 상은 아니고, 제가 팀장 혹은 데스크로서 후배, 동료 기자들과 같이 준비했던 기사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노동 OTL’ 기사 이후 한겨레21 안에서는 적어도 긴 호흡의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간지나 월간지는 긴 호흡의 기사를 쓰는 매체가 아니었습니다. 더 세게 때리는 매체였습니다. 긴 호흡의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면서 후배 기자가 뭘 가지고 왔냐고 하면 어느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들의 성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는 아이템을 들고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시 팀장이었는데 이 주제를 펼치자고 주장을 했고, 그 계기가 된 책이 있었습니다. 제가 2005, 2006년도에 한겨레신문 문화 학술 출판 담당을 했는데 그때 서평을 썼던 책 중에 하나가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입니다. 일본에서 나온 책인데 네덜란드와 일본의 장애인들의 성문제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선정적일 수도 있겠고, 윤리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인상적으로 읽었고 서평을 썼습니다. 후배 기자가 가져온 아이템이 바로 그 책과 비슷한 내용이었고, 그 주제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포함해 조사과정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을 실제로 만나 취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해서 2010년도에 한국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습니다. 기관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터졌습니다. 모든 매체가 달라붙어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사건 초창기에 어떤 여론이 있었냐면 “거기 돈 맡긴 사람들 돈 날렸다고 울고불고 하는데 그거 다 돈 있는 사람들이잖아”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글쎄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 상인들도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받으려고 모으고 모아 돈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회팀 막내기자를 돈 떼일 위험에 있는 사람들을 취재해 기사를 쓰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막내기자는 그런 기사를 쓰려고 현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신문, 방송 최대의 이슈였던 이 사건에 대한 수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피해자들, 계좌 주인들은 자기가 앉아서 이야기를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기자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쓰다보니 하나 걸린 게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길 ‘우리는 돈을 다 날렸는데 누군가 돈을 미리 빼갔다는 소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래서 추가 취재를 했고 기사를 썼습니다. 물론 기자의 근성도 작용을 했습니다. 2011년도 한국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상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기획보도를 하러 갔더니 의외로 출입처 사람들과 밀착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정보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물론 운이 좀 따르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에 한겨레21 사회팀에 2년 정도 더 있다가 다시 한겨레로 가게 됐습니다. 재미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탐사보도팀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당시 중앙일보나 세계일보는 탐사보도팀이 있었고 한겨레는 많이 늦은 상태입니다. 국장께서 만들기는 하는데 사람은 많이 투입 못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4명 정도가 탐사보도팀을 만들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탐사보도 기획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남들이 하루 취재하는 거 1주일이 필요하고요, 남들이 10명 만날 때 우리는 100명을 만나야 합니다. 문제는 이 양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저는 탐사보도팀의 미래가 어두울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면 수많은 동료 기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과물이 좋지 못하면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기사를 쓰는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적어도 초창기에는 그렇게 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시작했던 기획이 ‘한국의 무슬림’이라는 기사입니다. 한국인 국적을 가진 무슬림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을 해서 시작을 했습니다. 이때의 포인트는 반드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얼굴을 다 가렸습니다. 저는 독자 말고 같이 일하는 기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신기해 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용기 있는 무슬림을 찾았습니다. 두 번째로 당시에는 적어도 한겨레에서는 하지 않았던 지면 편집 디자인을 했습니다. 신문편집의 전통을 거부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오히려 디자이너가 더 좋아했습니다. 기사 제목도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내용으로 붙였습니다. 참고로 이 기사는 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협박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음은 고발기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의 무슬림 기사를 준비하면서 사회부 사건팀과 협업을 통해 나온 기사입니다. 4대강 공사를 하다가 노동자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보도가 되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이를 다 모아서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당시에 19명이 죽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에 유가족, 담당경찰, 검찰, 변호사, 건설사 등 거의 200명 가까이 만나서 취재를 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행사를 한다고 자전거를 타고 온 적이 있습니다. 바로 그 행사 전날 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 현장에서. 잠깐 보도되긴 했지만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실 대통령이 온다고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4회에 걸쳐서 19명의 죽음과 관련된 기사를 썼습니다. 

