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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권모 경향신문 편집인] ‘태도 보수’와 ‘싸가지 없는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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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2회 작성일 2020-10-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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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태도 보수’의 저작권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있다. 대선 패배의 암울이 짙게 드리우던 2012년 12월31일 당시 이낙연 의원은 ‘제3세대 민주당을 준비해야 합니다’라는 개인 성명을 발표한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태도 보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태도 보수’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을까.” ‘태도 보수’로 변주되었지만, ‘싸가지 없는 진보’를 대선 패인으로 꼽은 것이다. 

양권모 편집인

양권모 편집인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핵심을 찌른다”며 2013년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이낙연의 ‘태도 보수론’을 그대로 인용한다. 역시 18대 대선 패인으로 ‘태도’ 문제를 지목한 것이다. 같은 책에서 좀 더 직설적으로 되돌아본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다. 이념, 정책, 주장 자체가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태도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싸가지 없으면 소용이 없으며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성찰은 실제 다음 대선 승리의 동력이 됐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겸손함과 진중함, 진정성을 주는 ‘문재인의 태도’는 전임 권력의 천박함과 대비되며 강렬한 힘을 발휘했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귀환일까. 검찰의 일괄 ‘무혐의’ 처분으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휴가 의혹은 면죄부를 받았다. 함에도 그간 이번 사건을 대하는 추 장관과 집권여당의 ‘태도’는 상흔으로 남는다. 애초 공정과 반칙의 문제 제기에 “낮은 자세로 해명했다면 이토록 논란이 되지 않았을 일이다”(유인태 전 의원). 추 장관은 야당 의원 질의 때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소설 쓰시네”라고 비아냥대고, “억지와 궤변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훈계하고 다그쳤다. 독선과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호통치고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모습, 어딘가 익숙한 광경이다. 여당 의원들의 과격한 대응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야당의 의혹 제기를 “쿠데타 세력의 정치 공작”으로 몰고, 제보자 당번병사를 ‘범죄자’로 공격하고, 급기야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대변인 논평까지 등장했다. 내 편을 옹호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다. 

일찍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의 특징으로 무례함,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을 꼽은 적이 있다. 총선 압승 후 잇따른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 부동산 논란, ‘윤미향 사건’ 등을 대하는 과정에서 그 특징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윤미향 사건’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공격하고, 광역단체장 성추행 사건을 방어하기 위해 피해자를 악마화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망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단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거나 ‘우리는 더 큰 일을 한 사람이라 작은 흠은 문제될 게 없다’는 독선과 오만이 도드라진다. 

한국갤럽이 2018년 9월부터 3개월마다 실시하고 있는 정당별 호감도 조사에서 민주당에 아픈 결과가 나왔다. 9월 넷째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40%,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49%를 기록했다. 직전 6월 조사 때보다 호감도는 10%P 하락하고, 비호감도는 11%P 상승했다. 처음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앞질렀다. 그새 대형 정책 실패나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일련의 불공정 논란에서 내보인 오만한 태도, ‘싸가지 없는’ 언행 등이 쌓여 비호감도를 높였을 터이다. 비호감도야말로 내용보다 태도에서 비롯된다. 과거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보듯, ‘비호감도’가 높은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 직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면서 ‘유능함’ ‘도덕성’과 함께 ‘태도’를 특별부탁했다. “세 번째로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태도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리기 때문에 세 번째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와 공직에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형식이 아닙니다. 이 태도는 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태도가 본질이다. 집권 4년차, ‘싸가지 없는 진보’의 유령이 어른거리는 지금이야말로 다름 아닌 민주당이 되새겨야 할 금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300300045&code=990100#csidxdcd58fe2f1e13c983bc4b05d7858d51 onebyone.gif?action_id=dcd58fe2f1e13c983bc4b05d7858d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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