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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명호 국민일보 편집인] 보수 야당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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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42회 작성일 2020-10-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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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악재 즐비하고 국민 무시 행위 발생해도 국민의힘 지지곤두박질…
보수야당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
보수의 수준이 지역성에 갇혀 있고 초재선이 공부하지 않아 무력하니 사상 최약체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야말로 진짜 보수 바라는 국민을 심각하게 배반하는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막말을 해도, 여론이 전월세난에 분노해도, 정의·공정 부르짖던 여당 의원 일부의 파렴치 행위가 드러나도, 투자 사기 펀드에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발생해도, 북한 피살 공무원에 대한 정부 대응이 그렇게 허술해도…. 아무리 여권에 악재가 발생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내려간다. 하다못해 반짝일지언정 반사이익도 없다. 진보 성향 학자 강준만 교수가 이 정권 사람들의 ‘내로남불’을 조사하다가 너무 많아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인데도 말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여론조사(19~23일, 리얼미터)에서 27.3%였다. 이 기관이 조사한 결과 중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최저치다. 지난 20~22일 다른 조사(한국갤럽)의 지지율은 17%. 8월 첫주 26%에서 계속 곤두박질해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권이 헛발질해도, 노골적으로 내로남불 행태를 보여도, 야권과 그 지지층을 무시하고 독주해도, 이 정도라면 뭘 해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싶다. 국민이 수권 야당, 정권 대안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이 정권을 초기에 지지했던 많은 이들이 떠나갔다는 게 여러 지표로 확인되는 좋은 조건에서, 더구나 야당의 시간인 국정감사가 펼쳐졌음에도 이렇다면 국민의힘은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이런 물음은 야당에 집권 의지나 능력이 있는가로 발전한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국민의힘은 여권이 만들어 놓은 정치적 가두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추 장관이 막말 투로 공격하면 똑같은 수준의 막말 대응만 한다. 패배를 거듭했던 진보 진영의 한때 지침서였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에서 레이코프 교수는 “다르게 생각하려면 다르게 말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국민의힘은 여권이 짠 프레임 속에서 그들의 언어로 대응한다. 아무 감흥이 없다. 프레임을 바꿔 상대가 아파하는 걸 발라내는 전략이 없다. 두 번의 궤멸적 선거 패배에도 ‘아, 어떤 여왕벌이 나타나서 구해주겠지’라는 무능력이 야당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힘이 영남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대응이나 전략(이라고 말할 것도 없지만) 수준이 다수 영남권 의원들의 정치적 이익·성향에 경도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 당내 결정이 번복되는 게 그 증거다. 반대와 증오가 냉철해야 할 정치 전략을 압도한다. 이럴 때는 현실을 인정하고 프레임을 재구성해 보수 가치의 차원에서 사고하고 발언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둘째, 제1야당의 초재선이 이렇게 무력한 건 민정당 집권 이래 처음 봤다. 그건 초재선이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정치를 하는지, 지역 이익과 국가 이익·전략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그냥 다음 자기 선거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최약체 야당이란 표현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윤석열 검찰총장이 입맛에 맞는 말 한 번 하니 “여왕벌”이라고 호들갑 떠는 분위기가 딱 그거다. 그러니 김 비대위원장의 툭툭 던지는 별 의미 없는 대권 후보 품평론이 당내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된다. 대권 후보 줄서기에나 관심이 있는 건가.

셋째, 무엇보다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자유·희생·책임이나 뭐니 뭐니 해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덕목에 있다. 강 교수가 선한 권력을 자처하다 타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할 정도로 조국 사태 이후 내로남불 사례가 심해 도덕성이 추락한 여권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 프레임을 재구성해 도덕성 우위를 점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보이면서 반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 이상직, 윤미향, 김홍걸 같은 이들의 파렴치 행위에 대해 겉핥기 식 공격만 할 줄 알지, 자기네 당 의원 박덕흠 같은 이들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절차조차 없었다.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까보면 그런 상황이어서 그런가.

탄핵과 궤멸적 패배 이후 ‘보수=적폐’라는 인식이 여전한 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의 가치, 보수의 정신이 없는데도 보수란 외피만 둘러쓴 채 자기들끼리 보수를 대표한다고 하는 것이다. 지역성에 갇힌 채, 공부도 고민도 하지 않으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없다면 문닫는 게 낫다. 진짜 보수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을 심각히 배반하는 행위이므로.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61898&code=1117140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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