탐사보도팀에서 제가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이것저것 벌여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시간도 제한이 되어 있고, 사람도 제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급적이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골랐습니다. 제가 써보고 싶었던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한겨레가 여러 가지로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이른바 민족을 강조하는 매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탈북자 관련 기사가 한겨레에서 사라졌습니다. 조선일보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그게 이념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겨레적인 맥락에서 탈북자를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찾아보니 이미 조선일보에서 너무 많은 기사를 썼습니다. 아이템을 찾다가 저희 기자 중에 한 명이 미국에 있는 교포신문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교포신문에 탈북자 가족이 살인극을 벌여 일가족이 모두 죽은 기사를 봤습니다. 제가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기획취재를 할 아이템을 잡아서 미국에 갈 일이 있었는데, 간김에 이 사건도 취재를 시켰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탈북을 해서 한국에 들어온 다음에 한국이 싫어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탈북자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탈북자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기사를 써서 2011년도에 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분명히 데스크가 필요합니다. 개입의 정도와 수준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냥 방치하는 것은 데스크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하게 잘 맺고 끊어줘야 합니다. 

제가 다시 사건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재미 없는 일을 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재미 없는 일을 하지만 재미 있는 일도 하고 싶었습니다. 2012년도에 엠네스티 언론상을 받았는데요, 당시에 9회 연재를 했던 기사입니다. 아주 옛날 사건이었습니다. 막내급 기자에게 두 달을 맡겼습니다. 파편적으로 보도가 됐던 기사들을 모아 재구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노숙자와 정신박약아를 모아서 검경이 강압수사 끝에 살인죄로 집어 넣었다가 시간이 흘러 다 풀려난 사건이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7~8매 분량으로 아홉 번을 연재했습니다. 집중력 있게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보는 사건기사들은 일시적, 파편적으로 보도가 됩니다. 의외로 1년 전 사건, 10년 전 사건이 오늘 발생한 사건보다 더 흥미롭고, 심지어는 더 정확하고 재미나게 보도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제가 기자들에게 얘기했던 것이 있습니다. 오늘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너무 경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다 아시겠습니다만 수십 명의 기자가 몰려들어 질문을 하면 답변하기 싫은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서 100대1의 확률을 뚫고 단독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신 그 수십 명의 기자들은 1주일이면 빠집니다. 반드시 빠지게 돼 있습니다. 다른 사건을 취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다음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물 먹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걸리면 제대로 걸리는 것이죠. 저는 시간차 공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주일, 한 달, 1년, 10년 뒤에 왜 안 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012년 겨울 대선 때 제가 사건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있었죠. 저희 막내기자가 연신 물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모든 부분을 생략하고 댓글 사건만 맡겼습니다. 자기도 불안했는지 아침마다 이상한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런 거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뭘 얘기했느냐면 이 사건이 최초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했습니다. 그 커뮤니티 게시판 운영자가 있습니다. 그 운영자에게 오늘 문자 하나 보내고, 내일 밥 한끼 먹고, 그 다음날 술 한잔 하고, 그렇게 계속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콤플렉스이긴 했는데 국정원을 취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한국 사회가 출입처 제도가 발달됐는데 국정원 출입기자는 없지 않습니까? 옛날에 오마이뉴스에 있던 김다홍 선배가 국정원 전담기자로 특화돼 있기는 하지만 제 꿈 중에 하나였습니다. 국정원 취재. 매채의 특성도 있는데 한겨레가 원래 안기부와 전쟁을 하며 만들어진 신문입니다. 이 당시에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라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신기하게도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냄새가 나는데 어느 언론사도 달려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석달 동안 담당자를 만나면서 2013년 2월에 1보를 썼습니다. 그해 말까지 계속 기사를 썼고 한국 기자상과 민주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겨레21 편집자로 발령 받았습니다. 2014년 4월 16일날 저는 뭐하고 있었냐면 오늘 이 자리에 계시는 박재영 교수님의 수업 준비하느라 밤새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터졌습니다. 당시에 이 사건을 취재하던 한겨레21 후배 기자가 있었는데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길래 어차피 모든 기사를 다 쓸 수는 없으니 관련된 모든 재판에 따라다니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알수 없는 의미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전부 다 적고 모아두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 일은 제가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인격과 인성에 문제가 많은 사람입니다. 