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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나라가 걱정이다 (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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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08회 작성일 2015-04-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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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나라가 걱정이다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어둡다. 불길하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불안하다. 앞날의 길흉을 점칠 때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처럼 우울한 전망만 가득한 적은 없었다. 현직 총리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모두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되는 부패 스캔들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사건이 안고 있는 고름을 짜내든, 종기를 들어내든 이 나라가 건강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과 낙관이 사라진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천억 원이 드러나 사법처리 될 때도 부끄러움이나 참담함보다는 오히려 구시대를 끝내자는 결의가 더 넘쳤다.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가 구속되고,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셋째 아들인 홍업, 홍걸 씨가 감옥에 갈 때도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반면교사의 다짐이 무성했다. 현직 대통령조차 자기 아들들의 비리를 덮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도 이 나라는 앞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바탕에는 민주화를 위해 한평생을 던진 김대중, 김영삼 두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있었고, 통치자로서 그들이 이룬 업적이 존재하고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만 해도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공직자 재산공개 등 나라의 틀을 바꾸는 과단성 있는 조치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했던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사회안전망 구축, 생산적 복지, IT 벤처 육성,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비록 과오가 있었지만 두 대통령은 많은 일을 했기에 당시 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국제적 위상도 높았다. 엉뚱한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정치 역정의 정통성으로 외교무대에서 당당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 투옥, 깊은 지식과 통찰력으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고, 특히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단단한 유대를 구축했고, 우리 페이스로 4강 외교를 이끌었다.

 

지금은 어떤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참담한 정치상황도 그렇지만, 경제도 어렵고, 대외관계도 어렵고, 남북관계도 꽉 막혀있다. 그 와중에 무슨 일만 터지면 정파적 이해에 갈려 극단적으로 싸우는 사회갈등은 극점에 달해 있다. 자신감도 상실했다.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절벽사회를 절감하고 있고, ·장년층은 가계부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노년층은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가난과 불안에 갇혀 있다. 이러니 나라 전체가 우울할 수밖에.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이라고 비판하면서 집권했다.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두 차례 대선에서 지지를 보냈다. 그 결과 지금 무엇을 얻었고, 과거에 무엇을 잃었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누군가 앞으로 가야 하는데 정치는 맨날 싸우다가 부패 스캔들의 늪에 빠져 있고, 공직사회는 열심히 일하기보단 줄 대는 게 상책이라는 경험을 터득한지 오래고, 기업들은 의욕을 잃고 해외로 나가는 방도만 찾고 있다. 지식인들도 정치만큼이나 분열되고 무너지고 있다. 사회 전반의 정신사조도 허위의식에 빠져 실질보다는 명분에만 집착한다. 그래서 지킬 수없는 법을 만들고, 아무도 지키지 않고, 걸리면 재수 없을 뿐이라는 무책임이 난무한다. ‘에겐 가혹하고, ‘에게는 더없이 관대하다. 사건이나 사고가 터지면 대안은 없고 비난만 있으며, 시스템을 고치는 데 힘을 모으기보다는 희생양을 찾는다. 이게 지금 우리 현실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울 땐 지도자부터 스스로를 돌아보고 솔직해져야 한다. 불과 십수 년 전 훨씬 큰 지도자를 경험한 국민들 앞에서 나는 위대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은 따르지 않는다. 감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넓게 열고, 가슴을 겸허히 열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소리가 들리고 길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나라의 미래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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