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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질의응답 전문

선거 여론조사 및 여론조사 보도 개선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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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36회 작성일 2016-05-20 23:36

본문

선거 여론조사 및 여론조사 보도 개선 세미나




▣날짜 : 2016년 5월 20일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


<세미나 참석자>

참석자 직 책

황호택 편집인협회 회장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

신창운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안홍욱 경향신문 정치부 차장

김명호 국민일보 수석논설위원

유병권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

오일만 서울신문 논설위원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

강민석 중앙일보 정치부장

임석규 한겨레 총괄기획 에디터

정진황 한국일보 논설위원

박승철 매일경제 정치부 야당반장

황재훈 연합뉴스 논설위원

김혜송 KBS 해설위원

김현경 MBC 논설위원

손석민 SBS 정치부 차장

이동우 YTN 보도국 취재1부국장

정연욱 채널A 보도본부 부국장

김승동 CBS 논설위원장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주제발표1) - 총선을 중심으로


신창운 덕성여대 교수 


1. 여론조사 자체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졌음. 

특히 대표성 있는 표본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 

할당추출의 문제점과 낮은 응답률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

- 실사(fieldwork)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점검 및 개선 필요

- 할당추출 대안 마련하되, 그 이전엔 보완(직업·학력 변수 추가) 시급 

- 조사기간 늘리고 재통화(call back) 통해 응답률 제고 급선무


2. 총선 여론조사에선 ‘집 전화 + 휴대전화’ 결합 곤란

대선 및 지방선거와 구별되는 총선 여론조사의 특수성 고려해야

- 휴대전화 안심번호 결합할 수 있는 법 개정 이루어져야 

- 휴대전화(안심번호) 만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은 성급  

- 253개 조사의 정확성은 기준 덜 엄격해야(총선은 총선끼리 비교) 


3.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 필요 

D-7일 이후 여론조사 공표 금지 상황에서 정확성 논의 및 개선 불가  

- 7일 전과 D-Day 여론, 막판 변수, 오차범위 이내 지지율, 부동층 존재 등 

- 여론조사 공표 금지 폐기하거나 최소한으로 단축해야  

- 그렇다고 해도 일정 기간 시행착오 겪어야 정확성 향상될 것


4. 여론조사기관의 자구 및 개선 노력 미흡

- 여론조사 실패, ARS 대응 등 조사협회 차원의 통일성 미흡 및 R&D 부실

- 가정 및 거리 면접+무기명 응답, 적극 투표층 지지율, 

   지지 후보 묻는 복합 측정치 개발, 패널조사 강화, 대규모 공동 여론조사

   휴대전화 패널 결합 및 결합 비율 검토 


5.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신상필벌 미흡  

- 방송사 출구조사 이외의 조사결과에 대한 엄격한 사후 평가 전무

- 조사기관 인증 및 등록제

- 고품질은 조사단가 상향 조정, 저품질은 차기 선거 불참 혹은 업계 퇴출 


6. 정치권의 무책임,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 학계의 무기력과 전문성

- 정치권 : ARS에 대한 입장 표명, 자체 여론조사에 대한 투명성 강화   

- 선관위 : ‘떴다방’ 정밀 실태조사, 가중치 등 기준 강화, 엄격한 심사

- 학계 : 학회 차원의 연구 및 실태조사, 

                  윤리와 양심에 기반한 전문가적 식견과 가치 판단 

 

7. 언론 : 판세분석과 결과 예측 구분 모호

    - 공천 여론조사 및 판세분석 여론조사의 한계 명확히 밝혀야

    - 최종 전화 여론조사에 근거해 결과 예측 시도해야 

- 신문사의 경우 - 공동 여론조사에 대한 전향적 입장 표명 및 실천   


8. 언론 : 여론조사와 언론의 태생적 불화

- ‘경마식’ 보도, 경쟁, 흥미, 예측에 기반한 ‘야마’ 저널리즘 탈피   

- 여론조사 보도는 모르겠지만,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전문가 적극 활용

- 과학적·객관적 조사 분석 위해선 외부 전문가 활용(예, 한국일보)


■ 여론조사 ‘보도’ 관련

1) 2000년대 이후 선거 여론조사 보도 논의 : 조사방법론 및 선정성에 집중

- 후보 지지도에 대한 집중적 관심, 과장된 표현의 문제

- 여론조사 보도 건수 급증 : 타 조사기관 결과 및 시계열적 자료 보도   

- 표집오차 고려하지 않는 순위 보도

- 승자편승 효과의 문제 등 


2) 2000년대 이후 선거 여론조사 보도 개선방향 논의

- 여론조사 보도의 제도화 : 공표금지 기간 축소, 여론조사 보도 심의

- 전화조사 대안으로 RDD 방식, 인터넷 및 모바일 조사 도입

- 보도규범의 전환 : 경마식 보도에서 유권자 선택 돕는 보도


3)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

- 결과 중심적 정확한 예측에 대한 강박관념

- 언론의 선정주의와 정밀 저널리즘 책임 방기

- 전화조사 책임론과 휴대전화 만능론


☞ 여론조사 보도 관련 몇 가지 제안

- ‘여론다움’ : 정확성 환상에서 벗어나 민심(분위기) 파악 및 전달

- 덜 엄격하게 : 오차범위, 재미없는 제목, 소수점 이하 첫째자리 반올림 

- 대체 미디어 발굴 및 활용 : Blog & Polling Aggregation Websites    

                                             (상세하고 심층적 보도 가능, 보도 품질 개선)

※ 참고자료

쪾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중앙일보 2016. 4. 8)

쪾여론조사의 옥석을 가려야 할 때다(중앙일보 2016. 5. 16)

쪾Wanted : 한국 여론조사의 정확성(동국대 특강자료 2015. 6. 8)


■ 신창운 덕성여대 교수

사회 겸 주제발표를 맡은 신창운입니다. 사실 제가 발표를 부탁받았을 때 처음에는 거절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중앙일보에서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했었는데 그때 잘하지 새삼 이제 와서 여론조사, 혹은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아서가 그 이유입니다만 총장님께서 거듭 부탁을 하셔서 맡게 됐습니다.

사실 제가 중앙일보에 있었을 때 보면 여론조사가 워낙 많이 틀렸고,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여론조사가 실패의 역사고 비판과 비난의 역사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이런 세미나 자리가 많았습니다. 그때 있었던 세미나를 보면 언론사 기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부 교수, 대학원생, 조사업계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오늘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익히 알던 유명하신 분들 앞에서 주제발표를 하게 돼 영광입니다.

짧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를 보면 제가 4월 8일 중앙일보 시론에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다’라는 과감한 글을 하나 썼습니다. 물론 여러분들 다 아시는 내용일 수 있지만 총선이 틀릴 것이라는 예측을 감히 했었습니다. 그동안 조사를 했고 보도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주제발표문을 준비했습니다.

김형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도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 있어서 여론조사의 신뢰성, 신빙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음식에 비유를 하자면 여론조사결과는 음식물입니다. 그동안 대부분 음식만 드셨을 텐데요.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걸 우리가 필드웍(field work)이라고 부릅니다. 과연 주방에서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학자들, 심지어 조사기관 사람들도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더 이상 저는 그 부분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대실패를 했습니다. 여러번 이야기를 하고 반복적인 세미나 토론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조사기관의 필드웍 부분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여론조사는 계속 틀릴 것입니다. 제가 4년 뒤에 다시 ‘총선 여론조사의 무덤’이라는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선은 아마 별로 개선하지 않아도 대충 맞출 것입니다. 언론사에 계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비교합니다. 또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을 비교할 것입니다. 그렇게 비교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휴대전화 결합 부분입니다. 2010년 이후 RDD가 개발이 돼서 집 전화 플러스 휴대전화 RDD를 해서 많이 맞출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의 경우입니다. 그러나 총선은 아시다시피 지역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구 내에서 RDD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당 같은 경우는 안심번호를 도입했었지요. 안심번호 도입은 좋습니다. 안심번호를 도입해서 총선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좋은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기관은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한다고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제대로 된 휴대번호 정보가 아니었죠. 총선은 253개의 지역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방법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여론조사를 통해서 맞추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출구조사와 여론조사를 비교하는 것도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출구조사 가지고 지금까지는 매번 틀렸는데 이번에 한 번 잘 맞췄지요. 전화 여론조사는 전화 여론조사끼리 비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제가 사실은 첨부자료에 2010년도에 여론조사를 틀리면서 변명 비슷하게 쓴 글이 있습니다. ‘원티드’라는 제목을 달아서 한국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해 논의한 글이 있는데요, 필요하시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7일 시스템에서는 여러 가지 정확성을 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제 개똥철학입니다. 현재의 출구조사 말고 여론조사를 가지고 대선을 맞췄다, 지방선거를 맞췄다고 하는 것 자체도 저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계셔서 아시겠지만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데 일주일, 열흘 전 결과를 보고 선거날 결과를 맞춘다는 게 상상이나 되십니까? D-7일부터 D-day 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것은 모두 잘 아실 것입니다. 