인성이 좋아서, 박애정신이 높아서 이 사건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다 본능적으로 이 사건에 달려드는 기자가 최고로 훌륭한 기자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후배 기자에게 그 기회를 주기보다 제가 직접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자가 결국에는 재판을 따라다니지 못하고 유족들과 계속 함께 다녔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그 후배 기자는 그 사건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배가 한겨레로 다시 발령이 날 상황이었는데, 제가 붙잡아 앉혀놓고 계속 쓰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유족 중에 누군가가 모든 기록을 확보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모아두기만 했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자료들이었습니다. A4 용지 5백장이 든 상자 3백개 분량이었습니다. USB에 들어가 있는 자료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있었습니다. 전체를 봐야 뭘 쓸지 찾아낼 수 있을 텐데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힘들었습니다. 외부 단체와 함께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단체에 후배 기자를 1년동안 파견을 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만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을 했고, 2015년도에 상을 받았습니다. 이 기록을 모두 모아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기록들을 잘 정리해서 모은 책은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라이프디지털이 여러 잡다한 일을 하는 부서입니다. 저희가 최근에 ‘애니멀 피플’이라는 모바일 매체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애견, 동물 이야기를 말랑말랑하게 쓰는 매체였습니다. 저는 동물도 잘 모르는 상태였는데 기자 중에 한 명이 이 매체를 런칭할 때 동물단체에서 개고기 관련 발표를 한다고 해서 자료를 먼저 얻어서 기사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기사를 쓰긴 쓰되 이참에 한 번 달라붙어 보려고 했습니다. 올해 8월에 시작을 했는데 내년 8월까지 1년 기획으로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개고기를 좋아했는데 이 기획을 시작하면서 먹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여튼 개고기 문제에 대해 종지부를 찍는 방식으로 연재를 하고자 합니다. 동물단체 이야기를 듣고, 애견인의 이야기를 듣고, 개 농장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식당 주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통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할말이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따로따로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전개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소재의 특성상 엠네스티 언론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벤치마킹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퓰리처상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시면 14개 분야가 있습니다. 해마다의 수상작들이 다 있습니다. 그냥 아이템만 봐도 영감을 줍니다. 물론 그 중에 해보고 싶지만 못했던 것들도 있고,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아이템 발제 방식과 다른 접근방식에 관련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썼던 기사들이 있습니다. 그때 놓쳤던 것들, 다른 관점에서 여백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중앙일보 탐사보도의 탐사보도팀을, 전설적인 그 기사를 감히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여백을 찾아서 노동공간에 들어가서 ‘노동 OTL’이라는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시간 확보가 제일 중요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동안 기자들이 두 시간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는 것의 반복이었다면, 어떤 기회와 어떤 상황을 잡아서 24시간을 줘보십시오. 한 번에 6개월씩 주면 그 기자가 감당을 못합니다. 24시간, 사흘, 1주일씩 시간을 주십시오. 서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 확보 없이 다른 기사를 쓴다는 것은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시간을 주고 1주일이라는 시간을 줬는데 5일 내내 노는 게 보여도 괜찮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노는 동안에도 머리는 돌아갑니다. 마지막 순간에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완성도입니다. 요즘 바이럴이라고 하는 입소문을 타고 넘어갈 때는 심지어 업자들끼리도 소문이 있지 않습니까? 한두 명이라도 좋으니 그 기사 괜찮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은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텍스트의 완성도 때문입니다. 텍스트의 완성도는 대중적으로 금방 확산되지는 않지만 반드시 평판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 평판이 왜 중요하느냐하면 그 다음일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알아주는 사람들이 해보라고 얘기하거나 응원을 해 줄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상을 받기 위해 기사를 쓰십시오. 탐사보도와 관련된 논쟁이 있습니다. 큰 매체가 이런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 탐사보도를 하는데 유리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작은 매체일수록 특화 전략을 위해 탐사보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논란이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후발 주자는 특화된 뉴스, 관행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뉴스를 쓰려는 기자 집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익과 관련해서 제가 느끼는 것은 이렇습니다. 저희 신문사의 경영상 비밀이지만 살짝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가 이른바 디지털 수익 모델을 궁리하고 있는데, 지난 6개월 동안 파일럿으로 기사 말미에 이 기사가 맘에 들면 후원해달라는 부분을 넣었습니다. 가장 많은 후원을 받은 기사는 탐사보도와 단독기사였습니다. 그런데 단독이라는 것은 매일 나올 수 없습니다. 탐사기획이라는 타이틀을 걸지 않아도 내용이 탐사보도에 맞으면 후원금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후원을 많이 받은 탐사보도가 클릭 수가 높았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인터넷 조회수를 높이고, 부수를 늘리는데 탐사보도가 당장 도움이 되는지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콘텐츠를 원하는 기사들이 탐사보도인 건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 주제발표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의응답


