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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유력 정치인들, 왜 하필 이 시기에 강원도를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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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70회 작성일 2021-04-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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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가슴 아픈 현실을 치유할 대책 내놓아야
그렇지 않으면 대선 수판알 튀기는 행차로 보일 뿐”
접경지역은 규제로 삽질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어


강원도는 휴전선이 생긴 이래 70여년간 육해공군기지가 입지하며 대한민국을 지켜낸 안보 1번지다. 그 수부도시가 춘천이다. 6·25의 춘천전투는 판도를 바꿔 놓았다. 북한군 본진이 서울을 점령한 후 본격 남하에 앞서 서울에서 3일을 지체했다. 동부 전선을 맡은 북한군이 춘천전투에서 아군의 맨손 분전에 막혀 3일을 허비하면서 서울에서 북한군 본진과의 합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동부 북한군을 3일이나 붙잡아 두면서 인민군의 남하를 막아 미군 참전의 시간적 여유를 벌어준 것이다.

이 전투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자유대한민국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었던 아찔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현재도 도내 전역이 군사기지화 돼 있다. 지금은 1군사령부가 해체됐지만 육군은 1군 예하에 3개 군단을 뒀다. 동해에는 해군 1함대사와 1전단이 있다. 그리고 공군 기지도 강릉 횡성에 2개나 된다. 태백산에는 공군 필승사격장이 있다. 평일에 천제단을 오르는 사람들은 갑자기 날아드는 전투기의 폭음에 종종 놀라곤 한다. 천제단에서 남서쪽으로 바라보이는 긴 활주로는 실제 활주로가 아니라 공군의 공대지 사격훈련장이다. “어떻게 민족의 영산 태백산에다 포격을 할 수 있나….” 그러나 공군은 필승사격장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단 하나밖에 없는 전술사격장이기 때문이다.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은 접경지역이다. 이 지역은 군사적 요충지로서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또 자연스럽게 군사도시로 성장했고 민(民)이 군(軍)에 의존하는 독특한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이는 분명한 순기능이었다. 그러나 지역 발전의 측면에서는 과도한 군사보호구역 설정과 각종 규제 등으로 지역개발이 제한되고 기반시설이 크게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강원도는 재산피해와 일상생활의 불편을 묵묵히 감내해 왔다. 영호남과 충청이 산업화의 과실을 따 먹으며 번영을 구가한 이면에는 이러한 강원도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강원도가 국가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강원도는 수도권 집중에 경제와 인구, 미래까지 빼앗기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유력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각종 선거가 다가오면 강원도를 찾아 위로한다. 지난 5일 춘천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강원도민들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6일 춘천시청을 방문해 이재수 춘천시장과 '새롭게 지속적인 남북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도전에 나선 홍영표 의원이 원주를 방문, 강원 당심 구애에 나섰다. 강원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을 찾는 유력 정치인들에게 당당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유력 정치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강원도를 찾고 있는 것인가. 강원도의 굴곡진 삶을 바로잡기 위한 '위민 행정'을 펼칠 요량인가, 아니면 앞으로 '표 장사'를 하기 위한 것인가. 강원도를 방문하는 이들이 가슴에 이(利)를 앞세운 마음이 가득하면 또 다른 부메랑이 된다.

그들은 평화로운 지금의 자유대한민국이 춘천전투에서 온몸을 던져 산화한 군인들의 숭고한 피, 그리고 접경지역 주민을 비롯한 강원인들의 무한 희생위에 지켜졌음을 알아야 한다. 역대 정부는 강원도를 '한반도의 허파, 마지막 청정지역'이라고 치켜세우며 각종 규제를 적용했다. 이 결과 강원도는 '경치만 아름다운'곳으로 전락했다. 이런 강원도의 가슴 아픈 현실을 치유할 대책을 내놓지 않는 유력 정치인들의 강원도 방문은 수판알을 튀기는 행차로 보일 뿐이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지도자들은 청백으로 수신을 하고 인의(仁義)로 치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강원도를 찾아오는 유력 정치인들에게 조선의 유학자들은 무슨 말을 할까.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잇속으로 표 장사를 하려거든 강원도에 가지 말라.”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aid=2210330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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