다른 문제점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저는 여론조사의 신빙성, 표본의 대표성과 관련해서 아무리 샘플링을 잘하고, 설문지를 잘 만들더라도 실제 자료를 수집하는 필드웍 부서, 그쪽 부서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들의 녹취를 들어보면 도대체 그런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조사를 한다는 것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점검을 하고 개선을 해야 합니다. 

필드웍의 문제는 사실 할당추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할당추출의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 현재는 성, 연령, 지역 할당변수를 사용하는데 직업, 학력도 포함을 해야 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할당변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는 여러 전문가나 기자분들이 많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안심번호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휴대전화지 않습니까? 여러분 아시겠지만 지금 현재 국정수행 지지도, 정당 지지도가 매일매일 나오는 곳이 두 군데가 있습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입니다. 리얼미티는 ARS로 하는 걸 알고 계시죠? 한국갤럽은 휴대전화를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 조사가 과연 우리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샘플링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 저는 집 전화보다 휴대전화가 훨씬 더 응답 거절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휴대전화가 만능이 아닙니다. 휴대전화와 집 전화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지금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가 없습니다. 조사기관은 집 전화와 휴대전화 비율을 1대1로 합니다. 집 전화 500, 휴대전화 500 이렇게 합니다. 그 비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제가 중앙일보에 있을 때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서울은 휴대전화의 비율을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은 집 전화 비율이 더 높아야 합니다. 일률적으로 1대1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D-7일,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폐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관위에서 내놓은 개선방안을 보면 공표금지, 축소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정확성을 확보한 이후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D-7일을 줄이거나 폐지를 해야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높아집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판단하려면 D-1일날 조사를 해야 합니다. 선관위의 판단이 잘못 됐다고 봅니다. 

휴대전화 안심번호는 도입을 하되 결합 비율에 대한 연구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조사기관 인증 및 등록제 부분은 사실 기준을 마련하기도 힘들고, 골라내기도 힘듭니다. ARS쪽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답률 10% 미만은 공표를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잘 아시는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응답률 추이를 냈는데, 1996년인가 97년에 미국의 조사 평균 응답률이 35%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2012년에 9%로 내려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더 떨어졌겠죠. 우리보다 훨씬 더 과학적으로 조사를 하는 미국에서도 응답률이 한 자리로 떨어졌는데, 우리나라가 만약 제대로 응답률을 조사하면 10~15%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5%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응답률에 10%가 무슨 기준이 되겠습니까. 아무런 기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보도와 관련해서 세세하게 따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 다들 잘 아시리라 믿고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중앙일보에 11년 있으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언론과 여론조사는 태생적 불화’라고 했습니다. 잘 지낼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ARS를 사용하지 않겠지요. 정치부 기자들은 씁니다. 기사 쓰면서 사용을 하지요. 그런데 조선일보가 ARS 조사결과를 가지고 1면에 기사를 썼습니다. 그걸 보고 제가 방방 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중아일보가 ARS를 1면에 썼습니다. 그게 언론사입니다. 제가 언론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언론 보도 행태와 여론조사는 같이 가기 힘들거라 봅니다. 

제안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제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여론다움’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평범한 단어지만 여론이 여론다워야 합니다. 현재의 체제로는 여론이 여론답기 어렵습니다. 뭔가 분위기를 전달하고 민심을 전달하는 부분에 여론조사를 활용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하셨지만 BBC는 정말 재미없는 제목을 답니다. 그냥 누가 조금 앞섰다고 씁니다. 이게 제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세훈 40%, 정세균 30%라고 쓰고 오세훈이 앞섰다고 쓰지요. 제목에 오차범위도 밝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꾸준히 주장해왔지만 소수점이하 첫째자리 표기, 이거 바꾸는데 여러 언론사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오세훈 38.9% 이렇게 쓰는데 이게 39%입니다. 39%보다 38.9%가 정확하냐.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그냥 39%, 40% 이렇게 표기를 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0.1%를 가지고 누가 앞섰다고 쓰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때 각 언론사마다 여론조사 전문기자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상시적으로 운용하기 힘들다면 외부의 교수들이나 전문가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많이 밝히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일보는 정한울이라는 객원기자를 써서 제법 많은 보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거 여론조사 및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주제발표2)


김형준 명지대 교수(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Ⅰ. 문제제기


현대 민주주의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해 나가는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당의 공직 후보 선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여론을 형성하고 민심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거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언론보도는 투표권자인 유권자의 행태와 후보자 경쟁구도 형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한 측면은 ‘침묵의 나선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여론의 형성과 확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개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소외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을 관찰해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자신이 지배적 여론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때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침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는 의견은 ‘우세자 편승 효과’, 또는 ‘밴드 웨건(bandwagon effect)’에 따라 더 강화되고, 소수 의견은 이른바 침묵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잦아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2002년 대선에서 노풍(盧風)이 강하게 휘몰아 쳤을 때, 노풍을 확인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어디를 가나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로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은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았습니다. 노 후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판단을 유보한 유권자들은 심리적 부담이나 사회적 압력을 느끼면서 노 후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또 다른 영향력은 유권자의 전략적 움직임을 자극하는 데 있습니다. 전략적 유권자는 자신의 선호도보다 선거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표 방향을 결정합니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이러한 평가 과정에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고 누가 낮은가 등의 정치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를 부추깁니다(김형준, 2002). 

그런데,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론조사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누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느냐는 경마식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선거가 정책보다는 이미지에 좌지우지되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심한 경우, 경마식 보도는 특정세력에 악용되고 여론을 크게 왜곡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경우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반대로 국민의 뜻을 왜곡함으로써 민주정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13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총선 관련 여론조사결과를 봇물처럼 쏟아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러한 조사결과를 경쟁하듯이 보도했습니다. 분명, 언론사의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 표방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여론조사 보도는 이제 보편화되었지만 보도 실태를 살펴보면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여론조사결과가 큰 편차를 보이는가 하면 여론조사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4·13 총선은 잘못된 여론조사와 부정확한 언론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총선 결과는 여론조사와 딴판이었습니다.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무난히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심지어 새누리당이 170석에 육박하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여론조사결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제2당(122석)으로 전락했고, ‘여소야대의 3당 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4·13 총선은 새누리당 참패뿐만 아니라 여론조사기관들의 대실패로 기록될 만합니다. 

언론이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하는 것은 ‘객관적 조사’와 ‘불편부당한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언론이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함으로써 선거에 임박한 유권자에게 후보에 대한 평가와 후보 지지도 등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결국 유권자의 ‘식견 있는 선택(informed decision­making)’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객관적이며 더 많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하튼,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궁극적으로 여론과정에서 국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여론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습니다’(양승찬 1998, 112).  물론, 한국 사회에 정착한 여론조사 보도가 여론 형성과정에서 일반 국민이 공론장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제약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지지 정도를 묻는 여론조사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더구나, 후보 진영으로 하여금 각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정도를 토대로 보다 과학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언론기관에서 보도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 이러한 현상을 유발시키는 핵심 이유로 여론조사기관들의 비과학적인 조사방식과 언론기관들의 잘못된 여론조사 보도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 여론조사기관들이 안고 있는 조사방법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여론조사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고찰합니다. 나아가 향후 언론기관들이 어떻게 합리적인 여론조사 보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Ⅱ. 여론조사와 여론 보도  


