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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명호 국민일보 편집인] 레임덕은 늘 여권 핵심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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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8회 작성일 2020-09-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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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김홍걸 황희 추미애 잇단 악재 상황관리할 능력도 안 되고 전략적 대응도 미흡
공직자 군기 잡기가 아니라 강성 지지층 눈치 보는 고질적 병폐 고쳐야 레임덕 늦춰
‘닥치고 공격’보다는 레드팀 작동이 레임덕 방지에 효과적


조금은 느닷없는 청와대의 공직사회 특별감찰 예고였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공직기강협의체 회의를 열어 공직기강 확립을 통한 국정동력 강화를 위해 특별감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과 감사원도 나선다. 정부 출범 4년 차를 맞아 무사안일·책임회피 등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배경 설명이 있었다.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건 시쳇말로 군기 잡겠다는 거다. 그것은 군기를 잡을 만한 상황에 이르렀거나 상황이 별로 안 좋다는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뜻이다.

공직기강 확립은 정권 핵심부가 정치적으로 큰 결정을 앞두거나, 난국에 빠진 경우에 자주 쓰인다. 정권이 레임덕 현상을 지연시키기 위해 분위기를 다잡으려 할 때 쓰기도 한다.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잇단 인사 사고와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이 터졌다. 정권은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분위기 일신을 위해 4대악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전방위 감찰로 대대적인 사정을 시작했다. 4년 차인 2016년 7월에는 사드 배치와 교육부 관료의 ‘개돼지 발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했다. 레임덕이라는 표현이 슬슬 나오자 역시 강력한 공직 감찰을 선언했다.

대통령 임기 말에 공직 감찰을 하면 사실 공직사회가 군기 잡히기보다는 복지부동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경험상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결국 남는 장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노회한 이들은 다음 정권과 일할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 교체든 다음 정권은 현 정권과 매우 다르다. 5공과 6공이 그랬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그랬다. 어떤 경우는 원수지간보다 더했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미래 권력은 대선 후보가 될 때까지만 참을 뿐이지 아무리 같은 뿌리라도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대선 전략이자 생존 전략이자 인기 유지 전략으로 활용한다. 공직자들은 이미 초년병 시절부터 그런 걸 알고 있다. 1981년부터의 정치적 경험이 그걸 말해준다. 그러니 느닷없는 (4년 차 계획에 들어 있든) 집권 4년 차의 공직사회 특별감찰을 본능적으로 정권 내부 레임덕 시작이라는 신호로 느낄 게다.

공직기강 확립으로 레임덕을 늦추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게끔 할 수 있을까. 우리 정치 구조와 공직 인사 구조에서는 그럴 방법이 단연코 없다. 단임제라서 그렇다는데, 중임제를 해도 이런 구조와 관행, 정치 풍토에서는 안 일어날 수 없다. 그 이유는 레임덕이 공직사회 이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 적확하게는 여권 핵심 내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리더십과 정치 기술로 지연시키거나 정도를 약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임기 말에 접어드는 4년 차에 여권의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사건에 이어 김홍걸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황희 의원 등이 여론의 지탄 또는 논란을 일으키는 사안에 연루돼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관련 모금 사용, 재산 형성 및 의도적 누락 신고, 군인 아들의 이상한 병가, 공익제보자를 단독범으로 낙인찍은 행위 등에 관한 의혹들이다. 이것들은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여권의 대응 수준과 태도가 하나같이 ‘뭐가 문젠데’였던 것이 더 문제다.

윤 의원은 결국 14일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동안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김 의원은 전직 대통령 얼굴에 먹칠하고 있고, 추 장관과 황 의원은 정권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차곡차곡 레임덕 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 리더십과 정치 기술로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을 거대한 정국 현안으로 키웠다. 기저에는 여권의 강경파와 묻지마 지지층이 있다.

레임덕은 이런 현상에서 싹튼다. 보통 사람들은 힘 세거나 윽박지르는 이 앞에서는 말을 듣는 척하지만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자기의 안전과 훗날 일어날지도 모를 일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황관리가 안 되는 쪽으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하려 한다. 여권은 지금 상황을 관리하는데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닥치고 방어, 닥치고 공격’에 대한 전략적 제어를 못 한다. 레임덕은 공직사회가 아니라 여권 핵심 내부에서 시작한다. 공직사회는 그런 상황에 반응할 뿐이다. 군기 잡기보다는 내부의 레드팀 작동이 레임덕을 그나마 늦출 수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5970&code=1117140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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