역시 그 스승 밑에 그 제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는 사례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지역신문들도 제한된 여건 속에서 여러 탐사보도를 통해 상도 받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질의응답도 좋고, 본인의 경험을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자연스럽게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중부일보 문기석 주필입니다. 오늘 두 분 주제발표 잘 들었습니다. 저는 논설실에 오래 있다보니 현실감각이 편집국보다는 떨어져 있습니다만 오늘 재미난 얘기 잘 들었습니다. 중앙지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신문의 경우 인터넷 신문이 늘어나고 네이버 같은 포털과 연관이 되지 않으면 광고도 없어지고 가독률도 떨어져 그 부분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획기사로 불렸고, 요즘에는 탐사보도라고 하는 것들이 지방지의 경우 사실 무척 어려운 분야입니다. 인력 요건상 쉽지가 않습니다. 직접 필드에서 뛰고 계시는 안수찬 부장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탐사보도가 지면에만 나오는 건 아니겠죠? 포털에 걸려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었다고 보시는지요.


제가 한창 저 기사를 쓸 때는 포털이 지금처럼 지배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포털과 연계를 의도한다거나 하는 거는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에 들어와 세월호 사건 기사를 쓰면서 스토리 펀딩을 카카오와 같이 연계해서 진행한 적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 기사를 포털에 내 건다고 대박이 나지는 않습니다. 포털은 보통 제목을 보고 들어오는,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 이상 노출을 시키지 않고 제목만 봐서는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포털을 포함해서 인터넷 클릭 수를 높이는데 탐사보도가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직관적인 차원에서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아마 다른 방식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충성독자, 열성독자 더 나아가 미디어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희 회사 탐사보도는 주로 정치부나 사회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간간히 이달의 기자상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예전처럼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서 기사를 쓴다는 게 사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면에 나가는 기사를 보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쓴 기획기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탐사보도에 있어 지역 언론들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사람들이 읽을 만한 것들을 써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하다보니까 어디로 귀결이 되냐하면 역시나 유통의 문제에서 큰 걸림돌을 만나게 됩니다. 취재기자들이 기획기사를 만들어서 지면에 내보내고 인터넷에 올리고 하는데 사실 지면을 꼼꼼하게 보는 독자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류의 기획기사가 그렇게 인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애써 기사를 썼는데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게 되면 약간의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지역신문들이 페이지뷰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과연 이런 탐사보도 기사에 우리가 시간과 인력을 투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박 교수님이나 안 부장님의 경험이나 외국의 사례, 또는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으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긴 기사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고민이 되긴 합니다.


작년에 로이터에서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엄청나게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만 외국에서는 SNS를 통해 가장 많이 뉴스를 소비합니다. 신문이나 신문사 닷컴을 통해 기사를 보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우리나라는 포털이라는 독득한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가장 걱정하고 이미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은 그들도 언제까지나 뉴스를 보는 플랫폼이 네이버가 1등이 될 순 없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포털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태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데 미국의 조사기관이 독자들이 기사를 읽는 것을 조사하는데 빠지지 않는 문항이 하나 있습니다. 친구에게 이 기사를 읽어보라고 권할 것인지를 묻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왜 그게 중요한 질문인지 몰랐습니다. 얼마나 좋은 기사냐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가 읽은 다음에 나하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그 기사를 보라고 전하는 것입니다. 이게 좋은 기사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친한 사람에게 권할 정도면 정말 좋은 기사입니다. 우리가 대충 볼 때 지인에게 권하는 종류의 기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주 자극적인 기사거나 아니면 아주 내용이 좋은 것입니다. 우리는 후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물건만 제대로 만들어 놓는다면 시간이 걸릴 뿐 입소문을 타고 갈 것입니다. 물건을 만드는데 마지막 부분이 중요합니다. 취재를 아무리 잘해도 라이팅이 안 되면 소용이 없습니다. 의외로 주변에 권할 만한 기사가 많지 않습니다. 아이템도 좋고 라이팅도 좋으며 재미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기사를 우리가 아직 많이 못 보고 있습니다. 탐사보도가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저는 다른 곳에 가면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탐사보도를 하려면 그 회사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기자를 탐사보도팀에 꽂아야 합니다. 국내외 동일하게 탐사보도의 최대의 적은 동료 기자입니다. 동료 기자들에게 좋은 글을 보여줘야 합니다. 사람 몇 명 모아놓고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스킬이 있어야 합니다. 그 실험에 성공하면 반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최근에 이런 실험을 몇 번 한 언론사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 번 과감하게 한두 사람 정도를 2주 정도 빼보십시오. 제가 볼 때 큰 사건 안 납니다. 실제로 서울의 부장들이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실험을 해보십시오. 어쨌든 길은 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잘 만들어야 합니다. 