후보 지지도와 같은 정치 사안에 관한 여론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은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많은 정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따르면,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며 사람들이 정치행위를 결정하면서 많은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Mutz, 1994).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는 데이비슨(Davison)의 ‘제3자 효과 가설(the third-person effect hypothesis)’과 노엘라-노이만(Noelle-Neumann)의 ‘침묵의 나선 이론(the theory of the spiral of silence)’에 의해 검증되었습니다. 이들 이론들은 모두 정치 사안과 관련된 실제의 여론 상황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태도 등에 대해 개인이 인식하는 ‘사회적인 지각(social perception)’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데이비슨(Davison)의 ‘제3자 효과 가설’은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개인의 편향된 지각을 개인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매스 미디어의 메시지가 개인 자신(I) 또는 함께 있는 사람(You)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제3자 타인(others)에게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을 ‘제3자 효과 지각(the third-person perception)’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제3자 효과 가설이 갖는 중요성은 ‘개인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게 매스 미디어의 내용물들이 더 영향력을 칠 수 있다는 지각을 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적인 측면에 있습니다’(양승찬 1998, 110; Mutz, 1989, 3-23). 한편, 노엘라-노이만(Noelle-Neumann)의 ‘침묵의 나선 이론’은 매스 미디어를 통한 특정 사안에 대한 여론 분위기에 대한 지각이 사람들의 공개적인 의견 표명의 정도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견해가 여론 상황에서 ‘의견 분위기(climate of opinion)’로 나타나는 다수 견해와 ‘일치한다(congruent)’고 지각하는 사람들은 사안에 대한 공개적인 의견 표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반해 ‘불일치한다(incongruent)’고 지각하는 사람들은 고립의 두려움(fear of isolation) 때문에 침묵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스 미디어는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전파시키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입니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이 소수파에 속한다고 판단할 경우, 고립을 두려워해서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것입니다.2)  

<그림 1>은 위에서 언급한 이론들을 토대로 언론 여론조사 보도의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한 틀을 모형화한 것입니다.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 여부를 떠나 조사결과는 언론을 통해 보도됩니다. 그런데,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후보자를 선정, 압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론조사에 따른 언론의 후보자군 선정은 일종의 문지기(gate-keeping)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홍영림(2007)의 지적대로, 안정적인 정당 정치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당 정치의 유동성이 크고 또한 개별적인 정치 지도자의 영향력이 지대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여론조사가 아직까지 보다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기존 정치권에서 벗어나 있는 정치세력의 경우에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대선의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언론에서 후보자로 선정된 이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차기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인식되는 반면, 이러한 후보군에서 벗어나 있는 인사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득표할 수 있는 잠재력보다 낮은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유권자의 정치행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지각과 태도에 영향을 주면서 간접적으로 정치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 쪽 의견을 가진 사람이 타인들이 자신과 같은 의견 방향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인식한다면, 이들은 제3자 효과 지각으로 인해 여론조사결과에 제시된 여론 분위기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일치된 여론 분위기를 지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침묵의 나선 이론의 주장에 근거하여, 더욱 일치된 여론 분위기를 지각하게 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활발한 의견 표명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3)(양승찬 1998, 121-122). 

한편, 이러한 정치행위는 ‘승자편승효과(bandwagon effect)’를 초래하여 다시 여론조사와 언론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승자편승효과’는 특정 후보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와 선호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승자편승효과’는 유권자의 후보 지지 태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언론의 보도 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행해진 갤럽 여론조사를 토대로 Time과 News Week의 보도 태도를 분석한 한 연구에 의하면, 이들 언론매체들은 각 후보를 지지율의 변화 정도에 따라 갑작스럽게 지지가 부상한 ‘밴드웨곤(bandwagon) 후보’ 범주, 주목할 만한 정도로 큰 폭으로 지지를 상실한 ‘기반상실(losing ground)’ 범주, 크게 앞서며 계속해서 선두를 지켜온 ‘선두주자(front- runner)’ 범주, 그리고 ‘낙선 예상 후보(likely loser)’ 범주 등 네 범주로 구분했습니다. 이 중에서 언론에서 가장 호의적인 기사는 ‘밴드웨곤 후보’ 범주에 돌아갔고, ‘낙선 예상 후보’에게서는 우호적인 뉴스에 대한 기대를 거의 할 수 없었으며, 뉴스 이미지는 개인적으로 흠이 많고 정치적으로 순진하거나 그의 정책 프로그램이 부실한 것으로 묘사되었던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홍영림 2007, 9). 요약하면,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가 타인들이 다수의 편으로 따라가도록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는 승자편승의 제3 효과 지각이 공개적인 의견 표명과 같은 정치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Ⅲ. 한국 여론조사의 문제점


1. 할당표집(quota sampling)과 같은 비확률적 표집방식(non-porobability sampling)의 남용

선거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의견과 흐름을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물론 3,000만명이 넘는 20세 이상 유권자 전부의 의견을 듣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래서 전체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특정한 표본집단(sample)을 뽑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표본을 선정하느냐, 즉 표집(sampling) 문제입니다. 한국의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은 확률표집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할당표집방법(quota sampling)을 사용하고 있습니다.4) 언론에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경우, 표집방법으로는 무선표집방법을 이용했다고 발표하지만 실제 응답자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일정한 수를 할당해서 표집합니다. 따라서 조성겸(1997, 29)의 지적대로 “개인은 확률적으로 표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할당표집”에 해당됩니다. 할당표집방식을 채택할 경우에는 유효 표본수를 채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조사 시 통화가 안 됐을 때 최초로 선정된 표본 전화번호를 바꾸고, 통화가정 내 무작위 선정 원칙(random sampling)을 지키지 않으며 조사과정에 임의로 성별, 연령별로 할당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할당표집방법은 확률표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의 정확성을 알지 못합니다.

더구나, 조사 기관들이 동일한 원칙에 따라 응답자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별로 자신이 정한 임의 기준에 따라 할당하기 때문에 비슷한 시점에 실시한 여론조사결과가 기관별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할당표집과 같은 비확률적 표집방식의 사용과 재통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 생긴 낮은 응답률과 관련된 표집오차(sampling error)이고, 다른 하나는 설문내용 구성 및 조사방식 차이, 조사원 구성 및 조사비용 등과 연관된 비표집 오차(non-sampling error) 등이 대폭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할당표집방식과 대비되는 것이 확률표집방법입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일단 표본으로 선정된 대상자가 부재 중일 경우, 재접촉해서라도 그 대상자를 조사합니다. 미국의 트라우코드(1987)의 연구에 의하면 표본의 50%를 접촉하는데 3회 재접촉이 필요하고, 90%의 접촉에는 10% 재접촉이 필요합니다.  만약 모든 기관이 응답자를 선정할 때 동일하게 ‘가구 내 선택방식(in-house selection)’과 같은 무작위 확률표집(porobability sampling)방식을 준수한다면 조사기관별 차이가 현격히 줄 것입니다. 


2. 낮은 응답률에 따른 대표성 문제

전화조사를 통해 1000명의 응답자를 얻기 위해 조사기관은 보통 그 열 배가 넘는 10,000개의 전화번호를 뽑습니다. 그렇게 뽑힌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대략 60%는 결번, 통화 중, 부재 중 등의 이유로 통화에 실패합니다. 통화에 성공한 나머지 40% 중에서도 실제로 조사에 응하는 사람은 많아야 절반 정도여서 전화조사 응답률은 처음에 뽑힌 전화번호의 20%를 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가령 A라는 조사기관은 하루에 조사를 마치기 위해 통화가 안됐을 때 최초로 선정된 표본 전화번호를 바꾼 반면, B라는 조사기관은 부재 중일 경우 재통화를 시도하거나 거부한 표본 전화번호에 대해 2차 전화설득(refusal conversion)을 시도했다면 그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화조사를 위해 처음에 무작위로 1,000명의 표본전화를 선정하면 거기에는 다양한 계층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관심이 많고 정치에 적극적인 사람이 포함되는가 하면, 반대로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소극적인 사람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후자의 사람들보다는 전자의 사람들이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전자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 조사관행대로 전화를 걸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임의로 다른 표본으로 대체해 조사한다면 정치에 적극적인 사람이 질문 대상에 선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반면, 최초 표본전화에 충실하기 위해 조사를 거부한 사람이나 전화를 받지 못했던 사람에게 재통화를 하거나 예약을 받아 조사한다면 다양한 계층이 조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사에 포함되는 계층의 차이가 궁극적으로 결과의 차이를 낳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조사기관이 가능한 한 처음 뽑힌 전화번호의 사람들 모두로부터 응답을 받아내려고 노력한다면 기관별로 조사결과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응답 거부자들과 조사에 응한 층이 정치적 성향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낮은 응답률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성향이 높으면 조사결과는 빗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조성겸 1997, 34).       

