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尹에게 야박한 民心, 농부가 밭을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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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47회 작성일 2022-08-11 09:35본문
대선 득표 반토막난 24%
대통령 잘못 있었지만
취임 초반 가파른 하강세
5년내 40%선 문통과 대비
뺄셈 정치 오판도 한몫
분한 심정 접고 새 출발해야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수직 낙하하던 몇 주일 동안 여러 갈래 반응을 접했다. “지지율 수치를 못 믿겠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윤 대통령에게 잘못한 점이 있다 해도 지지율이 10%p, 20%p씩 추락할 일은 아니었다는 반론이었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였다. 대선 득표율 48.65%의 꼭 절반 수준이다. 윤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1639만명 중 820만명가량이 마음을 접었다는 뜻이다. 5년 전 이맘때 갤럽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7%였다. 대선 득표율 41.1%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다른 대통령들도 취임 100일 이내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을 크게 웃돌곤 했다. 그 짧은 기간에 특별히 일을 잘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첫 출발을 하는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 보는 기간이 허니문이다.
윤 대통령은 무슨 큰 죄를 지어 민심을 화나게 했을까.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인사(人事)다. 검사 후배, 초등학교 동문, 술 친구에 이르기까지 사적 인연으로 사람을 고른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 비판에 “그래도 전 정권보다는 낫다”고 뻣대며 맞선 것이 화를 키웠다.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의혹이 수십 가지씩 쏟아져 나온 조국 법무장관을 감싸며 밀어붙인 전임 대통령의 오기 인사에 비길 바는 아니다.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은 것은 2019년 10월 갤럽 조사에서 39%였다.
정책 혼선도 윤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 먹은 주범으로 지목됐다.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 방침을 대통령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하고, 만 5세 입학, 외고 폐지를 불쑥 꺼냈다가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모두 합쳐 놔도 월급으로 서울 소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을 21년에서 36년으로 늘려 놓은 부동산 참사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 민심이 비등했던 2021년 5월 문 대통령 지지율은 29%로 바닥을 쳤다. 이런 초대형 악재들이 터졌을 때를 제외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은 5년 내내 40%선을 웃돌았다. 그래서 대깨문이 국민 열 중에 넷이란 말이냐, 믿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필자도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하는 40%가 누구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반면 윤 정부는 취임 백일 상도 받기 전에 지지율 30% 선이 무너져 내리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과 비상식에 맞섰다가 떠밀리듯 정치판에 나서게 됐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 때 정상 궤도를 이탈한 나라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책임을 윤석열에게 맡겼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잘하겠다고 결심했을 것이고, 자신도 있었을 것이다. 문 정권 5년 동안 나라에 보탬 되는 일을 한 것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나. 역대 대통령들이 다지고 다져 놓은 나라 곳간을 털고, 미래 세대 몫을 눈속임으로 당겨다가 당장의 씀씀이에 보태며 생색을 낸 것이 전부다. 원칙만 지키면 문 대통령보다야 못하랴 싶었을 것이다. 전 정권 타령이 말버릇이 된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에게 임기 내내 관대했던 민심이 자신에겐 초장부터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처럼 보인다. 억울하고 야속한 심정이 들 만도 하다.
윤 대통령이 잘못 짚은 부분도 있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나선 5파전에서 당선됐다. 탄핵으로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면서 유권자들은 자기 선호대로 표를 던졌다. 문 대통령이 얻은 41.1%는 말 그대로 문재인 표였다. 이들은 문재인 지지를 5년 내내 거두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얻은 48.65%도 자신에 대한 지지라고 여겼다. 전임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고 믿었을 것이다. 양자구도였던 지난 대선은 원하는 후보를 고르는 게 아니라, 혐오하는 후보를 떨어뜨리는 선거였다. 이재명 당선만은 막으려는 국민들에게 선택지는 윤석열밖에 없었다. 그들 중 절반가량이 대통령의 언행을 보고 실망해서 등을 돌린 것이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과대 평가한 윤 대통령은 선거 기간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들에 대한 뺄셈 정치까지 했다. 반토막 지지율엔 이런 착각와 오판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5년 차 레임덕 대통령에게 어울릴 부스러기 지지율을 자본 삼아 새 출발에 나선다. 내가 전임보다 잘못한 게 뭐냐는 분한 마음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농부는 밭을 탓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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