한겨레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제가 부장급이 되니 인사문제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뉴스룸에 탐사보도팀을 안 둬도 괜찮은 이유가 거기에는 제네럴 리포트라고 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일반 기자, 막내급 기자들을 많이 배치를 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쟁체제가 되고, 계약 연장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게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이 버티는 이유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두터운 스쿼드로 챔피언스 리그에 나갑니다. 그러나 소규모 작은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려면 정해진 인원들이 최대한의 능력치를 발휘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저는 신문사에서 선배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제가 후배 기자를 다 버려놨다고 혼이 많이 납니다. 한겨레도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탐사보도라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스트레이트도 수준이 있고 사설도 수준이 있습니다. 탐사보도에도 수준이 있습니다. 괜찮은 탐사보도가 있고, 그렇지 않은 탐사보도도 있습니다. 출발을 하려면 그냥 다른 기사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합니다. 그 시간적 여유는 국장이나 사장이 결정합니다. 간부들은 할 수 있습니다. 다들 신문을 안 본다고 하면서 왜 그렇게 기사에 집착을 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2주일 동안 쉬자고 합니다. 누군가는 계속 쉬겠고,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할 것입니다. 시간을 갖는 여지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지신 분들이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스쿼드 탓만하고 3부리그에 밖에 머물지 못합니다. 저는 기자는 제조업자라고 생각합니다. 유통업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기사를 더 잘 써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 유통에 걱정하신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그 부분을 아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SNS 하는 사람들, 신입 기자를 뽑을 때 그런 사람을 뽑으십시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좋은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건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좋은 얘기 많이 듣고 있습니다. 안 부장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성공한 탐사보도에 대한 얘기만 들었는데요, 혹시 실패한 기획이 있으셨는지요.


많은데 사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일단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는 6개월 동안 달라붙은 기획이 있습니다. 용역 깡패들에 관한 기획이었습니다. 기사도 제법 썼고, 관련된 사람들이 감옥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건별로 추적을 해서 취재를 하긴 했는데 결국은 저희도 한국 사회에서 용역 깡패들이 왜 계속 등장하는지에 관련된 것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독자들도 이래서 뭐가 어쨌다는 것인지 방향을 못 잡아줬습니다. 사실은 기사 아이템보다 실패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를 하게 됩니다. 우선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과 사이가 나빠집니다. 탐사보도를 많이 하면 인생은 행복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일하는 신문사에서 얼마나 출세를 하느냐보다 잠시 얼굴을 붉히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기사를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과의 만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별의 별 노력을 다해봤는데 만나주지도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소개팅을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사람이랑 다음 약속을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시간은 필요 합니다. 그게 가장 작위적으로 조성된 우호적인 환경에서 만난 두 명의 낯선 사람이 다음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과 관련된 일입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누군가와 말을 걸고 듣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뚫고 나가야 유능하다고 평가해 왔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1주일은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만에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1주일 동안 뭘하는 지는 개별적인 상황이 다르겠지만 이 호흡이 왜 중요하냐면 외국은 이렇게 1주일 정도 공을 들이는 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아침에 취재원의 집에 가서 오늘 해지기 전까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런 팁과 노하우는 저에게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팁은 물론 시간이 주어진다는 전제하에서 그냥 같이 있어 주는 시간을 충분히 지내면 그 사람이 저를 보기 시작합니다. 질문의 방식으로 그 사람의 일상에 개입을 하면 그 사람은 절대로 자신의 일상을 저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른 특별한 노하우가 있지는 않고, 다 데스크급이시니까 압박이 있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 건 압니다만 1주일은 걸립니다. 