영국의 MRS(Market Research Society of Britain) 소위원회는 1992년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빗나간 이유로 부적절한 할당표집체계, 여론조사 이후 실제로 투표의사 변경, 조사 거부자의 성향 등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보수당 지지자들이 응답 거부 성향이 노동당 지지자보다 높았던 것이 지적되었습니다. 1996년 미국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갤럽, 해리수, 퓨 등의 여론조사기관들은 민주당 후보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돌과의 득표율 차이를 11~14%로 예측했지만 실제 차이는 8.5%에 불과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응답 거절률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거절률보다 다소 높았기 때문이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조성겸 1997, 35).

여하튼 응답 거부는 편파된 표본을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Bradburn 1992). 지난 4·13 총선에서 여론조사가 틀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론조사 시 젊은 층, 화이트 칼라 등 야당 지지자들의 응답 거절률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거절률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추론됩니다. 일반 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수용자들은 주로 중장년층이고, 젊은 유권자 표본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평소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야당 성향의 ‘숨은 표’가 상당히 존재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5) 더구나, 일각에서는 보수정부가 들어서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자유가 위축돼 여론조사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3. 편향된 재택확률 분포 

표본이 무작위로 추출된다하더라도 특정한 시간대에 전화로 접촉할 경우 그 시간에 부재 중인 사람은 접촉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화조사에서 표본에 추출된 확률은 재택확률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재택확률은 시간대 중에서 응답자가 집에 있을 시간량의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평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시간대에서 어떤 사람이 60분 간 집에 있었다면 이 사람의 시간대 재택확률은 60/180*100=33.3%가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의 재탁확률은 불과 34.5%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조성겸(1997 36)의 지적대로 “재택확률이 정치적 의견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으면 이렇게 낮은 재택확률은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예컨대, 낮에 조사할 경우, 여성 할당량은 여성 중에서 전업주부와 직장 여성이 표본의 비율대로 표집되는 것이 아니라 전업주부가 과다 표집되고, 직장 여성은 과소 표집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재택확률이 낮은 경우, 교육수준, 직업, 사회계층 등 정치적 성향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변인을 할당변인으로 하기 어렵게 되고, 조사결과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조성겸(1997, 42-47)은 1995년도 국민생활시간조사의 자료를 활용해 재택 확률에 미치는 직업과 소득 등의 영향을 파악했습니다. 특히, 전화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시간대의 재택확률을 고찰했는데 평일 오후 시간대의 경우, 평균 18.3%, 그리고 저녁 6시부터 8시까지는 34.5%, 8시부터 9시 30분까지는 58.7%였습니다. 토, 일요일 경우는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토요일 오후는 30%, 일요일 40~50%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렇게 접촉할 수 있는 층과 그렇지 못한 층간에 직업적인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연령과 성을 통제한 다음 직업을 가변인으로 해서 회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정주부의 재택확률이 높고, 사무기술직과 경영관리직이 낮았습니다. 저녁시간의 경우는 경영관리직이 낮고 학생과 농업, 어업이 다른 직업단에 비해 높은 편이며, 가정주부가 가장 높았습니다. 따라서 평일 낮부터 조사할 경우, 가정주부와 학생 및 농어민층이 과다 대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여론조사에서는 표집방법에서 초래되는 직업적 편파로 인해 초래되는 오차가 최소한 2%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따라서 재택확률 차이를 감안한 표집작업을 사용하지 않는 한 조사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 짓고 있습니다(조성겸(1997, 52).    

이런 연구결과들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어떤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유선전화방식이나 자동응답방식(ARS)을 활용할 경우 주부와 고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조사에 응할 확률이 큽니다. 그런데 이들의 정치 성향이 보수적인 것을 감안한다면 여당과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조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토대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면 그만큼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택확률 분석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가중치 부여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이 아니라 유선전화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할 경우, 20~30대 젊은 세대가 저녁 시간대 조사에 포함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론조사기관들은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의 응답률이 낮으면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4. 설문 내용의 취약한 타탕성 (validity)

일반적으로 한국 여론조사기관들은 후보 지지도와 같은, 여론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에서 서로 다른 설문지(questionnaire)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가령, 한국갤럽은 “○○님께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합니다. 반면, TN소프레스는 “내일 바로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 ○○님께서는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봅니다. 응답자의 입장에서는 당선을 기대하는 후보와 지지하는 후보 간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당지지에 관한 질문 내용을 보더라도 한국갤럽에서는 “○○님께서는 이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라고 물어본 반면, 코리아리서치에서는 “○○님께서는 이 중 어느 정당을 가장 좋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봅니다.

마찬가지로 지지하는 정당과 선호하는 정당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설문 순서와 설문 내용 이외에 같은 문항에 대해 응답자에게 한 번만 질문하느냐 아니면 추가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조사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선 후보 지지’와 ‘정당 지지’에 관한 질문에서 “없다/모른다” 라고 응답한 소위 무응답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응답층에게 추가로 “그래도 어느 후보 또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어본 다음 그 결과를 최초 지지 응답에 포함시키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간에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Ⅳ.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 


1. 경마식 보도

현행 여론조사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느 후보가 몇 % 앞서느냐 하는 경마식, 흥미 위주의 보도에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기관이 신속성과 경제성에 매몰되면 조사결과는 정확성과 신뢰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기관은 선거 여론조사를 보도할 때 흥미 위주로 보도하면서 대선 후보 지지율의 지속과 변화와 같은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사결과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중요한 정치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신비주의와 맹목주의의 함정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유권자가 비이성적인 잣대로 투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보다는 후보 선호도와 지지도, 당선 가능성과 같은 사항을 경마식으로 보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마식 보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기사가 유권자의 ‘식견 있는 판단’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나 쟁점에 대한 정치적 입장과 정책적 대안을 중심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를 중심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2. 기사 작성의 문제 

학계에서는 여론조사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부적절한 제목의 사용, 근거 없는 해석, 과도한 설명, 불분명한 참조, 그리고 선정적인 표현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이준웅 ; 김형준 2010).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같은 조사결과에 대한 상이한 해석입니다. 2015년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심화되었을 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회원(4,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 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매체에 따라 해석이 정반대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10월 13일 자)는 교사 62%가 ‘사관은 다양하지만 역사 교육은 하나로 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한겨레신문(10월 15일 자)은 ‘대학의 역사전공 교수들은 집필 반대를 하고 있고, 일선 교사들은 교총이 62%의 찬성을 근거로 국정화를 공개 지지하는 것에 허탈감을 느끼며 교총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매체 입맛에 따라 여론조사결과를 달리 해석할 경우, 다른 논조의 신문이나 방송을 비교할 여유가 없는 시민들은 편향된 사고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편향된 시각의 제목입니다. 1997년 대선 때 한국일보(11월 7일자)는 ‘DJP 단일화 잘못, 50%’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조사결과를 보면 단일화가 잘못이라는 응답이 50%였지만, 잘했다고 응답한 경우도 44.4%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JP 단일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만을 제시한 것은 불균형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제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보도를 선거에 먼저 도입한 영국은 여론조사 보도의 왜곡과 남용을 막기 위해 까다로울 정도로 많은 보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가령, 여론조사에 나타난 특정 수치나 사실을 제목으로 뽑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가 갖는 한계와 불가피한 오차에 따른 정보 해석의 오류성과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김창룡, 2007).

셋째, 자의적 해석입니다. 특히, 오차 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데도 ‘앞선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해석입니다. 통상적으로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3.1%p로 표기되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상당수 기자들은 최대 8%p로 생각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6.2%p 내의 결과는 언제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언론은 오차범위 내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압도적 1위’ 또는 ‘승승장구’ 등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도된 여론조사결과는 각종 선거에서 민심을 왜곡시키는 중요한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현안에 대해 응답자들의 인지와 이해 정도를 따져보지 않고 조사결과만을 보도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을 낳을 수 있습니다. 가령, 국가보안법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 내용도 알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30%에 육박한데도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하느냐, 아니면 폐지해야 하느냐를 묻고 결과만을 언론에 보도한다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Ⅴ. 선거 여론조사 보도 개선 방안


여론조사결과의 공표·인용 보도 금지 규정을 포함하고 있는 통합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습니다. 방송·신문·통신·잡지, 그밖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하거나, 여론조사결과 등과 같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습니다.6)

여론조사결과 공표·보도 및 자료보관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정도 있습니다.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연령대별·성별 표본의 크기를 포함함), 조사 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 내용,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의 크기의 오차를 보정한 방법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해야 합니다.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관·단체는 조사설계서·피조사자 선정·표본추출·질문지작성·결과분석 등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 입증에 필요한 자료와 수집된 설문지 및 결과분석 자료 등 당해 여론조사와 관련 있는 자료 일체를 당해 선거의 선거일 후 6개월까지 보관하여야 합니다.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경우에는 해당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관·단체는 해당 여론조사의 조사설계서·피조사자 선정·표본추출·질문지 작성·결과분석 등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합니다.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는 공표 또는 보도된 여론조사결과의 객관성·신뢰성에 대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로부터 서면으로 이의제기가 있거나, 공표 또는 보도된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해당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관·단체에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요청을 받은 기관·단체는 지체없이 이에 따라야 합니다.

