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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코로나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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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4회 작성일 2021-09-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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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동물생리학자인 베른트 하인리히는 2014년 ‘귀소본능'을 펴냈다.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되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은 수많은 동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피력했다. 평생 일부일처로 사는 캐나다두루미 부부는 알래스카주와 텍사스, 멕시코 간의 머나먼 거리를 정확하게 오가며 매년 새끼를 길러낸다. 겨울나기를 위해 남극까지 날아갔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북극으로 돌아가는 북극제비갈매기의 왕복거리는 7만㎞에 가깝다고 한다. 북극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귀신고래도 겨울철에 새끼를 기르기 위해 멕시코까지 8,000㎞를 이동한다. ▼하인리히는 귀소본능을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동물의 수억 년 진화과정 동안 변함없는 원초적 본능이라고 결론짓는다. ▼어린 시절의 안락함을 상징하는 고향의 옛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에서 인간 역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인지상정이다. ‘고향집'이 반드시 특정한 지리적 장소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우리 사회에서 어린 시절 기억을 불러일으킬 오랜 고향 골목을 가진 행운아는 많지 않다. ▼올해 한가위에도 고향 행렬이 빠진 초유의 한가위 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납골당 등 봉안시설들이 분향실을 폐쇄하고 온라인 성묘 체제 전환에 나섰었다. 올해도 사정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험할 ‘언택트 한가위'도 가족 간 따뜻한 유대감 속에 사랑과 위로를 나눌 수 있다면 귀소본능의 많은 부분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이 창궐하면 추석 차례를 건너뛰거나 불참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한다. 올 한가위도 부모를 찾아뵙지 못해도 송구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명절도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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