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바뀌어 다시 9월로 접어들었다.코로나의 콧대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 달라진 기운이 완연하다.긴 장마 뒤끝의 더위가 남아있지만 이즈음의 하늘빛깔과 공기는 달라져 있다.지난달 7일로 입추(立秋)가 지난 지 한 달이 돼 간다.눈길 한 번 줄 틈도 없는 사이 이미 가을도 꽤 깊은 셈이다.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동안에도 모든 것은 변전해 가는 것이리라.

코로나바이러스는 참으로 길고도 질기다.바짝 긴장하고 단속을 하면 물러난 듯 싶다가도 마음을 놓고 빈틈을 보이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느닷없이 달려들어 까다롭기 짝이 없게 구는 불청객인 것이다.지난 8개월 동안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동안 바꿀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을 바꿔 놓았고,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상황을 보란 듯이 현실로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가 온 세상을 거대한 감옥으로 바꿔놓고 있다.바깥출입을 줄이도록 하고 사람과의 접촉도 피하도록 만든다.모든 사고와 행동을 바꿔놓고 있다.그동안 전력질주의 삶을 구가해온 세상을 향해 그 관성을 바꾸도록 강제한다.앞만 보고 달려온 무한질주를 멈춰 세우고 묻는다.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는 가속 행보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자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거대한 균열이 모두를 우울감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익숙한 것으로 부터의 단절이 가져오는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춘천시청소년참여위원회와 춘천YMCA가 최근 청소년 34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41.8%(152명)가 우울감을 토로했다고 한다.코로나 이전에 비해 25.6%p나 늘어났는데,코로나19가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든 것이 인류 역사다.강제된 지정체가 이전에 갖지 못했던 시공간을 확보해 주고 있다.코로나 위기가 만든 ‘에어포켓(air pocket)’이 될 것이다.여기에 코로나 극복의 시사점이 있다.재난 속에서도 가을은 왔다.조용히 책을 펴들기도,어디든 천천히 걷기에 좋은 때다.이렇게 심신의 균형을 잡아간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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