문제는 여론조사와 관련된 이런 선거법 규정들이 있지만 여전히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한국갤럽은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올바른 여론조사 보도를 위해 필요한 핵심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7) 

질문의 핵심은 어떤 여론조사가 보도할 가치가 있는 과학적 조사인지, 아니면 가치가 없는 비과학적 조사인지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여하튼 기존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보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주목해야 합니다.


1.  언론기관 내 ‘여론조사보도심의위원회’ 구성 

프랑스는 여론조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여론조사의 공개 및 배포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한편, 법무부 장관 감독 하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여론조사위원회까지 두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본연의 책임과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이 위원회는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각각 설치되어 있습니다.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하는 각 1명, 학계, 법조계, 여론조사기관·단체의 전문가 등을 포함하여 중립적이고 공정한 사람 중에서 중앙 및 시·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위촉하는 9명 이내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여론조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견해를 입맛에 따라 보도하기보다는 선거 결과 해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포함된 ‘여론조사보도심의위원회’를 언론기관 내에 구성해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합니다. 각 언론은 이 위원회를 통해 여론조사를 보도하기 전에 선관위가 제시한 보도 준수사항을 정확히 이행하고, 나아가 여론조사 왜곡·조작 사례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더욱이, 선거 과정에서 각 방송사와 언론을 통해 선거 전문가들이 제시했던 예측과 전망에 대한 사후 평가를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선거 후 여론조사(post election survey)를 통해 선거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관행도 정착시켜야 합니다. 


2. 과학적 조사에 입각한 보도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적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짧은 선거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시비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관행처럼 뿌리내리고 있는 기존 조사방식에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당은 자체 조사 때 안심번호를 활용할 수 있지만 민간 조사기관은 이동통신사로부터 안심번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를 개선하는 것 이외에도 국민에게 신뢰받는 여론조사와 선거보도를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 ▲심층적인 분석 ▲투명한 공개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 정확한 조사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확률표집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합니다. 다단계층화표집(multistage stratified random sampling)을 통해 전화번호 예비표본을 추출하고, 통화 가정 내 응답자 선정 역시 임의적인 할당이 아니라 가구 내 선택(in-house selection) 방식을 통해 무작위 확률표집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재통화 규칙 ▲예약시스템 ▲2차 전화설득 등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유효 표본의 응답률을 대폭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이는 조사디자인, 표집과정, 조사원의 수준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응답률이 조사 데이터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조사 일정을 최소 5일 이상으로 정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표본 대상에 대해 최소 5회 이상 재통화한다는 규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한 번 전화해서 통화를 못했다고 표본을 바꾼다면 그것은 전화를 받기 위해 항상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거주자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하루를 3개 시간대로 나누어 하나의 샘플 전화번호에 조사기간 동안 수 차례 재통화를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거부한 표본 전화번호에 대한 2차 전화설득(refusal conversion)을 시도해 예비 표본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여야 합니다. 이는 표본 전화번호 하나하나가 통계적 의미를 갖기 때문입다.

둘째, 어느 후보가 몇 % 앞서느냐 하는 경마식, 흥미 위주의 보도가 아니라 주요 현상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합니다.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기관이 신속성과 경제성을 강요하면 조사결과는 정확성과 신뢰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기관은 선거 여론조사를 보도할 때 흥미 위주로 보도하면서 심층 분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정확하게 조사된 특정 후보 지지율과 같은 변수를 과장 보도하고 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분석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심층 분석을 통해 중요한 정치 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신비주의와 맹목주의의 함정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유권자가 비이성적인 잣대로 투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셋째, 투명한 공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108조 4항은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 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 지역·일시·방법, 표본 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사방법론을 연구하는 학자와 여론조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사회조사의 과학성을 제고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한 일환으로 조사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사자의 윤리적 의무를 규정하고, 조사연구의 윤리적 요소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고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윤리강령 제3조에서는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할 때는 조사자, 조사 의뢰자, 조사목적, 조사시기, 조사장소, 모집단과 표집 틀,  표본크기 및 산정방법,  표집방법, 조사방법(면접조사, 전화조사, 우편조사, 인터넷조사 등), 질문지(질문 내용), 재통화·재방문·재발송 횟수, 표본대체 규칙, 응답률, 표집오차, 가중치 부여방식, 기타 조사 및 분석 절차 등의 사항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8)

이러한 조사윤리강령의 제정은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고 조사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서입니다. 윤리강령이 지켜지지 않는 비과학적인 조사는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윤리강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조사기관들을 퇴출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매니페스토 여론조사 보도 관행 정착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한국 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물결치고 있습니다. 매니페스토의 감동과 물결이 잔잔히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선거에서는 정책보다는 후보자의 외모와 인상과 같은 이미지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유권자 투표행태에 대한 실증적 선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유권자들이 정책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조건들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유권자들이 특정 이슈나 정책 현안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미 FTA가 정책 이슈로 부상하고 유권자들이 이것을 기준으로 투표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권자들이 FTA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단순한 찬반을 넘어 이슈의 정책 효과(policy effect)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한다면 정책 투표가 더욱 활발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둘째,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들이 정책 이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해야 합니다.

셋째, 특정 이슈가 유권자에게 절박해야 합니다. 즉, 투표 참여 동기가 특정 이슈와 연결될 만큼 이슈가 유권자에게 아주 절실하게 체감되어야 합니다(박찬욱, 1993).

매니페스토 운동은 바로 두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9) 특히, 매니페스토 여론조사는 정당, 후보, 유권자들이 특정 이슈에 관한 입장을 파악하고 평가하는데 유용한 수단입니다. 내년 대선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보자와 언론, 유권자가 공유할 수 있는 대선 매니페스토의 비교-분석 틀과 지표가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는 복잡하고 방대한 분량의 대선 매니페스토를 유권자 눈높이로 비교-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기 위해서 입니다.

후보자별 공약의 변별력을 높여 올바른 선택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니페스토 여론조사는 궁극적으로 여론 주도층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매니페스토 지표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고 이러한 정보를 언론과 정당 및 후보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이러한  매니페스토 여론 조사야말로 경마식 여론조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10) 

매니페스토 선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후보 및 정당들의 정책 공약 전반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매니페스토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4가지 차원에서 핵심 공약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첫째, 일관성(Consistency) 차원입니다. 특정 후보가 제시하는 각종 공약 간에 어느 정도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는가 또는 후보의 공약이 자신이 속한  정당 기조와 충돌되는 것은 없는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타당성(Validity) 차원입니다.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필요한 정책인가 또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정책인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실행가능성(Feasibility) 차원입니다.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 가능하겠는가, 국민의 순응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가 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효율성(Efficiency) 차원입니다. 경제적 효율성이 있는가 또는 재정력을 넘어서는 정책이 아닌가 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하튼,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이러한 4가지 차원에서 핵심 공약 정책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4. ‘전략 중심적 보도’에서 ‘이슈 중심적 보도’로 전환

 이준웅 교수는 기존의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과학적 방법론에 충실한 조사 수행과 ‘이슈 중심적(issue-oriented) 여론조사 기획’과 ‘숙의적 여론조사 (deliberative pollings) 기법의 도입’ 등 새로운 여론조사기법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언론사에 조사 연구 시스템을 가동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전략 중심적 보도란 ‘후보자의 승패와 관련된 동기에서 초점을 맞추고, 후보자들의 모든 행동을 선거전에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전술로서 묘사하는 보도양식을 의미합니다.’ 제이미슨(1992)과 패터슨(1993)은 언론의 선거 보도가 진정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전략 중심적 보도’가 아닌 ‘이슈 중심적 보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5.  여론조사 전문기자 확보와 양성 

