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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紙價가 낙엽처럼 떨어지더라도… ( 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논설실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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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91회 작성일 2015-10-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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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紙價가 낙엽처럼 떨어지더라도

 

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논설실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감사

 

좀 예스런 과장 표현에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린다는 말이 있다. 3세기 말 중국 서진의 수도 낙양에서 문인 좌사(左思)가 쓴 문집 삼도부(三都賦)’가 호평을 얻자 문인들이 다투어 필사를 해대는 바람에 지가가 솟구쳤다는 고사다. 훌륭한 저서를 형용할 때 흔히 갖다 붙이는 덕담이다.

 

물자가 흔해진 지금 종이 값을 띄울 정도의 저술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문학 붐이라면서도 베스트셀러 실종사태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지면활자를 기피하는 흐름이 뿌리내린 상황이 아니던가. 그 한가운데에 신문도 놓여 있다.

 

신문은 낙양의 지가를 올리기는커녕 되레 떨어뜨리는 존재가 됐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문업계는 감부와 감면을 거듭 고민하고 있다. 최근 용지수요가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용지 값은 하락세가 이어질 모양새다. 지가가 낙엽처럼 추락하면 비용이 줄지만 이를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그 이후가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원인은 뉴스 소비행태가 달라진 탓이 가장 크다. 종이활자는 한참 밀려나고 말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종이신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접점이 모바일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에 신문업계는 이구동성으로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지만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그리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신문 매출구조 대부분이 아직까지 종이신문, 즉 오프라인 위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인력도 당연히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다. 이 기막힌 언밸런스가 신문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난제다. 뉴스 공급을 위한 인력과 투자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뉴스 소비는 모바일, 즉 온라인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 각 사마다 정도의 차가 있을 뿐 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밸런스가 교정될 수밖에 없겠으나 그렇다고 지금 당장 선뜻 인력과 재원을 온라인 쪽에 집중 배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충분한 재원이 있으면 양쪽에 힘을 쏟으면서 시나브로 중심이동을 해가면 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되레 언밸런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압박은 과도하게 높아질 뿐이다. 투자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페이지뷰라는 아웃풋만 요구하는 사이 뉴스의 품질은 떨어지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뉴스를 둘러싼 공급자와 소비자의 주도권이 뒤바뀌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뉴스시장이 공급자 주도에서 소비자 주도로 바뀌었다. 공급자가 일방통행식으로 뉴스가치를 규정하고 소비를 유도하는 행태는 진작 막을 내렸다.

 

기존의 뉴스 생산자에 다수의 개개인이 개별 뉴스 생산자로 추가돼 있는 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그렇게 좌판에 깔린 것들 중에서 소비자들이 클릭해 찍어 올려야 비로소 뉴스가 되고 관심을 모은다. 기존 미디어들조차도 이러한 추세를 관찰하고 재가공해 얘깃거리를 발신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경이다.

 

결국 신문의 문제는 미디어의 존재의의가 무엇인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중심의 뉴스시장에 더해 무수한 개개인이 뉴스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기존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일은 쉽지 않다. 매출경쟁에 쫓기고, 뉴스 소비자들에 의해 좌우되는 페이지뷰라는 틀에 얽매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밸런스 유지에 시달리는 판에 언제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있겠나.

 

그럼에도 제 발밑을 점검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휘둘리는 뉴스시장의 떠돌이 장사꾼으로 자칫 전락할 수도 있다. 뉴스공급자가 많아진 세상은 그만큼 가치기준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해진 것이 가치기준이고 기준의 지속적인 관철이다. 비록 지가를 떨어뜨리는 매체로 내려앉았지만 자유·정의·평등·사랑·나눔·동행 등에 대한 가치수호자로서의 초심은 여전히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돼야 하는 이유다.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는 혼돈의 때에 올드미디어 신문의 역할을 거듭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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