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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文, 지지층 반대에도 결단’ 한 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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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1회 작성일 2021-12-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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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일
절대로 안 하는 文
그래서 물 건너 갔다는
박·이 전 대통령 사면
부정적 여론 무릅쓰고
해야 할 일 하는 게
국가 지도자의 본령
그런 모습 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민주당 정치인 한 분이 문 대통령에 대해 “다른 건 몰라도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은 언쟁을 해도 자기가 틀렸으면 생각을 바꾸는데, 문재인은 남의 말을 조용히 다 들은 다음에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도 끝까지 고집하면서 임기 말까지 왔다. 탈원전은 선언 첫날부터 오류가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밀어붙였다. 심지어는 멀쩡한 원전을 경제성 평가까지 조작해 폐쇄시켰다. 소득 주도 성장은 문 정부 경제 정책을 꼬이게 만든 시발점인데도 지금까지 ‘잘했다’는 식으로 고집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1 서울 유엔 평화 유지 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2021.12.7 /청와대 

탄소 정책도 각계에서 ‘불가능하다’고 그토록 만류하는데 대못까지 박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안 된다면서 예산을 삭감한 경항모를 기어이 되살려 놓았다. 문 대통령이 항모 작전에 무슨 지식이 있겠나. 그냥 고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만 스물 몇 번을 내놓는 것을 보고서는 질릴 정도였다.

고집은 자기 의견을 안 바꾸고 버티는 것이다. 아집은 자기(편) 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내 편’ 중심의 생각에 빠져 ‘다른 편’의 견해를 무시해 왔다. 이것은 고집이 아니라 아집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내 편’이나 ‘많은 표’ 앞에서는 아주 쉽게 자기 생각을 바꿔왔다. 정부 초기 가상 화폐를 ‘도박과 같은 것’이라며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하다가 청년층이 들고 일어나자 바로 접었다. 가상 화폐에 대한 과세도 정부 방침을 바꿔 꼬리를 내렸다. 주식 차익에 대한 과세도 반발이 일자 연기했다. 수능 절대평가제는 문 대통령 교육 공약의 핵심인데 학부모들 여론이 부정적이자 흐지부지되게 했다. 공기업 직무급 도입도 노조가 반발하자 철회했다. 꼭 필요한 국민연금 개혁은 반발이 일어나자 발을 빼는 정도가 아니라 죄 없는 복지부 간부들 휴대폰까지 압수하면서 반발 여론에 영합했다. 이럴 때 보면 문 대통령은 고집이 센 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다.

문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는 사안은 거의 모두 ‘다른 편’이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5%가 ‘탈원전 정책 재검토’에 찬성한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만을 놓고 보면 ‘탈원전 정책 유지’가 52%로 더 높았다. 문 대통령에게는 ‘국민 65%’보다 ‘민주당 지지층 52%’가 더 중요하다. 지지층이 싫어한다고 사망한 전직 대통령 조문도 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문 대통령만큼 정파적인 사람, ‘내 편, 네 편’ 따진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문 대통령에게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은 불가능해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젊은 층의 사면 반대 여론이 훨씬 높다. 민주당 지지층은 말할 것도 없다. 문 대통령은 인기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 돌았던 성탄절 사면설이 물 건너 갔다고 한다.

정치의 진정한 존재 이유는 국민 다수나 지지층이 싫어하지만 공동체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욕을 먹으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진보 사민당 출신 슈뢰더 총리가 핵심 지지 기반인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 개혁을 완수하고 정권을 잃은 것이 정치 지도자의 본령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지도자다운 모습을 임기 중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나.

사실 박·이 전 대통령 사면은 이미 때를 놓쳤고 의미를 잃었다. 두 사람 입장에서도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새 정부인데 이제 와서 문 대통령의 은전을 입고 싶은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두 전 대통령을 사면했으면 하는 것은 한국 대통령 잔혹사가 또 하나의 악업을 쌓은 것도 모자라 이렇게 그 위에 못질까지 하지는 말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손으로 박,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임기를 마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다. 지금 둘로 쪼개진 우리 사회의 적대감은 터질 듯 압력을 높여가고 있다. 보복의 악순환을 멈춰세우지는 못할 망정 원한의 씨에 물을 뿌리지는 말아야 한다.

1997년 12월 김대중 후보 당선 직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가 만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에 합의했다. 구속 2년 만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전, 노 대통령과는 커다란 구원(舊怨)이 있었다. 김대중 후보는 전두환 사면 찬성을 말했다가 지지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을 했다.

듣기로는 문 대통령도 사면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올해 초 문 대통령에게 두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던 것도 문 대통령과 교감 아래 한 말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결단할 때다. 박 전 대통령 수감은 5년이 돼간다. 대통령에겐 지지층이 싫어하고 여론에 인기도 없지만 나라 전체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일을 하는 게 진짜 고집이다. 한 정파가 아닌 국가 지도자로서의 문 대통령 모습을 보고 싶다. 한 번만이라도.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12/09/QXOJIK5RMFFBLPK7LVFUWVJRB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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