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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칼럼

[393호] 대한민국에 간관(諫官)을 허(許)하라 (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

작성일 18-04-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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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호


대한민국에 간관(諫官)을 허(許)하라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직언으로써 올바름을 권한다

간관(諫官)의 역사는 유구하다. 춘추(春秋)초 제(齊)나라 환공(桓公·재위 BC 685~643) 때가 효시다. 그는 대간(大諫)이란 관직을 세웠다. 대간은 진(晉)의 중대부(中大夫), 조(趙)의 좌우사과(左右司過), 초(楚)의 좌도(左徒)로 이어진다. 최초의 통일제국 진(秦)을 거쳐 한(漢)·수(隋)까지 이어지다 송(宋)대에 이르러 비로소 간원(諫院)이라는 관청으로 발전했다.

사실 간관은 요순(堯舜) 때도 있었다. 간고(諫鼓)와 방목(謗木)이 그 증거다. 간언 혹은 탄핵이 있을 때 두드리는 북과 나무기둥이다.

간(諫)은 ‘직언으로써 올바름을 권한다’는 의미다. 천자(天子)의 허물과 과실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일이다. 공자(孔子)는 “군(君)은 있으되 간신(諫臣)이 없다면 옳음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명(明)대 편찬된 사전 『자회(字 )』에는 “간은 직언으로 사람을 깨우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때 ‘간’은 일반인에게 의견을 낸다는 뜻이 아니다. 군주를 겨냥해 직언한다는 의미다. 조정에서 군주를 앞에 두고 직언하는 것을 ‘정쟁(廷諍)’이라하고, 상소를 통해 군주에게 간언하는 것을 ‘상봉사(上封事)’라고 했다.

황제가 껄끄러운 간관을 끝내 없애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유익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성군의 상징인 요순을 본받는 모습을 황제들이 보일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 간언을 용납했다는 미명(美名)이 탐났던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엽이고 말단이다. 유익하지 않았다면 사라졌을 것이다. 간관이 있었기에 통치계급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을 보호할 수 있었다. 황제의 권위가 바로 설 수 있었다. 그러니 없애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겠지만 어떤 황제도 드러내놓고 간관을 없애지 못했다.


민주주의 핵심 요소 언론 살려야

지금 대한민국의 간관은 누구인가? 주권재민의 시대이니 황제는 지금의 국민이랄 수 있다. 헌데 간관은 안 보인다. 민주적 정치체제인 만큼 옛날처럼 간언만을 직분으로 삼는 관리를 두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현대적 간관은 언론일 수밖에 없다. 언론은 체제,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학자인 마이클 셧슨 교수는 “저널리즘이란 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현재의 일들에 대한 정보와 논평을 생산하고 배포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언론이 왜 현대의 간관인가를 보여주는 통찰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표현하고 형성하도록 도와주어 정치적 행동의 집단적 기반을 제공하는데 기여하는 중간자들”이라고 표현했다. 중간자들은 당연히 미디어, 즉 언론을 가리킨다.

“저널리즘은 진실을 찾고 진실을 알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매우 특별한 산업”이란 슈물의 정의도 있다. 요즘 언론은 위기다. 경영 압박 탓에 광고주 압박에 시달리기도 하고, 편 가르기를 부추긴다는 의심도 받는다. 언론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이래저래 곱지 않다. 그렇다고 ‘간관’을 없앨 순 없다. 줄기 일부가 상했다고 뿌리까지 뽑을 순 없지 않은가. 제대로 ‘정쟁과 상봉사’를 하도록 도와줘야 옳다. 오해 없기를 바란 다. 기업으로서의 언론사를 돕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획 및 탐사보도, 언론인 연수, 그리고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한 신뢰할 수 있는 언론환경 조성 같은 콘텐츠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쓰자는 얘기다.

현실은 어떤가. 현재 언론진흥재단의 자금은 고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말 기준으로 기금 잔액은 16억 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국고 출연은 2013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문화예술진흥기금(5,524억 원), 영화발전기금(6,484억 원), 정보통신진흥기금(4,625억 원) 등 여타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인구 6백만에도 못 미치는 덴마크 같은 작은 나라도 미디어진흥기금으로 연간 7백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한다. 덴마크뿐 아니다. 상당수의 유럽 국가들은 미디어 콘텐츠 지원을 관심 사업으로 챙기고 있다.

사회가 어지럽다면 제대로 된 미디어부터 세워야 옳다. 그래야 사회질서가 명료해진다. 우리 사회처럼 좌우 갈등과 보수·진보의 충돌, 외교적 대립이 첨예한 나라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주의를 폐(廢)할 셈인가? 대한민국에 간관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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