보도의 정확성은 물론 여론조사 절차에 대한 전문 조사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언론사가 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요청할 수  있고,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절차와 방법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여론조사 전문기자들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선거 자료를 재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론조사 원자료(raw data)를 축적해서 일회성 보도가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여론의 추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또, 언론기관들이 여론조사기관들에게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원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계에서 이 자료를 활용해 재분석하고 그 결과들을 여론조사 전문기자들과 토론하면 수준 높은 여론조사 보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Ⅵ. 결론


한국 사회의 정치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선거 여론조사는 갈수록 그 위력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도전받고 있습니다. 일부 인터넷언론은 예비후보자 측의 도움을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문짝 만하게 보도하면서 사실상의 불법선거에 앞장 섰습니다. 이런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공직후보를 선출하거나, 중요한 정책을 수립할 때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경마식의 잘못된 여론조사 보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책선거의 정착을 위해 현재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을 고찰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매니페스토 언론 보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과학 이론이 마찬가지이지만, 여론조사도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이란 전제 아래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현재의 다양한 변수들을 사용해 미래의 불확실한 사항을 추론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여론조사결과가 현 상황에서의 스냅사진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사결과를 과장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축소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조사결과가 정확한지 아니면 왜곡되었는지는 판단할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근거는 사회의 일반 통념을 벗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조사결과라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은 조사결과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대처해야 합니다. 조사결과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 결과가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causality)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조사결과만이 아니라 DB화된 과거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는 언론이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여론조사 보도를 위해 조사 자료를 DB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여론조사는 늘 오류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준비-진행-분석의 전(全)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준비단계의 오류 가능성은 표본추출, 자료수집의 과정, 설문구성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행과정상의 오류 가능성은 면접원의 유도성 질문, 응답결과의 자의적 처리 등 면접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샘플링 오류(non-sampling error)’입니다. 분석과정의 오류 가능성은 무응답의 처리, 긍정답변의 범위 설정 등이 포함됩니다. 이와 같은 오류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핵심입니다(김광남 2003; 조성겸 1997). 

여론조사는 객관성이 생명인데, 의도를 가지고 실시하거나 맹점을 감춘 채 결과만을 확대하는 여론조사는 차라리 ‘여론조작’에 가깝습니다. 언론은 결과가 왜곡된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점을 깊이 명심해서, 여론조사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언론 스스로가 ‘여론조사보도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여론조사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실시되었는지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이외에 언론은 매니페스토 여론조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조사결과를 중점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한국 선거가 정책 및 이슈 선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지 선거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책선거로 거듭나는데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큰 것입니다. 더 이상 흥미 위주의 경마식 보도, 끼워넣기식 보도, 당일치기 조사에 의한 번개 보도 등에 매몰돼서는 안 됩니다.

분명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위한 준비된 미래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올바른 시대정신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정론을 지향하는 언론은 유권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의제에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며, 깨어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해줘야 합니다. 경마식 보도보다는 정책 중심으로 심도 있는 공론 장을 마련해주는 정론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때 만이 대선이 성숙한 민주주의와 신뢰 공동체 구현을 위한 충분한 소통과 질서 있는 참여를 기반으로 전(全)국민적인 축제로 치러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일문일답


▲김혜송(KBS 해설위원) : KBS 김혜송입니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제가 발제문을 보고 든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게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보고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김형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여론조사 자체, 정확한 여론조사가 갖는 한계 부분에 대해 집중해서 쓰신 것 같습니다. 2016년 4월 총선 여론조사와 우리가 느꼈던 문제의식과 관련된 내용은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합니다. 여론조사 자체가 갖는 한계라고 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구요, 시의성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왜 이렇게 잘못 됐는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변화된 미디어 환경, 이를테면 전화도 미디어로 볼 수 있겠죠. 통신도 많이 달라졌으며 생활패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같은 부분들이 정확한 여론을 짚어보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확률표집이라든가 할당표집의 문제 부분은 여론조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계속 존재했던 것입니다. 이번에만 꼭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볼 때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보다 이러한 부분들이 이번 선거에서 왜 더 부각이 됐는가에 대해 논의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민석(중앙일보 정치부장) : 선거 여론조사에 집중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거 여론조사가 왜 틀렸고, 어떻게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한쪽 측면이 조금 간과된 것 같아 그에 관한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2009년도 사례인데요. 어느 한 지역, 아마 한 군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유선전화를 2천개를 사들였습니다. 2천개를 사는데 들어간 비용이 3천만원이었습니다. 아마 짐작을 하실 것 같습니다. 2천개의 유선전화를 착신전환했습니다. 보통 착신전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착신전환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지역을 보면 집 전화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사를 가기 때문에 비어있는 휴면 유선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을 선거철에 한꺼번에 사들이는 행위, 이게 전제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2천개를 사들여서 휴대전화 30대에 나눴다고 합니다. 30개의 전화로 15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이것은 경선의 사례인데요. 경선 여론조사 대상이 7백명이었는데 150명의 착신전화를 돌렸던 것이지요. 7백명 중에 150명이면 정확히 21.4%인데 21.4% 만큼의 여론조사 조작이 있었던 것이고, 실제로 이 사람이 경선에서 이겼습니다. 자신의 지지율에 21.4% 얹었으니 질 리가 없겠지요. 선거 여론조사가 틀린 것에 대해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가중치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하며, 여론조사 대상인 샘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만 조사 대상인 후보들의 여론조사 조작 문제는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거 여론조사에 국한해 얘기를 한다면 이런 행위가 지금도 가능할까요? 2천대의 전화를 한꺼번에 사서 150통의 전화가 걸려온 게 가능한 이유는 낮은 응답률 때문입니다. 단위가 커진다고 해도 저는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여론조사가 틀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응답률입니다. 신창운 교수님께 이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홍영림(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 : 여론조사를 신문사에서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몇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 황호택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수언론 음모론이 나왔고, 실제로 기사에서 보면 문재인 대표가 집 전화로 전화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선거과정에서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보수언론 뭐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사실은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언론사가 쓰지 못해서 집 전화 조사로만 했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 선거법이 작년 중순부터 논의가 돼서 12월달에 개정이 될 때 안심번호를 정당에만 쓰고 언론사는 쓰지 못한다, 라고 하는 내용을 언론사 기자들도 대부분 몰랐습니다. 