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설계자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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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8회 작성일 2024-06-10 14:37본문
1979년 5월 김성배강원도지사가 청주에서 춘천시장과 원주시장을 급히 불러 시찰하게한 뒤 제9회 전국소년체전을 개막한 날이 1980년 6월 10일이다. 춘천·원주의 개인집 1500여 곳에서 각지에서 몰려든 선수와 지도교사들에게 먹고 자는 일체를 제공했다. 교통비, 목욕비, 병원비, 약값, 극장 관람까지 무료였으며 심지어 관광버스, 유람선까지 제공해가며 공짜로 구경시켰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어려우나, 당시는 강원의 인심을 알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완전 무료 체전’이라는 별칭을 얻은 소년체전을 계기로 춘천에 명물이 생겨났다. 1979년 6월 설계가 시작돼 체전을 앞두고 준공된 강원도어린이회관이다. 계단식 야외극장에 붉은색 벽돌로 양 날개를 펼친 것처럼 지어졌다. 경향신문 1980년 7월 11일자에 “처음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어린이와 공간이라니 좋은 테마이구나 싶어 재미있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났죠”라며 인터뷰한 김수근(1931~1986)의 얼굴과 회관 전경사진이 실렸다.
그가 설계한 건물로 역시 붉은 벽돌인 강원도향토공예관이 있다. 이외에 1975년부터 1986년까지 김수근의 공간건축연구소에서 일한 제자 류춘수씨는 19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쓴 글에서 강원과의 인연을 밝혔다. 1977년은 황금기였는데 서울지하철역 2호선 강변역과 구의역 등 10여개 정거장 설계를 맡았으며, 1978년 가장 왕성하게 도면에 심취해있을 무렵 원주 치악체육관을 설계했다고 회고했다.
벽돌, 매우 좁고 긴 창, 나선형 계단이 특징적인 김수근 건축을 빼닮은 건물로 1976년 건축된 ‘남영동 대공분실’이 있다. 고문 대상자들이 최대한 공포심을 느끼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특수용도로 지은 치안본부 은폐건물이다. 현 KT&G 상상마당인 옛 어린이회관의 매우 좁고 긴 창에 남영동의 악명높은 취조방이 겹쳐 보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육사 출신으로 중앙정보부 고위층인 석정선과 함께 건축잡지 ‘공간’을 창간한 김수근. 최근 거장의 민낯을 모티프로 한 연극 ‘미궁의 설계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명성의 이면을 보아야 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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