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예비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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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1회 작성일 2021-01-18 10:04본문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 왔다가 돌아가는 아들 '학유(學遊)'에게 노자(資) 삼아 집안의 계율을 써 줬다. 옛날 선왕들이 사물을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다면서 장애인 등용 방식을 설명했다. 즉 “맹인에게는 음악을 관장하게 하고, 다리를 저는 사람에게는 대궐 문을 지키게 하고, 환관(宦官)들에게 궁궐 안을 출입하게 하고, 다른 여러 장애인에게도 모두 적당한 임무를 맡겼다”면서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이덕일 고금통의, 2011). 왕정(王政)이 제대로 펼쳐지는지는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늙은이를 뜻하는 환과고독(鰥寡孤獨)과 장애인 정책 여부로 판명 났다. ▼장애인 우대 정책은 조선보다 고려가 더 나았다. 고려 성종(成宗)은 “중병이 든 자와 장애인에게 약을 내려 주었다”는 기록이 있고, 예종(睿宗)도 노인과 의부(義夫), 절부(節婦)와 같은 의행자들과 함께 중병 든 자, 장애인을 대궐 마당으로 초청해 직접 잔치를 베풀고 물품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많다. ▼'국가와 사회는 헌법과 국제연합의 장애인권리선언의 정신에 따라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1998년 12월 선포된 장애인인권헌장 서문의 일부다. 헌장에는 '장애인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 주거 등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등의 조항이 있다. 장애인도 사람 대접 받으면서 당당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강원도의 장애인공무원 고용률이 3.35%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2020년도 전국 시·도별 장애인 복지·교육 비교' 분석 결과다. 특히 의무고용률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점은 강원도 장애인 정책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국가가 스스로 만든 기준조차 총족시키지 못하는 행정을 해서는 곤란하다. 장애의 90%는 질병이나 사고로 발생한다.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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