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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강원도민일보 김상수 논설실장] 치킨 집 덮친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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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2회 작성일 2020-09-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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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0대 가장의 어이없는 죽음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지난 9일 인천의 한 치킨 집 주인이 직접 배달을 나섰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사고는 이날 새벽 0시 55분 인천시 중구 을왕리의 한 도로에서 일어났다.이른 새벽 빗길을 뚫고 나선 것이 그의 마지막 배달이었고,치킨은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의 주행을 멈춰 세운 것은 30대 음주운전자의 역주행이었다.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난 이 운전자는 한 가장의 꿈과 가족의 생계가 실린 오토바이를 무참히 들이받았다.가해 차량에는 40대 동승자가 있었으나 위험을 경고하지도, 막아서지도 못했다.

배달 장소는 300m 거리의 멀지않은 곳.가장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찾아 나섰고 얼마못가 거리에 나뒹군 오토바이를 발견하고서야 사태를 알았다.피해자의 딸은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사연을 올려,가해자가 법망을 빠져 나가지 않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 말에는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신과 우려가 묻어있다.배달이 밀려 저녁도 건너 뛴 마지막 배달,어머니의 세상을 무너지게 한 이 가해가 묻혀버릴까 두려웠고,홀연히 떠난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참변을 알 턱이 없는 고객은 온라인에 글을 올려,못 오면 못 온다 연락도 없고 어이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할 수 있는 항의였지만 가족에겐 또 다른 가해가 됐을 것이다.다음날 딸은 아버지의 변고를 알리고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는 답변을 올렸다.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억누르고 아버지가 못다 한 고객에 대한 책무를 다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음주운전의 결말을 처절하게 증언한다.운전자의 야만적 행태와 제동을 걸지 못하는 공권력,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법과 제도,작은 불편과 손해를 참지 못하는 의식과 문화 등등 우리사회의 치부가 다 드러난다.잊지 말아야할 것은 이 사고가 한 가족의 불운이 아니라 시한폭탄처럼 끌어안고 있는 사회적 위험이라는 점이다.

원문보기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39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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