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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거짓말 안 속는 코로나, 트럼프·文·金 동맹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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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5회 작성일 2020-10-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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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김정은은
TV 카메라 부르는 수표
쇼 연장 바라는 文, 金도
트럼프 재선 간절히 기원
심은 대로 나는 코로나가
‘가짜 평화’ 삼총사 발목 잡아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2019년 12월 5일, 워싱턴포스트의 대기자 밥 우드워드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저서 ‘격노(rage)’ 집필을 위한 18차례 인터뷰의 시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에게만 처음 보여줄 게 있어. 정말 근사한 거요”라며 우드워드를 맞았다. 집무실 전화기를 들더니 “김정은과 찍은 사진 가져와. 내가 방금 전에 본 휴전선 넘는 거”라고 말했다. 다섯 달 전 휴전선에서 김정은과 ‘번개 만남’을 할 때 찍은 사진이었다. 이미 떠들썩하게 보도된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이게 그 휴전선이오. 남북한을 갈라 놓은 선. 그걸 넘어갔다고. 정말 멋지지. 내가 최초야”라고 감격했다. 그 인터뷰를 끝내면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을 기념품으로 선사했다.

이 책 색인을 보면 김정은 관련이 무려 50군데가 넘는다. 트럼프 임기 4년 반을 기록한 책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탄핵’ ‘뮬러 특검’ 다음쯤으로 자주 등장한다. 우드워드는 김정은 얘기를 꺼내며 늘 흥분하는 트럼프가 신기했다. 그래서 “싱가포르 첫 만남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다. “엄청나게 많은 TV 카메라. 그렇게 많은 카메라를 본 사람은 없었을 거야. 나는 한 푼도 들이지 않았지. 공짜였어. 이런 걸 ‘거저 챙긴 미디어’라고 하는 거야”가 그 답이었다.

트럼프에게 김정은은 쇼 파트너였다. 김정은과 만나면 TV 카메라가 구름처럼 몰려왔다. 싱가포르의 첫 미·북 정상회담, 미 대통령 중 첫 휴전선 월경(越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도 같은 시각 워싱턴에서 터진 대형 악재를 덮어주는 효자 구실을 했다.

‘김정은 평화쇼’로 재미를 본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못지않았다. 판문점에 이어 평양까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질 때마다 지지율이 70%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남북 이벤트는 미·북 대화라는 디딤돌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남북 관계가 막혀 있는 이유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본인 못지않게 그의 재선을 바란다.

문재인 정권의 속내를 알려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어야 한다. 지난 7월 그 프로그램이 전화 연결한 트럼프 진영 인사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더 이상 미·북 정상회담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는 트럼프 재선에 협조해야 한다는 엄포다. “미 대선을 한 달 앞둔 10월쯤 트럼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나면 그 소식으로 뉴스가 도배될 것”이라고도 했다. 10월의 깜짝쇼(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예고한 것이다.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미 공화당 소속 김창준 전 하원의원을 불러 미 대선 전망을 물었다. 김 전 의원은 “바이든은 치매기가 있다. TV 토론 하고 나면 트럼프 쪽으로 승세가 기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정은 입장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주(駐)유엔 북한대표부 외교관이 뉴욕 코리아타운의 유명한 무속인을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묻고 ‘트럼프가 된다’는 점괘를 받았다고 한다. 그 ‘기쁜 소식’은 최고 지도자 동지에게 초고속으로 전달됐을 것이다. 작년 발행된 ‘마지막 계승자’에 나오는 일화다.

한반도의 남북 지도자가 한마음으로 트럼프의 재선을 기원한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인구는 세계의 4%인데 코로나 발병과 사망자 수는 20%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트럼프 본인까지 감염됐다. 지지율을 반등시킬 ’10월의 깜짝쇼' 대신 ’10월의 재앙'이 찾아왔다. 믿었던 TV 토론도 ‘바이든이 잘했다’는 여론조사 응답이 열 명 중 일곱이다. “감기보다 덜 위험하다” “살균제 투입으로 치료할 수 있다”던 트럼프의 코로나 가짜 뉴스가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는 입원 사흘 만에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를 겁내지 말라”고 했다. 코로나 대응마저 정치 쇼다. 한국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면 문 대통령은 “방역에 대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공권력의 무서움을 보여 주겠다”고 했을 것이다. 코로나 감염자가 마스크를 벗고 휴전선 건너 입북(入北)을 시도했다면 김정은은 총살 및 시신 소각을 명령했을 것이다.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은 원래 한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세 사람 모두 비핵화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각자의 국내 정치를 위해 가짜 평화 쇼를 해 왔을 뿐이다.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에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심은 대로 나는 코로나가 눈속임 3자 동맹을 허물고 있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0/10/08/V25I4A2Q7FGDFBVA5BHVAFGYHQ/?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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