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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가짜뉴스와 저널리즘의 위기 ( 손현덕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매일경제 논설실장 )

작성일 17-06-3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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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가짜뉴스와 저널리즘의 위기


손현덕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매일경제 논설실장


가짜뉴스 가리는 법

얼마 전 영국의 저명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홈페이지에 동영상 하나를 올렸다. 제목은‘어떻게 뉴스를 읽을 것인가’(How to read the news)였다. 영국판 뉴스 에디터인 말콤 무어(Malcolm Moore)가 영상으로 찍어서 독자들에게 보낸 홍보물이었다. 2분36초짜리 분량이라 부담없이 시청을 했는데,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독자들에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정말 애 많이 쓰는구나”라는 거였다.


주제는 가짜뉴스 가리는 법이었다. 지면낭비인 듯하나 그래도 동영상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FT는 세 가지 포인트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첫째, 한 가지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기. 가령, 진보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영국의 보수신문인 데일리 메일이나 미국의 폭스 뉴스를 보라는 것. 둘째, 그 뉴스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의문을 품으라는 것. 예를 들어 첫 문장에‘could, might, may, threatened to’같은 동사가 나오면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기에다 소스가 몇 개인지, 실명의 인용이 들어가 있는지 보라고 권고한다. 셋째는 뉴스에 인용이 하나도 없으면 그건 무조건 가짜뉴스로 봐도 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습기자들에게 맨 처음 가르칠 만한 저널리즘의 기초인데, 그걸 독자들에게 동영상으로까지 보낸 걸 보면 정말 가짜뉴스가 지구촌의 이슈가 된 것 같다. 지난 달 15일 한국을 방문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 집단지성의 힘으로 가짜뉴스를 막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이래저래 가짜뉴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고 저널리즘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언론사 중에서는 얼마 전 대통령 선거 때 가짜뉴스가 범람했던 프랑스의 유력 언론이라 할 수 있는 르몽드지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르몽드지 기자들이 중·고등학교에 찾아가 가짜뉴스를 감별하는 법을 가르치기로 하고, 지난 3월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어른들도 가짜뉴스로 혼란스러워 하는데 아직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들은 오죽하겠느냐며 정말 진짜뉴스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뉴스 소스란 무엇인가 ▲구글 등 간단한 인터넷 도구를 이용한 사진 출처 찾기 ▲뉴스 생성과정 알아보기 등을 교육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부정확한 소스를 재인용하면서 테러집단에 동요하게 되는 부작용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익활동이라고 한다.


르몽드에 이어 로이터도 가짜뉴스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 언론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하면서 두 가지 대책을 발표했는데 ▲모든뉴스에 신뢰원칙(The Trust Principles)링크를 붙이고 ▲가짜뉴스가 많은 보도에 대해서는 백스토리(Backstory)를 제공하기로 한 것.


전 세계 200개 로이터 지사를 총괄하는 편집장 스티븐 아들러(Stephen Adler)는 “트럼프 대선 기간 중 여론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SNS를 타고 가짜뉴스가 급증했다”면서“SNS를 선호하는 소통방식 때문에 앞으로도 가짜뉴스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불평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가짜뉴스는 분노와 혐오를 먹고 자란다

신뢰원칙은 모든 로이터발(發) 뉴스에 이 링크를 다는 것으로, 로이터가 지난 1941년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보도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제정한 ‘로이터 신뢰원칙’을 담았다. 뉴스 뒤에 이런 걸 달아 그 뉴스가 진짜임을 강조하는 한편 로이터 스스로 중립보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각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로이터는 분석했다.


둘째, 백스토리는 가짜뉴스가 많은 분야의 취재과정 자체를 공개함으로써 투명한 보도를 지향하는 작업이다. 기존 언론사들은 뉴스 제작을 위한 소스 체크 등을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SNS를 사용하는 일반인들은 이런 것 자체를 잘 모르거나 조작됐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언론도 오만함을 버리고 취재과정을 공개해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는 게 로이터의 주장이다.


모름지기 가짜뉴스는 분노와 혐오를 먹고 자란다. 어느 일방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사람들은 다른 쪽 사람들이 말하는 걸 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틀려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싫어서 반대한다. 우리언론이 이런 가짜뉴스의 범람에 방조자가 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저널리즘을 더욱더 위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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