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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진세근 편집인협회 사무총장] [漢字, 세상을 말하다] 瑕疵<하자>

작성일 20-09-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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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옥)은 티끌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玉에 티’라는 격언은 玉의 완벽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瑕疵(하자)는 옥에 있는 欠缺(흠결)을 가리킨다. 지금은 결점, 고질병이란 의미로 두루 쓰인다.
 
唐(당)대 王勃(왕발)과 南宋(남송) 文天祥(문천상)은 탁월한 소년 천재다. 하나 두 사람의 인생은 달랐다.
 
天祥은 장기 천재였다. 6세 때 연못 위에서 장기 두는, 이른바 水面行馬(수면행마)를 즐겼다. 그 후 虛空(허공)行馬로 발전한다. 20세에 장원급제하자 황제 이종(理宗)은 송서(宋瑞)라는 자(字)를 내렸다. ‘송나라의 상서로운 기운’이라는 뜻이다. 대단한 영예다. 元(원) 군사에 잡혔으나 전향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했다. 天祥은 평생을 瑕疵 없는 선비로 살았다.
 
王勃은 6세 때 시를 썼다. 神童(신동)이란 찬사를 누렸다. 9세 때 顔師古(안사고)가 쓴 『漢書注(한서주)』의 欠缺을 지적하는 『指瑕(지하)』 10권을 썼다. 이때부터 남의 瑕疵를 지적하는 인생이 시작됐다. 16세에 급제해 역대 최연소 관리가 된다. 황제 高宗(고종)은 “奇才(기재)로다, 奇才, 大唐(대당)의 奇才로다!”라고 찬탄한다. 


호시절은 여기까지였다. 瑕疵를 지적하는 버릇이 발목을 잡았다. 닭싸움을 관전하면서, 자신이 섬기는 황족 沛王(패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상대 황족 英王(영왕) 닭의 瑕疵를 신랄하게 비난한 격문 『檄英王鷄文(격영왕계문)』을 쓴 것이 화근이 됐다. 황제가 大怒(대노)한 것이다. 감히 황족을 ‘토벌’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조정에서 축출된다. 후일, 잘못을 덮으려고 노비를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 사형선고를 받고 사면됐지만,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만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瑕疵를 지적하는 그의 瑕疵가 인생을 망친 셈이다.
 
요즘은 瑕疵 지적 전성시대다. 부동산 대책, 검찰 개혁, 4대 강 효과, 그리고 광화문 시위를 놓고 상대방의 瑕疵를 드러내는 데 골몰한다. 반면 자기 눈 속 들보는 보지 못한다. 남의 티끌에만 집중한다.
 
성경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비판받을 것이요,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헤아림을 받을 것”이라고 질타한다. 성경의 마지막 경고는 섬뜩하다. “(이런 경고를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받을 것이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 빈털터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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