우리 회사 정치부 기자들도 저한테 많이 물어봤는데요, 그 과정에서 안심번호를 쓰느냐 마느냐, 그래서 상향식 공천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정당 내부의 논리만 가지고 기사를 썼지 안심번호를 국민들이 직접 접하는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쓸 수 있게 해야한다, 라고 우리 스스로 기사를 쓴 적이 없었다는 것이 상당히 큰 실수의 시작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선거 끝나고 안심번호를 언론사가 쓰지 못하고 집 전화로만 했기 때문에 틀렸다, 라고 하는 분석이 수도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는 있었으나 기사로 쓰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당시 정계특위 회의록을 읽어보면 야당의원들이 일반 여론조사기관에게는 안심번호를 주지 말자고 분명이 얘기합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하냐면,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여론조사기관에 휴대전화 개인정보가 사용되면서 정작 주 투표의 성격을 갖는 정당 경선이 훼손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회의록에 다 나옵니다. 주로 야당의원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제가 누구라고 특정해서 말은 안하겠습니다. 일종의 제 푸념입니다. 처음부터 할당표집에 대한 얘기를 김 교수님과 신 교수님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부분은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이고, 여론조사의 근본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문제는 집 전화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집 전화로만 조사를 하면서 할당표집을 하다보니 오히려 우려에 우려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할당표집을 확률표집으로 바꾸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세미나는 지난 10여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언론계 선배님들과 모여서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년 대선, 다음 지방선거는 이미 휴대전화, 집 전화 혼용방식이 많이 개선이 됐기 때문에 대충 맞출 수는 있습니다. 큰 비용 안 들여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여론조사가 틀렸던 이유를 앞으로 오게 될 4년 동안 잊어버리게 돼 있습니다. 4년이 지난 다음에 선거에 닥쳐서 ‘그때 틀렸는데 어떻게 바꾸지?’ 하다보면 시간이 모자라게 됩니다. 왜 모자라느냐 하면 비용을 안 쓰기 때문입니다. 지금 언론사가 쓰는 조사비용 가지고는 4년 뒤 총선 여론조사 100% 틀리게 돼 있습니다. 제가 조사회사들이 얼마 주고 언론사와 조사를 하는지 대충 가격을 알고 있는데, 이 가격은요 어디가서 얘기하기 너무 창피한 수준입니다. 만약에 미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놀라 나자빠질 수준입니다. 김형준 교수님께서도 30년 전에 20달러씩 주면서 여론조사를 했다고 하셨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거의 거저로 조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서는 질 좋은 여론조사가 나온다, 할당표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 입으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고, 저희 회사도 다른 회사보다 약간 상황이 좋다고는 해도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가 여기에 조사기관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이 얘기를 드렸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선관위에도 책임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의 여론조사가 규제를 하지 않고 심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틀리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여론조사에 대한 심의 규제가 강한 나라가 없습니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생기고 심의를 한 첫 번째 총선이 이렇게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까? 지금은요 보도를 하기 전에 홈페이지에 자료를 다 올리게 돼 있습니다. 왜 올리라고 하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심위에서 얼마나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조사회사 사람들이 언론사에 자료를 제공하기 전에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조사회사 사람들 밤을 새웁니다. 기사에 써야 할 부분에 12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제가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조사 의뢰자 △조사기관·단체명 △조사지역 △조사일시 △조사대상 △조사방법 △표본의 크기(연령대별·성별 표본의 크기를 포함한다) △피조사자 선정방법 △응답률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크기의 오차를 보정한 방법 △표본오차 △질문내용이 다 들어가야 합니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선관위에서 계속 전화 옵니다. 제가 이것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번에 총선 끝나자마자 선관위나 정치권에서 또 규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사회사 인증제, 응답률 10% 미만은 발표를 못하게 하려고 합니다. 9.9%는 틀리고 10.1%는 정확합니까? 이게 뭐냐면 10.1% 짜리 엉터리 조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론조사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엉터리 조사가 대충 응답률을 조사해서 올린 것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언론이 정확하게 지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답률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번에 선관위에서 조사를 해보니 응답률 10%를 넘긴 게 전체 130개 여론조사 중에 35%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집 전화 응답률이 20%정도가 나왔었고, 이번에 안심번호를 가지고 정당 경선을 여당 야당에 물어보니 대충 응답률이 15%정도 나왔다고 합니다. 왜 응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지에 대해서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해본 것이 있으신지, 개선방안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동우(YTN 보도국 취재1부국장) : 저도 이번에 선거방송준비단장을 맡아서 총괄을 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YTN은 선거 전에 70군데 접전지역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공중파는 주로 출구조사를 하기 때문에 저희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 집중을 하자 해서 진행을 했습니다. 저희는 마크로빌 엠브레인이라는 생소한 회사와 협력해서 일을 했는데, 여기는 휴대전화 패널을 110만개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와 달리 YTN에서 했던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비율이 한 20%정도 포함이 돼서 비교적 정확도가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오세훈 후보나 권영세 후보가 떨어지는 것을 정확히 맞췄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름 전부터 선거 일주일 전까지 여론조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적중률이 73%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공중파 출구조사도 당일날 한 거지만 10%정도 틀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패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조사를 많이 했던 회사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 휴대전화 정보를 입수해서 패널 110만명이 상당히 충성도가 높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 회사를 선전하거나 그런 의도는 전혀 없고요. 다만 이번 여론조사는 집 전화만을 가지고 조사했던 회사가 거의 폭망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휴대전화가 들어간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확실한 아웃풋으로 나왔다고 봅니다. 정당에서 하는 조사만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주어졌고, 언론사에서 하는 여론조사에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산사태 수준의 여론조사결과가 나왔고, 그런 엉터리 여론조사결과가 선거 결과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의 경우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한테는 ‘내가 반드시 나가서 투표를 해야겠구나’ 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쏠림 작용을 대단히 많이 했다고 봅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잘못된 여론조사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선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될 수 있도록 토론회에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확실한 검증과정과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만 선진국으로 가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연국(채널A 보도국 부국장) : 일반 국민들에게 여론조사는 어떤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잣대가 돼버렸습니다. 여론조사가 당내 후보 경선에 주요 절차가 돼버렸던 이 부분들도 10년이 넘게 지나왔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후보 선출은 어찌보면 그 절차 자체가 여론조사에 의해서 진행되는 게 당연시 돼버린 것 같습니다. 발제에도 보면 여론조사가 의미있는 결과냐 아니냐는 그 다음 문제지만, 그 시점에서의 스냅사진 같은 형태에 불과한 것인데도 당내의 후보 경선 절차가 되고 결정이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됐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로서 여론조사결과가 후보 선출의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절차가 돼버리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지 절차가 돼버리면 근본적인 하자가 있는 것입니다. 안심번호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장담하겠습니까? 이걸 후보 경선 절차에 넣어버리고 간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흐름을 보는 정도로만 사용돼야 할 것입니다. 