첫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저희들이 원래 탐사보도팀이 있다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사회부 내에서 알아서 해보라는 압박이 조금 있습니다. 두 명 정도 빼라고 하셨는데 말은 쉽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저 혼자 결정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설득이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제가 직접 데스크가 돼서 두 명을 빼본 게 아니라서 직접적인 노하우는 없습니다만 우리는 지금 인적자원이 한정돼 있기에 사람을 못 빼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시는 간부님들이 다 아시겠지만 이런 제안도 한 번 드립니다. 실제 우리 부의 기자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시간대별로 일지를 한 번 쓰게 해보십시오. 왜냐면 저도 예전에 기자를 할 때 비는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비는 시간이 다 노는 시간은 아닙니다. 대기 시간일 때도 있고, 피로회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기자라는 직업이 긴장감 있게 일하는 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하루종일은 아닙니다. 로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사회부의 출입처가 열 개 정도 될 텐데 거기에서 나오는 기사의 상당 부분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 자료를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레이더 팀을 만들라고 말입니다. 각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만 처리하는 팀입니다. 그런 사람 한두 명이 공개된 자료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출입처에 상주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아이디어를 내볼 수는 있습니다. 실험을 해보는거죠. 우리가 그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에 겁을 먹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신문시장은 전쟁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신문시장은 외국에 비해 온실입니다. 우리는 해보지 않고 겁을 먹고 있습니다. 역대 사회부가 해왔던 것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기자들에게 얘기할 기회가 생기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당신들의 부장은 아무 관심이 없을 테니 당신이 열심히 해야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말합니다. 사랑 받는 부장님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자들은 어쨌건 늘 피곤한 상태입니다. 팀을 따로 만들기가 정 힘드시면 1주일만 차장에게 데스크 역할을 맡겨두고 퓰리처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서핑을 한번 해보시면 부장님들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 한두 개는 있을 겁니다. 그 아이템을 우리 매체나 지역에 맞는 방식으로 수정을 해서 오더를 내리시는 겁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견적을 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데스크가 먼저 판단하면 조금 쉬워집니다. 시간과 인적자원을 부원들과 같이 한번 논의를 해보고 그걸 한 명 경험하게 되면 아마 부원들은 데스크를 좋아할 겁니다. 자극이 있어야 반응이 나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극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보도자료고, 하나는 점심 먹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종류의 자극에는 특정한 방식의 반응만 나오게 됩니다. 그게 바로 스트레이트 기사입니다. 이 두가지 자극을 끊어야 다른 자극이 들어올 틈이 생깁니다. 기자의 시선에서 약간 떨어져 나와 있어야 합니다. 데스크는 잠깐이라도 좋으니 다른 세상에 가서 자극을 받고, 그것을 가지고 와서 부원들에게 던져야 합니다. 이게 결정권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나눠 주신 책자를 보니 남재일 교수님도 공저를 하셨는데, 제 지도교수님이십니다. 이 책을 쓰시면서 저한테 전화를 주셔서 하시는 말씀이 지역 언론의 탐사보도 관련해서 연구를 하시는데 참고할 자료가 너무 없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희도 사실 기획취재팀이라는 이름으로 3년 정도 운영을 하다 없어졌습니다. 운영을 해보니 기다려줄 수 있는 데스크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고, 팀원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처음에 시작했던 멤버들은 잘 해냈는데 팀원이 바뀌면서 산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기자 개인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우리가 참고할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의가 있는것도 아닌 상황입니다. 재교육 수단이 없습니다. 지역 언론들이 탐사보도를 했다 못했다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템 발굴에 있습니다. 중앙지와는 다릅니다. 지역이라는 바운더리에 갇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지역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아직까지 출입처 위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탐사보도는 출입처가 없습니다. 결과물은 요구하는데 아이템은 없고, 그러다보니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레이더팀을 말씀하셨는 데요. 저희 회사가 실험을 해봤던 적이 있습니다. 행정팀이라고 해서 레이더팀을 만들어서 운영을 했는데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하루에 열 개가 넘는 기사를 써야 했습니다. 