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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헷갈리는 신호 보내고 탈 나면 부하 책임, 文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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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99회 작성일 2021-01-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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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후 답 안 주는’ 文 소통이
사면혼선·조국·추윤사태 원인
국산 백신·치료제 독려해놓고
“글로벌 백신 왜 확보 안 했나”
국무회의 의결 文 기록관도 질책
책임 떠미는 최악 상사 아닌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승부수였다. 대통령이 받아들여 사면이 성사되면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면서 차기 주자로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퇴짜를 놨다. 이 대표는 독단적으로 사면론을 띄웠을까. 이 대표 쪽은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데 청와대는 아니란다. 진실은 어중간한 회색 지대에 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사면 얘기를 꺼내자 대통령은 ‘경청했지만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대통령은 “당사자 반성 없는 사면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 대표 건의 때 이런 입장을 미리 밝혔으면 됐을 텐데 왜 듣기만 했을까. 만일 사면 애드벌룬에 국민 반응이 긍정적이었어도 대통령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을까. 이 대표는 대통령 의중을 잘못 읽고 헛발질을 한 것처럼 되면서 또 스타일을 구겨버렸다.

조국 사태부터 추·윤 갈등까지 이어진 1년 반의 난장판도 ‘듣고 가타부타 답을 않는’ 문재인표 소통에서 비롯됐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갓 점지한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하면서 청와대에 사전 통보도 안 했을 리는 없다. 대통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천하의 윤석열이라도 브레이크를 밟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검찰의 법 집행을 막지 않았다. 대신 집권당이 ‘윤석열 난타’에 나섰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징계가 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되자 권력 주변에선 “추 장관 준비가 너무 허술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법무장관이 임기제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거사’를 도모하면서 청와대와 사전 논의를 안 했겠나. 대통령도 추 장관 계획대로 윤 총장 목이 날아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 헝클어지자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자신이 임명한 법무장관, 검찰총장 두 사람이 벌인 일 때문에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것이다.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는 취지다.

작년 말 우리나라만 코로나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은 “그동안 백신 확보를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아랫사람들을 질책했다. 청와대는 백신 관련 대통령 어록을 상세히 공개했다.

대통령이 지난해 4월부터 13차례에 걸쳐 백신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신 구매를 서두르라는 지시가 아니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우리 기술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라”는 주문만 되풀이됐다. 대통령은 세계 방역 모범국을 과시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속된 말로 ‘K방역 국뽕’이다. 대통령이 “글로벌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 두라”는 말을 꺼낸 것은 작년 9월 15일이었고, 사태가 심각해진 11월 30일에야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고 했다.

방역 당국자들은 대통령 지시를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VIP 관심사는 K백신 개발이다. 괜히 외국 백신 사자는 말을 꺼냈다가는 눈치 없는 사람 된다. 더구나 미리 사둔 백신이 ‘꽝’ 되면 감사 받고 신세 망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국산 백신은 신기루였고 글로벌 백신은 다른 나라들이 사재기해 버렸다. 대통령은 안면을 바꾸고 “글로벌 백신을 과할 정도로 확보하라고 했잖아”라고 역정을 냈다. 차마 대꾸는 못하지만 “언제는 국산 백신 개발하라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것이다.

비슷한 장면이 또 있었다. 세종시에는 역대 대통령들을 망라한 통합 기록관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와 별도로 문 대통령 개인을 위한 기록관을 짓기 위해 17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은 “내 뜻이 아니다”라며 백지화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보충 설명도 곁들였다. 알고 보니 이 기록관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 국무회의에 부쳐질 안건은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됐을 것이다. 만일 비난 여론이 없었다면 문재인 기록관 사업은 지금 순항하고 있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백지화 지시나 불같이 화를 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직장인 여론조사에서 의욕을 고취시키는 ‘최선의 상사’ 1위는 업무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는 ‘방향제시형’인 반면, ‘최악의 상사’ 1위는 일이 잘못됐을 때 아랫사람 탓을 하는 ‘책임회피형’이었다. 이러라는 건지 저러라는 건지 헷갈리는 신호를 보내놓고 잘되면 내 공, 탈 나면 부하 탓하는 문 대통령이 어디 속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1/28/FG4EZSBLDBBG7HF3PLXLXNYPM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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