▲김현경(MBC 논설위원) : 사실 각 언론사들은 선거방송기획단의 형태로 구성이 될텐데, 대선은 일찍부터 가동이 될 것이라 봅니다. 대선 여론조사가 끝나고 나면 비교적 정확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비껴 나가게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나서 2018년 지방선거는 그 기획단이 대충 계속 갈 것이고, 그러고 나면 총선인데요. 사실 방송사들의 경우 선거방송 담당자들이 하는 많은 역할 중 하나가 여론조사도 중요하지만 비주얼적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속보를 내보내는 방송 보도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여론조사나 이런 것들은, 말씀하신 것들은 정치부나 이런 쪽에서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하신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플랫폼이나 동기 부분이 많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 중에서 구체적으로 실사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즉 필드웍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녹취록을 들어보면 정말 얼마나 엉망인지 모르겠다, 라고 궁금증을 던져 주셨는데,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거기에서 만들어온 결과물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할당추출에 대안을 마련하자고 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김형준 교수 : 지금 김현경 위원께서 말씀하신 것도 사실은 비용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여론조사기관들이 여론조사를 할 때 언론기관과 함께 할 경우에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홍보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8개 국가 항목조사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일 비싼 곳이 일본입니다. 우리보다 다섯 배 정도 많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조사기관에게 줍니다. 응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계속해서 접촉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하고, 이런 것들이 전부 비용이 발생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과연 감당해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큽니다. 저는 정연욱 국장 말씀에 200% 동의합니다. 제가 언론들에 대해서 불만 중에 하나가 오픈 프라이머리가 나왔을 때 어떤 보도 태도를 취했느냐는 것입니다. 전부 문제가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 특정한 정파를 위한 것이다 라고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오히려 엉망진창인 전화 여론조사를 가지고서 그것을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결단을 내릴 때가 된 것입니다. 어떻게 전화 여론조사를 가지고서 후보를 선정 합니까? 대한민국 이외의 나라가 그렇게 한 적이 있나요? 없잖아요. 마치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것처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용단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 부작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1903년도에 도입을 해서 68년부터 정착된 제도입니다. 우리가 이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과감하게 정당이나 이런 쪽에 요구를 하고 선거법으로도 바꿔줘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을 절실히 합니다. 전화 여론조사에 관한 강민석 부장님의 사례 잘 들었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이번에 새누리당의 경우 단수공천도 있었지만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때 후보자들이 낸 비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최소 4천만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이 비용을 후보들이 어떻게 감당을 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 같은 경우 선거 바로 전날 9시 뉴스에 각 여론조사기관들이 발표를 합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 하면 그렇게 해야지 능력이 없는 조사기관이 자동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놓고 슬쩍 넘어갑니다. 솔직한 얘기로 공중파 3사가 출구조사를 공개하는데 그 전 내용은 공개합니까? 자신들이 그동안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출구조사만 가지고 얘기합니다. 출구조사 끝나고 나서 선거방송을 할 때 6시부터 10시까지 보도를 보세요. 나온 얘기는 기껏해야 누가 몇 퍼센트 이기고 있다 이런 겁니다. 자신들이 그 많은 돈을 주고 했던 조사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한 적 있습니까?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분명히 잘못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다 지나간 얘기 아니냐고 김혜송 위원께서 말씀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무슨 새로운 해법이 나오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하는 것에 3배 이상의 비용이 들더라도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방법은 나와 있는데 지키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Why에 대한 물음이 너무 적습니다. 결과가 나왔을 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과거 역대 선거 결과라든지 이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결과물이 너무 적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서의 심층 기획보도도 많이 나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내일신문이 한국리서치, 현대, 서강대학교와 함께 패널조사를 한 내용입니다. 3월 11일부터 16일까지 1차 조사를 했고, 2차 조사는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내용을 보니 ‘어느 정당이 경제 활성화에 가장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했답니다. 1차 조사 때 새누리당이 38.1%인데, 2차 조사를 보니 26.0%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더민주는 1차 때 15.9% 였는데, 2차 때 24.6%였다고 분석을 해놓고 보도는 ‘정당의 경제 해결능력이 유권자 투표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해놨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것이 유권자의 투표행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은 하지 않고 그냥 수치만 가져다놓고 경제문제가 영향을 줬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는 아니더라도 심층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전문기자도 양성을 해야 하고, 선거 후에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져보고 분석해봐야 합니다. 한국정치학회가 조사를 거의 마쳤습니다. 저는 그 조사결과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너무 기간이 길고 이거는 전화조사가 아니라 면접조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저는 이것은 언론사에서 공동으로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어차피 대선을 치르고 나면 2018년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조금 변화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신창운(덕성여대 교수) : 앞서 홍영림 팀장께서 응답률에 대한 질문을 주셨습니다. 응답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시간과 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응답률은 응답률 이전에 컨택을 하고, 협조를 얻고, 그 다음에 응답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근데 컨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미디어 환경, 스마트폰, 각종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컨택이 잘 안 되고, 컨택이 됐다 하더라도 협조를 잘 안 하죠. 저도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론조사를 듣는 학생들이 집에 전화가 왔을 때 안 받으면 되겠습니까?”라고 해놓고 저 자신도 잘 안 받습니다. 접촉과 협조가 왜 안 되느냐는 분석을 사전에 하면 응답률이 낮아지는 원인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필드웍 문제에 대해서 저는 조사기관이 그동안 너무 나태했고 안일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사기관들이 평소에 아무리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새누리당에서 들어오라고 하면 다 들어갑니다. 그냥 비슷하게 같이 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자리에 데려오면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결국에는 돈 때문에 하는 것이지요. 이동욱 YTN 국장께서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도 중앙일보에 있을 때 엠브레인을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이번 총선에 중앙일보에 있었더라면 엠브레인을 사용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패널이라는 것은 원래 고정된 사람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오리지널 패널인데 그 사람들이 말하는 패널은 그냥 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제가 그 조사기관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갤럽이 왜 휴대전화를 4~5년 동안 했느냐? 그것은 패널을 확보하기 위해 한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집 전화 80% 쓰고, 밖에 종로구 길에 다니는 20~30대한테 20% 물어봐서 포함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면밀한 분석을 하지 않고 함부로 얘기해서 죄송합니다만 지금 현재 엠브레인 패널도 상당수가 10~20대고 여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패널이 수십 번 조사를 합니다. 만약에 충청도 어떤 지역에 조사를 한다면 해당 패널이 열 몇 번씩 응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성공하셨다니 좋습니다만 다음 번에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그런 부분도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일만(서울신문 논설위원) :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여론조사기관이 협회에 등록된 게 제가 알기로는 43개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과정에서 지방 예비공천 단계에서 여론 조작성으로 수백 개가 난립을 해서 선관위에 수사를 많이 받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많은 분들이 말씀 하신 것처럼 여론조사가 가지고 있는 현실성,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도 분명히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로 공공재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감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님의 말씀 중 여론조사기관이 시장에 의해서 퇴출 당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연 그게 통용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임석규(한겨레 총괄기획 에디터) : 이 자리에 조사업계 관계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는 휴대전화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번 총선보다는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2010년 미국 대선에서도 갤럽이 틀렸습니다. 롬니의 당선을 예측했었지요. 우리 대선도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으리라 장담은 못할 것 같습니다. 안심번호 도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겠지만 도입하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 여론조사가 선거만 끝나면 같은 내용이 되풀이 되고, 내년 대선이 끝나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지난 대선 때도 틀린 회사가 있었죠. 거대회사지만 완전히 틀리지 않았습니까?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선거에서도 오히려 구글이 더 정확하게 맞혔습니다. 대한민국은 최고의 온라인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나라인데 무선전화를 넘어서서 좀 더 과학적이고, 비용도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돼서 답답합니다. 언론도 물론 각성해야겠지요. 한 가지 제안을 드리자면 언론 보도 실무기자, 데스크와 선관위, 언론 직능단체, 조사업체가 모여서 선거 전후로 서로 의견을 모으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승동(CBS 논설위원장) : 사실 저도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안 받는데요. 오늘 세미나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는 답변을 구하는 것은 아니고, 의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전된 결과를 위해서는 교수님과 패널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 중에 낮은 응답률 부분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표본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면 응답률은 개선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반론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응답률 10% 미만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입법으로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고민을 해보고 보다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응답률만큼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12가지 여론조사 보도 의무사항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라디오 방송을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굉장히 못마땅합니다. 이거 다 넣으면 보도 못합니다. 근본적으로 보도하지 말라는 악법입니다. 중앙선관위가 이래서는 안 됩니다. 스트레이트 뉴스가 20~30초면 끝이 납니다. 이거 다 넣으면 30초 넘습니다. TV는 자막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할지 몰라도 라디오는 안 됩니다. 각계에서 여론조사결과가 많이 나오는데, 보도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큰 문제입니다. 방법을 제시하자면 라디오만 허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손석민(SBS 정치부 차장) : 저는 이번 총선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선거 여론조사 관련해서 주제의 적정성과 효율성 부분에 대해첨언을 하고자 합니다. 강민석 부장님께서 12가지 조항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것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서 고시가 됐고요, 방송용으로는 다른게 하나 더 있습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인데요, 방송법 33조에 근거를 둔 방송통신심의위 규정입니다. 이 두 가지가 죄송하지만 엇박자가 납니다. 두 기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실질적인 접점을 못 찾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 문제가 생기냐 하면 인용 보도를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다른 언론에서 공표된 복수의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할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우에는 의뢰기관과 조사기관만을 밝혀 보도하라고 하는 반면, 중앙선거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의 기준에서 보면 매체명과 보도 일자를 밝히라고 돼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라디오는 더 큰 제약을 받습니다. 스트레이트가 2분이면 이 관련된 설명을 붙이는 게 1분 30초정도가 들어갑니다. 총 3분 30초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교집합을 찾아서 언론이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기준이 다 다릅니다. 이것보다 더 복잡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언론의 공공성을 지적하셨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여론조사를 빙자해서 여론을 호도하거나 아니면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부분에 대한 규제는 훨씬 더 엄격해야 합니다. 제가 당에 있으면서 들은 얘기라 조금 예민할 수도 있는데, 어떤 여론조사 같은 경우는 열 번만 돌리면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경선 결과가 나온 경우도 봤습니다. 그다음에 어떤 여론조사 질문지를 보면 대놓고 특정인에 대한 인지도를 묻는 질문을 물어봐 놓고 여러 후보가 나오면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고 물어봅니다. 이런 식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보도 합니다.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는 여론조사 보도의 규제의 적절성 내지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준 교수 : 제가 긴급제안을 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중앙선관위든 언론인이든 같은 시점에서 조사한 내용 중에서 완전히 차이가 있는 쪽을 진상조사해보자는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조사를 했고, 설문지를 어떻게 배치를 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 선거 D-7일 전에 한 조사와 실제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을 선별해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연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도 그렇고, 과연 유선전화와 ARS를 똑같이 동시에 해서 그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유선전화와 안심번호를 같이 했을 때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패널과 패널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심층분석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황호택(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 앞서 12가지를 포함해서 보도를 하지 않으면 중앙선관위가 문제를 삼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헤아리기 위해 규제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신문이나 방송은 지면과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는 언론의 기능을 도외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조사기관 사람들이나 학자들일거라 생각이 되는데, 이번 기회에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여론조사 전화를 여러 번 받았지만 응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주위에 물어보면 왜 응답을 안 하냐면 귀찮아서 대답을 안 한다는 사람보다도 내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알려지는 게 싫어서라고 합니다. 또 이게 과연 여론조사기관이 맞는지도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여론조사기관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익명성 보장을 설명하고 설득한다면 응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해봅니다. 오늘 세미나에서 선거 여론조사의 현장에서 근무하시던 분들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여론조사 보도가 이번 총선처럼 자꾸 틀리게 되면 언론이 괜히 편향됐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 신뢰성을 잃게 돼서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합니다. 언론이 여론조사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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