경찰팀은 보도자료만 주고 맨날 노는데 레이더팀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만이 늘어났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걸림돌들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도 그런 해법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제가 드리는 답변에도 한계가 있겠네요. 지역에 맞는 아이템이라는 부분이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1996년에 언론사에 다닐 때 영어기사 번역 업무를 맡았습니다. 출입처도 있는데 말이죠. 그게 바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기사 전부였습니다. 제가 혼자 못해서 후배 두 명을 포섭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때 처음으로 외국 기사를 봤습니다. 읽어보니 우리와 너무 달랐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기사를 보는 것만 해도 눈이 뜨이게 됩니다. 남재일 교수가 오늘 왔어야 했는데 제가 대타로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외국에는 자료가 많이 있습니다. 한번만 보면 딱 아시리라 믿습니다. 중앙지도 지역신문과 마찬가지로 출입처에 매달려 있습니다. 외국도 출입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슈에 접근할 때 각 부처로 접근을 합니다. 노인 관련 이슈는 보건복지부에 접촉을 합니다. 미국은 모든 이슈를 아래에서 시작을 합니다. 노인 복지 문제는 각 지역사회의 노인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아래부터 훑어 올라갑니다. 많은 경우로 중요한 이슈는 보도자료에 잘 안 나옵니다. 나오긴 나오지만 더 좋은 이야기들은 밑에서 나옵니다. 사람의 사고방식과도 관계되어 있습니다만 외국은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우리는 위에서 치고 들어와서 나중에 사례를 찾기 시작합니다. 접근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우리를 잘 안 만나줍니다. 여전히 어렵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접근 방식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고려해 볼 만한 방법입니다. 


옛날에 학생운동 의식화할 때 제일 먼저 하는것 중에 하나가 광주 사진전을 보는 것입니다. 탐사기획도 마찬가지로 첫 번째는 완성된 탐사보도를 보는게 시작입니다. 꼭 한 번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1999년 보스턴글로브에 Choosing Naya 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남자 기자인데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산전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축하합니다, 아이가 건강하네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기자가 얘기를 듣고 돌아서다가 “아이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질문을 하고, 의사는 “상당수는 중절수술을 하지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자 기자가 다시 “상당수라는 것은 그렇지 않은 부부도 있다는 말인가요?”라고 질문은 던지고, 의사는 “기형인 상태를 알지만 낳아서 기르는 부부도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거기서 시작을 해서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하고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자료를 모으고 기사를 쓰고 보도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기자는 달랐습니다. 지금 막 산전검사를 통해 아기가 기형이라는 것을 알지만, 낳기로 결심한 부모를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낳고 첫 번째 돌까지 2년 동안 취재를 했습니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자기 일을 하다가 1주일에 한 번씩 전화로 취재를 했습니다. 중요한 날에는 직접 만나 취재를 했고, 2년 뒤에 기사를 쓰고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그 기자가 이런 기사를 왜 썼을까요? 국장이 시켜서가 아닙니다. 부장이 시켜서도 아닙니다. 그 기자는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한국 기자들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목표는 승진입니다. 편집국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달랐습니다. 자기 이름이 박힌 책을 만드는 게 기자의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시간을 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한국의 문화의 문제가 있고 조직의 문제가 있습니다. 한겨레도 탐사팀을 만들었다가 없애는 일이 많았습니다. 조직의 문제는 답이 잘 안 나옵니다. 대신 이기적인 기자가 많아지면 조직이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데스크나 부장들이 스스로 이기적인 존재가 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기적 기자를 맥락적인 면에서 생각을 해보면 기자인생 얼마 안 남았고, 커리어 끝나기 전에 내 이름 석자 남기는 방법은 특종하는 것보다 책 쓰는 것밖에 없다는 게 비교적 명확하지 않습니까? 기자인생 통들어 책으로 쓸 만한 기사가 있으십니까? 저는 남은 시간 동안 계속 그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다 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이 모두 흘렀습니다. 오늘 열띤 토론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식사자리에서 이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멀리까지 와 주신 언론계 선후배 여러분, 그리고 오늘 행사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주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국 여러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그럼 이상으로 지역신문 간부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를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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