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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언론의 위기 극복, 국민의 신뢰 회복부터” ( 최영범 SBS 보도본부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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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33회 작성일 2015-08-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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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위기 극복, 국민의 신뢰 회복부터

 

최영범 SBS 보도본부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뉴미디어와 승산 없는 싸움 내몰려

한국 언론이 이제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언론학자들도 신문, 방송 등 이른바 올드 미디어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위기상황은 관련 통계에도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주요 신문의 발행 부수는 전성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상파 방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뉴스는 물론이고 40~50%를 넘나들던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마저 반토막 난 지 오래다.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미디어 빅뱅이 시작되면서 독자와 시청자의 눈과 귀가 급속도로 뉴미디어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신문 대신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지하철 풍경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굳이 신문, 방송을 찾지 않아도 공짜 정보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면서 먼저 지하철신문 가판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9종의 무가지마저 단 2종만을 남기고 모두 퇴출됐다. 무가지가 걸었던 그 길을 신문과 방송이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팽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전 세계 신문, 방송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ABC, NBC 등 주요 신문, 방송 역시 뉴미디어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뉴스콘텐츠 혁신과 유료 온라인 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상황 역시 녹록지 않지만 우리 언론처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 축적해온 기사와 뉴스에 대한 신뢰를 발판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독자와 시청자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팩트보다 시각 앞세워 화() 자초

물론 우리 언론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처방을 꺼내 들었는데 결과에 큰 차이가 있는 원인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한국 언론의 위기를 오로지 미디어 환경 변화나 부실한 미디어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찜찜한 부분이 없지 않다.

 

년병 시절, 야간 당직기자가 할 일 가운데 하나가 갖가지 문의 전화에 응대하는 것이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술자리에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판정을 구하는 독자나 시청자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신문에 그렇게 났다” “TV뉴스에서 봤다는 한마디로 서민들의 논쟁이 마무리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소수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라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언론에 대한 신뢰가 지금과는 천양지차였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 언론은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갈수록 정파성이 짙어져 왔다. 보수지, 진보지를 가릴 것 없이 팩트보다는 시각을 앞세운 기사가 늘어났다. 칼럼이나 사설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기사를 읽고도 어느 매체 기사인지를 대번에 가려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이 와중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유수의 신문이 신생 인터넷 언론과 클릭 수 경쟁을 벌이며 속보로 위장한 낯뜨거운 기사를 쏟아내는 일도 더 이상 시빗거리가 아닌 상황이 돼 버렸다. 필연적으로 한국 언론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신뢰의 위기가 한국의 신문, 방송이 미디어 빅뱅의 최대 패배자로 전락한 것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공짜 정보가 널려있는 판에 굳이 신뢰와 권위를 잃은 기성 언론사 기사를 읽기 위해 추가로 돈과 시간을 지불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한국의 신문, 방송은 너나 할 것 없이 뉴스 콘텐츠의 내용은 물론 생산과 유통의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이 특정 정파나 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오해를 불식하고 실추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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