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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대통령직에 스스로 침을 뱉은 문재인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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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03회 작성일 2020-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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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주필

이하경 주필

문재인 정권의 집단최면이 중병 수준이다. 이해찬은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정권의 대주주다. “보수가 너무 세기 때문에 20년 집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역할 수 없는 교의(敎義)다. “정조대왕 이후 220년 중에 210년을 집권한 세력이 보수다. 경제, 금융, 언론, 이데올로기, 검찰 … 사회 거의 모든 영역을 보수가 쥐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진 나라가 없다”(시사인 인터뷰). 과연 그럴까. 청와대와 국회, 법원, 검찰, 시민사회의 저 경직된 부동자세는 무엇인가.
  

청와대 국회 사법부 장악하고도
‘포위된 요새’ 신드롬 사로잡혀
‘정의’ 위해 자기 진영 잘못은 덮어
민간인 총질 북 범죄 항의도 안해

자신들이 집권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잊고 기득권 주류를 상대로 힘겨운 헤게모니 쟁탈전 중이라고 믿는다. 이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추상적 ‘정의’의 깃발을 거머쥘 때까지 강철 같은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진영의 잘못은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불순한 결론과 만나기 때문이다.
 
‘조국 백서’는 그 비상식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예로부터 지배 세력 내의 개혁운동가들은 한편으로 자기 존재 자체에 주어진 혜택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율배반적 면모를 보이곤 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비난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검은 것을 희다고 주장하는 궤변이다.
 
부조리극을 보다 못해 진보 인사인 진중권·김경률·권경애·강양구·서민이 나섰다. 이들은 ‘조국 흑서’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와 사모펀드, 가족 재산 형성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된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문 정권의 왜곡된 상황 인식은 ‘포위된 요새’ 신드롬의 절정이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러시아혁명 직후의 볼셰비키들은) 사회주의에 성공했는데 제국주의 열강이 러시아를 포위해 혁명을 질식시키려 하니 살아남으려면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해찬식 상황 인식을 따라가면 막강한 집권세력의 처지도 ‘포위된 요새’가 되는 믿기 어려운 역설과 만난다.
 
‘정의’의 깃발을 향해 진군하는데 아군인 조국·윤미향·추미애의 사적 일탈을 문제삼으면 정의롭지 않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자기성찰과 비판, 협상과 타협은 요새를 약화시키는 이적행위이기 때문이다. 통합의 주역이어야 할 집권세력이 스스로를 진영의 일원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박제가 됐고, 상대를 절멸시켜야 하는 적폐청산이 일상의 성전(聖戰)이 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2400년 전 “사소한 범법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불법행위(paranomia)는 부지불식간에 기어들어와 나라를 망치기 때문이다”고 했다. 158개 나라의 현실 정체(政體)를 비교분석했고 정치학(Politika)을 저술한 ‘최초의 정치학자’는 한발 더 들어간다. “인간은 완성됐을 때는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nomos)과 정의(dike)에서 이탈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다. 무장한 불의는 가장 다루기 어렵다.”  전·현직 ‘법무’장관 조국·추미애의 심장을 겨냥한 유죄 판결문이다.
 
대통령이 특정 무리의 두목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모든 권력의 헌법적 근거인 국민은 군주의 보호를 확신할 수 없는 비참한 신민(臣民) 신세가 된다. 연평도 해역 공무원 피격사건이 슬픈 실상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군인도 아닌 비무장 민간인에게 총질해서 시신을 불태웠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성을 송두리째 부정한 북의 잔인한 범죄행위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공화국 대통령직의 가치에 스스로 침을 뱉었다.

미국과 너무 달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미동포 김학송씨가 2018년 5월 9일 북한 억류 1년 만에 풀려나 다음날 새벽 2시40분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 부인과 함께 직접 기내에 들어가서 맞아줬다. 미국 국적의 김씨는 “미국은 국민을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조선역사상 가장 안정됐다는 세종의 치세(1418~1450)는 사실 내우외환의 시대였다. 끊임없는 흉년, 환관 출신 명나라 사신들의 뇌물 요구, 몽골족 정벌을 위한 명나라 황제의 파병 요청이 조선을 괴롭혔다. 그러나 중국인과 왜인(倭人), 남만인(南蠻人)들이 “조선에서 살고 싶다”고 집단 귀화했다.  
 
여진족 추장들은 대추장 이만주의 조선 침입 계획을 손에 들고 투항했다. 명나라 조정이 “조선이 중화국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로 민심을 얻었다(박현모 여주대 교수). 비결은 백성을 하늘처럼 받든데 있었다. 세종은 “백성이 비록 어리석어 보이나 실로 신명한 존재”라고 했다.
 
‘포위된 요새’는 허구의 공간이다. 김종인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고 있는 것은 간극이 그리 크지 않아 협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진영의 요새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결과는 민심이반이다. 통합이 아닌 분열을 선택한 시대착오를 일으킨 정권의 뼈아픈 자업자득이다.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88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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